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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근 엽채 일급 - 김연대
100 뚜르 2021.10.25 08:41:38
조회 144 댓글 2 신고

대근 엽채 일급 - 김연대

이순 지나 고향으로 돌아온 아우가

버려두었던 옛집을 털고 중수하는데,

육십 년 전 백부님이 쓰신 부조기가 나왔다.

을유년 시월 십구일

정해년 오월 이십일

초상 장사 소상 대상 시 부조기라고

한문으로 씌어 있었다.

육십 년 전 이태 간격으로

조모님과 조부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추강댁 죽 한 동이,

지례 큰집 양동댁 보리 한 말,

자강댁 무 열 개,

포현댁 간장 한 그릇,

손달댁 홍시 여섯 개,

대강 이렇게 이어져 가고 있었는데,

거동댁 大根葉菜一級이 나왔다.

대근엽채일급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나는 그만 핑 눈물이 났다.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내 아버지, 할아버지와

이웃들 모두의 처절한 삶의 흔적,

그건 거동댁에서

무 시래기 한 타래를 보내왔다는 게 아닌가.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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