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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가는 부양
하양 2021.12.01 00:27:49
조회 1,030 댓글 0 신고

 

 

기울어가는 부양

 

시골 빈집이 할머니를 부양해요

세간살이 뼈들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기울어가는 부양

가끔 앞산에서 날아오는 뻐꾸기 소리가

업둥이 딸처럼 다녀가요

쪽마루에 앉아 맛보는 봄볕은 달달한 간식이에요

자고 나면 조금 더 기울어진 흙벽 안쪽에서

할머니는 헐거운 세간이 되어가요

가까스로 빈집에서 벗어난 집은

사람을 놓칠까 걱정이 많아

새벽 일찍 방문을 열어보지요

빈집의 적막은 죽음과 똑같은 무게니까요

휑한 집안에서 느슨한 걸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세끼 밥 때에요

양은 냄비 하나가 먼저 간 아들처럼 살가워요

외로움을 넣고 미움도 끓여 마시면

비어있는 컴컴한 구석을 채울 수 있어요

그토록 마음 기울인 자식들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을까요

텃밭에 심으면 파릇한 안부가 돋을 거라며

주름진 시간이 호미를 손에 쥐어 주네요

빈집은 조였던 관절을 풀어

할머니와 기울기를 맞추곤 해요

오늘은 봄바람이 부양을 하겠다고

한나절 빨랫줄을 흔들다 갔어요

남은 살과 뼈를 빈집에게 나누어 주며

할머니는 조금씩 지워지고 있어요

 

- 홍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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