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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위에 있는 사람 /송종규
100 뚜르 2021.05.05 0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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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위에 있는 사람 /송종규

 

 

너는 나를 본 적이 있느냐

꼬박 새워 흐느끼던 그 밤을 본 적이 있느냐

누군가 새벽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그때

후두두둑 별들이 떨어져 내리던

사무치던 새벽의 문장을 읽은 적이 있느냐

희미하게 빛들의 어린 손이 창밖에서 어른거리고

기적소리가 실밥처럼 꼬리를 물고 따라오던

생의 변두리

의심으로 가득하던 내 스물을 본적이 있느냐

모든 결론이 다 진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자주 실패했고 아주 가끔씩 반짝이기도 했지만

한번이라도, 상수리나무 잎사귀 같던 내 마흔을 읽은 적이 있느냐

세월은 때로 구부정한 어깨로 당도하고

때로는 분홍 패랭이꽃처럼 당도하기도 한다

한 문장 안에 한 생애를 구겨 넣을 수는 없지만

달빛에 바랜 수북한 백지들을 너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지 않느냐

우두커니 겨울나무 곁에 화석이 된 사람이 앉아있다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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