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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김지녀
100 뚜르 2021.12.03 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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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김지녀

 

 

여든이 된 노인이 개와 대화를 한다

개의 이야기는 개로 태어난 억울함으로 시작되고

노인은 귀가 어두워

개가 계속 짖도록 개처럼 앉아 있다

개는 더 이상 짖지 않는다

억울함은 남았지만 아무리 짖어도 억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일 수도

개는 벽을 열고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개가 벽 속으로 들어간 후 노인은 침대에 눕는다

침대에 누우면 바다가 열린다

바다에서 느긋하게 헤엄을 치는 것

벽이 흐물거리도록 숨을 참고

잠수하는 것

노인은 개보다 헤엄을 잘 친다

개보다 더 오래 참고 있다

노인의 집엔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가 셋

노인과 개가 번갈아 앉는 의자가 하나

전기 요금 명세서와 장을 본 영수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노인은 개가 나오길 기다린다

벽의 주름을 잡아당겨 본다

개가 나오질 않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 이야기에서 개는 죽지 않는다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으므로

우리가 개처럼 귀를 앓고 있으므로

 

 

ㅡ 『시와 사상』(2021, 가을호)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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