ezday

마이 마니아

대중문화 마니아 리스트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이 세상 모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닌,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마니아 칼럼(대중문화) 즐겨찾기
[발신제한] - 당신의 자산은 안전한가요? 질 나쁜 돈과 어울렸고, 돈에 대해 소홀했던 두 남자의 무리수 가득한 대결.
13  쭈니 2021.06.28 14:10:04
조회 182 댓글 0 신고

감독 : 김창주

주연 : 조우진, 이재인, 진경, 김지호, 지창욱

돈의 속성

요즘 나는 아내의 추천으로 <돈의 속성>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상업계 고등학교를 나왔고, 첫 직장에서부터 지금까지 회사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지만, 나의 자산 관리는 아내에게 모두 맡기고 재테크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이러한 내 심리는 요리사가 집에서는 요리를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회사에서 돈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집에서만큼은 돈에 대해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은퇴가 10년 정도 남은 현 상황에서 내 자산 상황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소한 은퇴 후 폐지를 줍거나 아파트 경비원으로 살고 싶지는 않기에, 은퇴 후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작년 9월부터 느닷없이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유도 나의 여유 자금을 은행에 묶어 두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보다 더 적극적이다. 밤늦게까지 유튜브의 주식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며 주식 투자를 하는데, 확실히 공부를 하는 것과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의 수익률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다. 내 여유 자금을 주식에 투자해서 불리고 싶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도 하지 않고 남의 말에 솔깃해서 주먹구구식으로 투자를 한다면 어느 순간 내 여유자금은 야금야금 다른 사람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돈의 속성>의 저자 김승호는 돈을 인격체라고 주장한다. 돈은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붙어 있기를 좋아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겐 패가망신의 보복을 퍼붓기도 한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회사의 자금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꽤 공감이 되는 글이다.

[발신제한]이라는 영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갑자기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영화가 김승호가 주장한 '돈의 속성'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은행 센터장 성규(조우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찾아온 이유는 그가 질이 안 좋은 돈과 어울렸기 때문이며, 성규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은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왜 위험한 은행 파생 상품에 투자를 했을까?

회사의 자금 담당자이다 보니 은행 직원과 자주 미팅을 하게 된다. 그들은 돈이 많은 회사의 자금 담당자에겐 친절하지만, 돈이 없는 회사의 자금 담당자에겐 가혹하다. 그러한 그들의 속성을 잘 알기에 나는 그들의 친절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내게 친절한 이유는 내가 다니는 회사를 이용해서 은행에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그들이 회사의 여유 자금을 불릴 수 있는 기회라며 파생 상품 설명서를 가져와서 온갖 감언이설로 나를 꼬드겨도 나는 그들의 말을 100% 믿지 않고 꼼꼼히 체크를 한다. 그리고 단 1%라도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면 정중하게 그들의 제안을 거부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투자를 통한 이익보다 영업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굳이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은행 파생 상품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발신제한]의 사건 발단은 바로 은행의 파생 상품에 가입했다가 원금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의 절규이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분명 은행 직원인 성규가 원금 손실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안내를 했고, 그를 믿었기 때문에 투자한 것이라고... 은행에서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으니 모든 책임은 은행에 있는 것이라고... 제발 원금이라도 돌려 달라고... 그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가장 큰 잘못은 원금 손실 위험이 다분한 파생 상품을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순진한 사람들에게 판 성규에게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들에게도 아무런 책임이 없었던 것일까? 그렇게 소중한 돈이라면 더욱 철저하게 가입할 상품에 대해 스스로 공부를 했어야 했다. 나는 이런 거 잘 모르니까... 은행 직원이 안전하다고 해서... 미안하지만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 재테크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그냥 안전한 예금에 넣었어야 했다. 공부하긴 귀찮고, 돈을 불리고 싶고, 그러한 게으름과 욕심이 합쳐져 원금 손실이라는 재앙을 맞이한 것이다. 그들은 결국 자신의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떠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돈의 속성'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성규에게 있다. 하지만 은행은 은행에 큰 이익을 안겨준 성규를 승진시킨다. 그럼으로써 성규는 잘못에 대한 죄책감보다 성공에 대한 성취감을 얻게 된다. 그러한 잘못된 성취감은 성규로 하여금 더욱 질이 안 좋은 돈과 어울리도록 만들고 결국 폭탄 테러의 날벼락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

[발신제한]은 딱 [스피드]와 [폰 부스]를 반쯤 섞어 놓은 영화이다.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1994년 쟝 드봉 감독의 [스피드]는 시속 50마일(약 80km)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면 폭발하는 폭탄이 설치된 버스에 올라탄 경찰 특수반 잭 트래븐(키아누 리브스)의 활약을 그린 영화이다. [발신제한]에서 성규가 탄 차량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설정이 [스피드]와 비슷하다. 단지 성규의 차에 설치된 폭탄은 차를 멈춰도 터지지 않는다. 지뢰의 원리를 가지고 있어서 성규가 차에서 내릴 경우, 그리고 범인인 진우(지창욱)이 버튼을 누를 경우 터지게 설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발신제한]과 비슷한 영화는 [스피드]가 아닌 [폰 부스]일지도 모르겠다. 2003년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 [폰 부스]는 공중전화박스에 갇힌 스투 세퍼드(콜린 파렐)의 이야기이다. 전화를 끊으면 저격수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을 받은 스투는 좁디좁은 공중전화박스에 갇혀 협박범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발신제한]의 성규 또한 차에 갇혀 진우가 요구하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 [폰 부스]에서 경찰이 스투를 살인자로 의심하듯이, [발신제한]에서도 경찰 서장(류승수)은 성규를 테러범으로 의심한다. (이 부분은 [발신제한]에서 가장 어이가 없었던 부분인데 뒤에 가서 따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마녀], [PMC : 더 벙커], [침입자], [국제수사] 등 주로 스릴러 영화에서 편집 감독으로 경력을 쌓아 올린 김창주 감독은 감독 데뷔작으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인 스릴러를 선택했다. [스피드]와 [폰 부스]를 반쯤 섞은 듯한 [발신제한]은 분명 김창주 감독의 특기를 잘 살려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성규 혼자 폭탄이 설치된 차에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성규의 딸 혜인(이재인)과 아들 민준(김태율)도 폭탄이 설치된 차에 태운다면 더욱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민준에게 부상까지 입히면서 성규를 더욱 패닉 상태로 만든다. 하지만 김창주 감독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진우가 아무 죄가 없는 성규의 가족을 건드리면서 진우에 대한 관객의 동정심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영화 후반 진우가 성규의 차에 폭탄을 설치한 이유가 설명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진우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도록 해야 했는데,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김창주 감독은 영화 후반의 감성적인 부분을 포기했다. 글쎄, 무엇이 더 이익이었을까? 스릴러 영화이니 김장감을 높이는 것이 나았을까? 아니면 진우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감성적인 부분을 끌어올리는 것이 나았을까?

경찰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성규. 처음엔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같은 전화를 받은 부지점장 정호(전석호)의 차가 폭발되는 것을 목격한 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다. 게다가 정호의 차가 폭발하며 생긴 파편에 아들 민준이 부상을 당하자 성규는 다급해진다. 제발 민준이 병원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진우에게 애원을 하는 성규. 하지만 진우는 냉철하게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무도 차에서 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호의 차가 폭발하며 경찰에서도 사건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들은 정호의 차 폭발 현장에 있었던 성규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에 나선다. 피해자인 주인공이 용의자가 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는 것은 스릴러 영화에서 흔한 설정이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범인을 쫓으면서도 경찰에게 쫓기는 상황에 처하면서 긴장감을 높일 수가 있다. [발신제한]도 그러한 긴장감을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발신제한]은 경찰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자! 우리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처음 정호의 차 폭발 사고 현장과 성규의 아내인 연수(김지호)가 당한 폭발 사고 현장에 성규의 차가 있었고, 그래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을 받는 것은 납득이 된다. 내가 경찰이었어도 성규를 용의자로 의심했을 테니까. 하지만 성규의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성규가 아닌 또 다른 용의자를 의심하는 것이 정상이다. 어떤 미친 폭탄 테러범이 자신의 차에 폭탄을 설치하겠는가? 그것도 아들, 딸을 태운 차에 말이다. 하지만 경찰 서장은 여전히 성규를 의심하고, 성규를 향해 저격수를 배치하는 무리수를 둔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경찰의 대응은 또 있다. 성규가 경찰에 포위되자 진우는 대담하게 성규의 동생으로 위장하여 성규의 차에 접근한다. 이게 말이 되나? 아무리 경찰이 멍청해도 진우의 신원 확인도 하지 않고 폭탄이 설치된 성규의 차에 접근하도록 한단 말인가? 게다가 진우는 사건 현장에서 혜인을 데리고 나와 인질로 잡는다. 경찰이 아무리 진우를 성규의 동생이라고 오해를 했어도 범죄 현장의 증인인 혜인을 경찰에서 보호하지 않고 진우가 데려가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런 어이없는 경찰의 대응은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싶었던 김창주 감독의 무리수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말이다. 이런 어이없는 스토리 전개가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경찰은 김창주 감독이 생각하는 것처럼 바보가 아니고, 관객 또한 그러한 설정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 정도는 된다.

폭발물 처리반의 리더로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 같았던 진경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린다. 아빠에게 저격수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 혜인은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 성규를 더 큰 위협에 빠뜨린다. 진우는 경찰이 바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대담하게 사건 현장에 나타나 성규의 동생이라며 신분 세탁을 하고 경찰을 우롱한다. 진우가 성규의 차에 폭탄을 설치한 이유가 밝혀지지만 성규의 가족까지 건드린 그의 냉철함 때문에 그에게 동정심을 느낄 여지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영화 후반부에 벌어진 일이다.

영화 중반까지 그래도 흥미진진했던 [발신제한]은 신인 감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후반에 가면 갈수록 어이없는 설정으로 점점 고꾸라진다. 후반만 제대로 가다듬었다면 훨씬 재미있는 영화가 될 텐데...라는 아쉬움이 자연스럽게 생겨 난다. 그래도 뭐 1시간 34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았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며칠이 지나면 [발신제한]이라는 영화를 까맣게 잊어버리겠지만 그것이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의 숙명이 아니던가. 김창주 감독의 데뷔작 [발신제한]은 딱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 수준에 머무는 영화일 뿐이다.

[발신제한]을 보며 한 가지 교훈을 얻을 것이 있다면 은행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은행이 당신에게 친절한 이유는 당신이 은행에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은행에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서 당신은 은행에 수수료를 내야 하고, 급기야는 당신이 가진 자산을 은행에 빼앗겨야 한다. 그깟 몇 푼의 수수료를 내는 고객보다 위험성 높은 파생 상품에 가입하여 자신의 자산을 기꺼이 은행에 갖다 바치는 고객을 은행은 더 좋아한다. 그것은 비단 은행뿐만이 아니다. 당신의 돈이 소중하다면 그 돈을 아무에게나 믿고 맡기지 말고, 스스로 공부를 해서 스스로 돈을 굴려라. 그것이 귀찮다면 그냥 안전한(그래서 수익율을 제로에 가까운)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좋은 책이다. 성규의 목숨도 살리지 않았는가. ^ 

 

 

 

0 첫번째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마니아 혜택/신청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