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을에 머문다
루시아 설순복
비온 뒤의 가을아
너는 더욱 이쁘구나
하늘도 바람도 새소리도
맑고 고운 날 어느샌가
고향의 언덕길에 들어선다.
추수 끝낸 볏짚으로 지붕은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굴뚝엔 뽀얀 연기 뭉개구름 되어
하늘 높이 사라지고
멀리 산 아래 강가에선
물안개 피어오르고
그렇게 고향집 마당에
얼빠진 모습으로 서 있는 나의 영상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해
놀란 형상으로 나를 맞이한 넌
고향의 가을이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