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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빈잔
1 박찬주 2004.08.03 13:28:36
조회 1,080 댓글 4 신고
그대의 빈 잔



당신의 떠난 빈 자리엔

덩그러니 그대의 빈 잔만 남아 있다


사랑말(蜜語)을 서리서리 담아

서로의 반쪽 입시울을 적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부채(秋扇)처럼

눈길조차 끊어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기억에서

당신의 빈 잔을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삼생(三生)에 걸쳐 이어오면서

얼키설킨 인연의 실타래는

단칼에 잘려지는 고르디우스 매듭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불현듯 서물거리며

파편처럼 남아 있는 당신에 대한 기억을 짜 맞추고

흔적처럼 녹아 있는 당신 몸냄새는

미련을 앞세워 당신에 대한 열정(劣情)을 토해내게 하고 있다


당신에게 바친 사랑의 맹세는

내 가슴밭을 열뜨리며

떨려나오는 당신을 되짚어넣고

약조(約條)지키라 드잡이 벌이고 있다



하여



당신에 대한 사랑은 모질게 거듭나고

나는 당신의 빈 잔을 거두어 내 사랑말을 채워

당신 빈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당신 입술자죽이 묻어났으면 좋으련만…

지켜보는 내 입술이 공연스레 조바심 떨고 있다


(후기)

- 서리서리

(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양
그립던 금강으로, 그리운 금강산으로!
떨치고 나선 산장에서는 어느새 산의 향기가 서리서리 풍긴다
(鄭飛石, 山情無限)

- 가을부채(秋扇)

철이 지나 쓸모 없이 된 물건
전하여, 남자의 사랑을 잃는 여자

-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2000여년전 지금의 소아시아 지방의 프리기아 왕국 고르디우스가
얽어놓은 매듭으로그 매듭을 푸는 사람은 아시아의 왕이 된다는
전설이 있었다
알렉산더는 그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고
그 후 페르시아를 정복하게 되자 사람들은
알렉산더가 매듭을 푼 것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 서물거리다

아리송한 것이 눈앞에 삼삼히 떠올라 어른거리다

- 열뜨리다

열어젖히다
'열다'의 강세어

- 드잡이하다

서로 머리나 멱살을 잡고 시비하거나 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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