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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속도
56 산과들에 2022.01.10 10: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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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이 아치처럼 휘어지고 있다

빽빽한 어둠 속에서

땅과 바람과 물과 불의 별자리가 조금씩 움직이면

새들이 기낭은 깊어진다

 

거대한 중력을 끌며 날아가 시간의 날카로운 무리를 땅에 

박고 영원한 날개를 접는 저 새들처럼

우리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생각할 때

교신이 끊긴 위성처럼 궤도를 이탈할 때

 

우리는 지구의 밤을 횡단해

잠시 머물게 된 이불 속에서 기침을 하고

다정한 눈빛을 보내지만 묵음의 이야기만이 눈동자를 맴

돌다 흘러나온다

문득 창문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의 어깻죽지에 머리를 묻고 잠들고 싶어도

 

근육과 뼈가 쇠약해진 우주인과 같이

둥둥 떠다니며 우리는 두통을 잃고

밥을 먹고 함께 보았던 노을과 희미하게 사라지는 두 손을

가방에 구겨 넣고는 곧 이 밤의 터널을 지날 것이다

 

어딘가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새들의 영혼처럼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지구의 속도처럼

조용히 멀미를 앓으며

저마다의 속도로 식어 가는 별빛이 될 것이다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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