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진짜 좋아하는 이유

그제와 어제

말없이 창가를 서성이는

그 애의 미소를 보았어요

아니 사실은 내가 더

그의 깊고 온화한 미소와

눈 맞추고 싶어 기다리고 원해요

미소로 눈(雪) 길을 열어주고

붕붕 대는 가랑잎의 뒷동산과

앞 개울 언 강의 쩌렁한 산울림과

초승달 눈썹의 엄마가 수놓은

가을꽃 문풍지의 펄럭이던 그 밤

질화로에 파묻은 알밤과 고구마

달콤하고 고소하게 익으면

입김으로 호호 불어대며

후루룩 마시던 동치미 국물과

삭이던 반달 모양의 무 조각

그 유년의 추억이 창가에서

재회하는 만월의 미소 속에 있다면

당신은 지긋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떡일래요

사계절 창가에 둥글게 떠올라

방긋 웃어주는 그 애의 미소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이유랍니다

- 천정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