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꽃의 궁전/박종영
이현경 2022.09.21 0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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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꽃의 궁전


-박종영-


팔월의 부드러운 햇볕은 연꽃과 눈웃음을 치고
물안개 분홍색으로 퍼지는 짙은 여름날,
흘러가는 바람도 사뭇 잔잔하게 환한 연꽃의 숲
물의 가장자리는 구름의 큰 거울이 된다.


연잎 그늘 아래 명쾌한 진흙의 손놀림이
뿌리에 혈관을 내고 숨소리를 고르느라 안간힘이다.


넓고 우람한 연잎 그늘은 사색의 보금자리,
피어오르는 백련의 호방한 향기를 탐하려는가?
바람은 한가한 시간으로 연꽃 가슴을 만지며 스쳐 가고,


아픈 기억을 묻어 굵은 매듭의 뿌리를 보듬으며
빛의 증거로 피워낸 신비의 꽃,
꽃잎 위에 떨어지는 비를 수정으로 토해내는 푸른 연잎들,
젖지 않게 품어 붉은 사랑으로 자비를 베푸는 관음의 꽃인가.


뿌리는 혼돈과 더러움의 상징이나 꽃의 몸은 정갈하여 으뜸이고,
향기 멀리 있어도 맑게 퍼지는 군자의 품행이거니
우뚝하고 깨끗해서 바라볼 수 있으나 희롱할 수 없는 꽃,
어찌 너를 두고 하늘 아래 옥황의 꽃이라 아니하랴.


팔월의 더운 바람은 향기의 기운으로 맑아지고,
소담한 연꽃에 입 맞추고 떠나가는
바람의 걸음걸이가 가볍게 휘청거리는 풍경의 나라,
가장 오래된 꽃의 궁전 회산백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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