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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아버지와 나와 담배 - 박순호
100 뚜르 2021.05.11 06:24:38
조회 211 댓글 0 신고

안개 속에서 아버지와 나와 담배 - 박순호

담뱃갑이 이천 원이나 올랐다

애연가들에게 비보를 안겨준 울림은

꽤나 커다란 북이었다

찢기지 않는 소가죽이었다

입술을 꿰매 버릴 수도 없는 상황

창 밖 안개를 내다보는 일이 겁났다

담배 연기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기 때문

그런데, 냄새가 났다 담배 연기가 뜻밖에,

1998년 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났다

검지와 중지에 걸린 담배가 다 타들어가도록

안개 속에 서 있었다

금단현상인가?

아버지 손을 떠나지 못했던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수의는 해지고 오동나무 관은 갈라지고

보랏빛 오동꽃이 피었다

사업 실패 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친척에게 격식을 갖출 줄 몰랐고

가족을 외면했다 그럴수록 나는 귀찮을 만큼

담배심부름을 가는 날이 늘어났다

안개처럼 짧았던 생

아버지에게 담배는 가족이었고 종교였고 직장이었다

그러므로 인생이 주는 그늘 아래에서도 울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니 딱 한 번 울었다

생선뼈처럼 뾰족하게 누운 채

온몸으로 전이된 암을 점자처럼 짚어가면서

내 손을 잡고 울었다

그 울음은 이제,

안개가 깊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오른손을 코에 가져다 대본다

아버지의 냄새와 닮았다

월간 『유심』 2015년 3월호 발표

박순호(朴順昊) 시인

1973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01년 《문학마을》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다시 신발끈을 묶고 싶다』, 『무전을 받다』, 『헛된 슬픔』, 『승부사』가 있음.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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