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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2023.02.08 19: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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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부의 가르침

 

햇살을 풀어놓은 들녘엔 여름이라고 소풍 나온 매미와 멀리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 그리고 입술을 굳게 다문 하늘뿐입니다.

 

한가로움이 턱 하니 자리 잡은 논길을 따라 소달구지에 거름 할 똥을 싣고서 밭으로 가는 늙은 농부의 움푹 팬 광대뼈에 머문 여름 햇살이 더 짙어 보이기만 하던 그 때.

 

“워어” 하는 늙은 농부의 소리에 멈춰선 소달구지.

 

“스님 .. 어디까지 가시는 진 모르겠지만 그러다 엉덩이에 해 받치겠소. 이 소달구지에라도 타시구려.”

 

늙은 농부의 걱정스러운 말에 시름에 잠겨있던 젊은 스님은 할 수 없다는 듯 코를 막고 옆 귀퉁이에 멀찍이 앉아 있는 걸 보고선

 

“하하 스님.. 똥은 더럽지요. 하지만 똥파리에겐 진수성찬이올시다. 그리고 이 늙은 농부에겐 좋은 거름이고요.“

 

“ 그건 그렇지만“

 

“스님한텐 똥은 더러운 거지만 똥파리와 제겐 소중한 것이니 똥은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구분한 거일뿐인 거고요...“

 

“아, 네... 그렇긴 하죠 “

 

띄엄 거리며 여름을 가로지르는 달구지 위에서도 고개만 숙인 채 앉아있는 젊은 스님에게

 

“허허 젊은 스님.... 아까부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왜 그리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소?“

 

​라는 늙은 농부의 말에

 

"큰스님 심부름으로 다른 절에 다녀오다 그만 도반 스님께서 전해주라는 귀한 서책을 잃어버렸지 뭡니까.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그래서 그리 낙담하고 계셨구먼요. 촌로라 뭐 아는 게 없지만 한마디만 하리다."

 

"아... 네...."

 

"이 늙은이가 볼 때 스님은 잃어버린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건 저 풀 뜯는 염소만 하다면, 안 일어난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여기 황소만 하구료..“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어르신“

 

“경전을 잃어버린 건 일어난 일이지만 큰스님한테 혼이 날지 절에서 쫓겨날지는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잖소.“

 

“네. 그렇지요”

 

“일어난 일만 걱정하시구려. 안 일어난 일은 그 다음 생각하시구..“

 

얼마 지나지 않아 달구지에서 내린 젊은 스님은 빨간 노을을 등지며 멀어져 가는 늙은 농부를 보며 큰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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