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날 저녁 /강세환
뚜르 2023.03.26 06: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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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날 저녁  /강세환 

 

이 봄날 저녁

어느 옛 시인의 연인이 살던 집 뒤란을 홀로 거닐었다

뒤란 담장 아래엔 낯선 꽃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도 서로 함께 모여서 살고 싶었을까

옛 시인의 늙은 연인도 시인이 되었을까

저 꽃은 내가 이 집 주인이 아닌 것도 아는 걸까

또 오늘 저녁 그냥 지나가는 것도 알고 있을까

저 꽃은 누군가 한 시절 거닐었던 뒤란을

또 하염없이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을까

삶은 결국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그곳에 머무는 걸까

나는 왜 남의 집 뒤란을 한번 걷고 싶었을까

저 개울 건너면 빈방 한가운데 누군가 향 한 자루 꽂아놓았더군

한쪽 벽에 기대어 벽면의 초상화를 바라보면

옛 시인의 연인이 차라도 한잔 꺼내놓을까

빈방엔 또 누군가 꽃 한 묶음을 두고 갔더군

저 꽃은 또 어디서 왔을까

저 꽃의 침묵은 이 집의 주인이 떠난 것도 알고 있는 걸까

이 집의 주인이 이 집을 통째 버렸듯이

나도 곧 통째로 다 버려야 할 것 같다

그게 무엇일까? 나의 시?

저 꽃과 침묵과 연인과 슬픔과 물소리도

제 삶을 남에게 맡겨놓고 떠난 것 같은

이 봄날 저녁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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