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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 서윤규
100 뚜르 2021.10.16 09:18:06
조회 185 댓글 4 신고

두부 - 서윤규

두부를 보면

비폭력 무저항주의자 같다.

칼을 드는 순간

순순히 목을 내밀 듯 담담하게 칼을 받는다.

몸속 깊이 칼을 받고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칼을 받는 순간, 죽음이 얼마나 부드럽고 감미로운지

칼이 두부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두부가 칼을 온몸으로 감싸 안는 것 같다.

저를 다 내어주며

칼을 든 나를 용서하는 것 같다.

물어야 할 죄목조차 묻지 않는 것 같다.

매번 칼을 들어야 하는 나는

매번 가해자가 되어 두부를 자른다.

원망 한번 하지 않는 박애주의자를

저항 한번 하지 않는 평화주의자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뭉텅뭉텅 두부의 주검을 토막 내어

찌개처럼 끓여도 먹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도 먹는다.

허기진 뱃속을 달래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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