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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피 모바일등록
11 하서량 2021.07.16 00:32:44
조회 222 댓글 0 신고

검은 피

최서진 시인


사람이 많은 곳을 다녀온 날에는

오래도록 손을 씻는다


낮에는 밥을 먹다가 체했다

친구가 바늘을 꺼내 할머니처럼 머리카락

에 긁더니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탔다 몇 번

을 찌르고서야 검은 피가 나왔다


손바닥을 흔들며

아무도 몰래 지구의 죽은 피를 빨아먹는 

가을의 억새처럼 우리도 가까스로 

함께 어지러웠다


이를테면 유리를 갈아 끼운 창틀의

낯빛으로

우리는 낯선 그림자 골목을 지나쳤다


이것을

감기처럼 찾아온 우리들의 이웃이라고 

해두자


저녁에는 홀로 풍선처럼 가벼워지기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내 몸을 빠져나간 검은 피처럼

어떤 슬픔이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월간 시인동네 2017년 12월호에서」

▓▓▓▓▓▓▓▓

최서진 시인 

충남 보령 출생. 
2004년 《심상》으로 등단.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시와미학> 편집장. 성결대 및 서일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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