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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당신 안에서
55 산과들에 2021.05.18 20:56:38
조회 163 댓글 1 신고

자그마한 풀꽃 한 송이 들여다보아도

부끄럽습니다 이른 아침, 곷잎에 맥혀

둥글게 글썽이며 햇살을 되비추는 물방울

그 작디작지만 맑고 투명한 글썽임이

더욱 부끄럽게 만듭니다 나는 가까스로

들숨 날숨, 당신 안에서 이마를 조아립니다


한때는 날아오르는 꿈을 꿨습니다 그 꿈속에

사닥다리를 놓고 오르기도 했습니다

사닥다리 끝에서는 다시 내려와야 했고

날아오르려 할수록 깊이 떨어져내렸습니다


그다음의 길은 내려가기였습니다

더 내릴 수 없을 때까지 내려가고 심지어

깊은 물 속에 나만의 집을 짓고 방을 만들어

아득하게 푸른 창을 내려고도 했습니다


또 한때는 올라가다 내려가고 내려가다가는

오르는 길을 찾아 헤맸습니다. 올라가려 해도

아무리 내려가보다오. 길은 안 보였습니다

길은 있어도 눈이 어두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느끼고 있습니다 마음 낮추고

오직 당신 안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한 송이 풀꽃이 피워 올리는 생명의 불곷

그 언저리에서 둥글게 글썽이는 물방울의

햇살 되비추기에도 얼마나 눈물겨운지

얼마나 넉넉한 당신 품 안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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