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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손바닥
55 산과들에 2021.12.03 18:39:50
조회 139 댓글 1 신고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페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이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손이라도 집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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