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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35 은꽃나무 2021.06.04 13:50:49
조회 177 댓글 1 신고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 이희중


젊은 날 녹음해서 듣고 다니던

카세트 테이프를 꺼내 듣다가

까맣게 잊었던 노래

그 노래를 좋아했던 시간까지 되찾고는 한다



그러니 새 노래를 더 알아 무엇 하나

이미 나는 너무 많은 노래를 좋아했고

그 노래들은 내 한 시절과 단단히 묶여 있는데

지금 들으면 간주마다 되새길 서사가 있어

귀에 더 두툼하고 묵직하니

이제, 모아둔 음반, 가려 녹음해둔 테이프를

새겨듣기에도 내 세월이 넉넉하지 않음을 안다

옷장을 열어보면

기워 입지 않고 버리는

부유한 세상으로 건너오며

한 시절 내가 골라 입었던 적지 않은 옷들

오늘 내 생애처럼 걸려 있거나 쌓여 있다

다 아직 입을 수 있는 옷들

반팔, 반바지는 헌 자리 하나 없다

그러니 새 옷을 더 사 입어 무엇 하나

문득 열 해, 스무 해 전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나는 그때 나이로 돌아간다, 그렇게 여긴다

사진첩 속에 멎어 있던 젊은 내가 햇살 속을 활보한다

새 사람을 사귀어 무엇 하나

내가 챙기지 못해 멀어진 사람들

아직도 할 말, 들을 말이 남은 헤어진 사람들

옛 주소록 여기저기 간신히 남아 있다




아주 늦기 전에, 그들을 찾아

지난 세월의 안부를 물으며

위로하고 위로 받고

거듭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간혹 용서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낳지 않은 사람들의 안부를 알아볼까

그 이름을 낮게 불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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