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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묵향 2003.12.08 13: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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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다. 몹시 가난했던 젊은 시절, 그들의 식사는 늘 한조각의 빵을 나누어 먹는 것이었다.

그 모든 어려움을 사랑과 이해로 극복한 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결혼 40주년에 금혼식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속에서 부부는 무척 행복했다.

손님들이 돌아간 뒤 부부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탁에 마주앉았다.

하루종일 손님을 맞이하느라 지쳐있었으므로 그들은 간단하게 구운 빵 한조각에 잼을 발라 나누어 먹기로 했다.

" 빵 한조각을 앞에 두고 마주앉으니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나는구료"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지난 40년동안 늘 그래왔듯이 할머니에게 빵의 제일 끝부분을 잘라 내밀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할머니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몹시 화를 내는 것이었다.

"역시 당신은 오늘 같은 날에도 내게 두꺼운 빵 껍질을 주는군요.

40년을 함께 살아오는 동안 난 날마다 당신이 내미는 빵 부스러기를 먹어 왔어요.

그동안 당신에게 늘 그것이 불만이었지만 섭섭한 마음을 애써 참아왔는데... 하지만 오늘같이 특별한 날에도 당신이 이럴

줄은 몰랐어요. 당신은 내 기분이 어떨지 조금도 헤아릴 줄 모르는군요."

할머니는 분에 못이겨 마침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할아버지는 몹시 놀란 듯 한동안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할머니가 울음을 그친 뒤에야 할아버지는 더듬더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진작 이야기해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난 몰랐소.

하지만 여보, 바삭바삭한 빵 끄트머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