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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저녁의 버스킹
37 은꽃나무 2022.05.13 05:35:43
조회 102 댓글 0 신고

 

 

 

늦저녁의 버스킹  ---   김종해


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
내 몸속에 악기(樂器)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간 소리 내지 않았던 몇 개의 악기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
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


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
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


삶의 길이 서로 저마다 달라서
네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


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
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


나뭇잎 떨어지고 해 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


어둠 속의 비애여
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여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
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


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
그동안 이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
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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