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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여행자] 모바일등록
11 k하서량 2021.10.26 21:19:35
조회 239 댓글 3 신고

 

여행자

기형도 시인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 속에 가득 찬, 오래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 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엇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

▓▓▓▓▓▓▓

 

기형도(奇亨度) 시인(1960~1989)

경기 옹진군 연평도 출생

 

학력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데뷔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안개' 등단

수상

1982년 윤동주문학상

경력

중앙일보 기자

 

◈기형도(奇亨度) 시인은

주로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발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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