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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모바일등록
김별 2022.12.23 09:24:41
조회 192 댓글 0 신고

겨울비 / 김별

 

찬비 속에

우산도 없이 살아온 날들

비를 맞아도

마음까지 젖지는 말기를 바란 날들이 

얼마인가요

 

꽃을 잃고 

싱그러움마저 잃어버린 세월은 또

몇 해던가요

 

향기조차 말라버린 꽃처럼 

살아있음의 잔인함까지를 

헛헛한 그러함으로 받아들일 줄 안 날까지

 

하늘은 눈부시고

눈물꽃은 하루에도 몇 번을

구름꽃처럼 피었다 졌던 것을

 

철새들이 비워놓은 언덕 

빈 하늘가에 서서

체념을 배워버린 날들은 또

몇 해인가요

 

눈발보다 더 찬 빗발이기에

마음은 미리부터 얼음보다 차갑건만

 

다시 찬 비가 옵니다.

밤새 비를 맞다 잠에서 깼는지 모르겠습니다

 

괭이 걸음 같이 살금살금 내린 비에

어느새 옷깃이며 몸

마음까지 젖고 얼어

이마는 벌써 불덩이같이 뜨거운데

 

비는 

오늘 감당해야 할 시간과

일과와 

약속까지 적시고 맙니다

 

당신은 이 빗속 아직 깊은 잠에 취해

뗏목처럼 둥둥 떠내려가고 있을까요

 

비가 그치고 

경이롭도록 파란 하늘과 

곱고 깨끗한 얼굴의 해가 떠오를 때까지

당신을 깨우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유리창에 

당신을 향한 상념을 그치지 않고 

줄기줄기 써 내려가지만

삶이 그렇듯

사랑을 감당하기엔 아직 모든 게 부족합니다

 

어느새 빗발은 더 굵어지고

어깨가 저리도록 서늘합니다

 

식어버린 난로에 장작 하나를 던져 넣으며

찻물을 올려봅니다.

 

어제는 눈부신 서리꽃이 피었던 나무가 

흠뻑 젖도록 

눈이 될 수 없는 비는 계속 내리고

 

당신의 뜨거운 머리맡을 지켜야 할

언 날들은 

깊이를 더하겠지만

 

기꺼이 창을 열어

눈물겨운 몸짓과 향기를 맞을 수 있는 날까지

겨울나무처럼 긴긴날을 더 견디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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