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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숲에서 길을 잃다 / 김해자
100 뚜르 2021.10.22 08: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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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숲에서 길을 잃다  / 김해자

너무 깊이 들어와버린 걸까

갈수록 숲은 어둡고

나무와 나무 사이 너무 멀다

동그랗고 야트막한 언덕배기

천지사방 후려치는 바람에

뼛속까지 마르는 은빛 억새로

함께 흔들려본 지 오래

막막한 허공 아래

오는 비 다 맞으며 젖어본 지 참 오래

깊이 들어와서가 아니다

내 아직 어두운 숲길에서 헤매는 것은

헤매이다 길을 잃기도 하는 것은

아직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한 탓이다

깊은 골짝 지나 산등성이 높은 그곳에

키 낮은 꽃들 기대고 포개지며 엎드려 있으리

더 깊이 들어가야 하리

깊은 골짝 지나 솟구치는 산등성이

그 부드러운 잔등을 만날 때까지

높은 데 있어 낮은, 능선의

그 환하디환한 잔꽃들 만날 때까지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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