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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 - 이병초
뚜르 2022.09.18 09:18:40
조회 149 댓글 2 신고

옥이 - 이병초

밥 퍼낸 무쇠솥 바닥을

초승달 같은 놋달챙이로 닥닥 긁어서

주먹밥처럼 뭉쳐온 깜밥

놀장놀장 눌은 빛깔에 불티 뒤섞인

그 차지고 고소한 단맛을

조금씩 떼어먹다가

목 당그래질이 뭔지도 모르고 떼어먹다가

배 아프다고 꾀를 쓰면

가시내는 자취집 장광에 깔린

흙기와 조각을 구워와 내 배에 올려놓고

깜밥 묻은 손끝을 떨었다

 

형들은 여자 친구를 깜밥이라고 불렀다 너 깜밥 있냐고 대놓고 놀렸다 감춰 먹을수록 더 고소하고 차진 맛을 왜 여자 친구에게 빗대는지 잘 몰랐다 가늘어진 목선을 더 늘이빼며 저녁햇살은 그냥 또 지나간다

 

​***전라도 방언인 ‘깜밥’은 솥바닥에 눌어붙은 딱딱한 누룽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걸 물을 부어 끓이면 ‘누룽지’다. ‘놋달챙이’는 솥바닥을 하도 긁어서 초승달처럼 끝이 닳은 놋숟가락을 이르는 말이다. ‘놀장놀장’은 또 얼마나 신기하고 예쁜가. 이 시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전주 지역 방언은 마치 평북 방언을 즐겨 쓰던 백석의 그것을 닮았다. 흙기와 조각을 구워와 남자친구의 아픈 배 위에 올려주는 연애는 이제 없다. 아주 먼 옛날을 우리는 잃고 여기까지 왔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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