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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초대석-탄핵특집> 소설가 이문열씨
1 구본용 2004.03.22 11:52:16
조회 685 댓글 6 신고
2004/03/21 04:50 송고




소설가 이문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소설가 이문열씨가 탄핵 정국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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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철회는 한나라당 두번, 세번 죽는길"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적의 일으켜선 안돼"
한나라당 공천심사 끝내 "정치안목 키웠다"

(서울=연합뉴스) 이명조 기자 = "전략이나 정쟁, 혹은 싸움의 원리로 본다면 한나라당이 탄핵안을 철회하고 물러서는 것은 두번, 세번 죽는 길입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정치적 `외도'를 했던 소설가 이문열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통령 탄핵안 철회론에 대해 "당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그대로 가야한다"는 강공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동정여론을 계산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탄핵안 가결쪽으로 유도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초 탄핵안 발의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도 (11일 대통령 특별기자회견을 보고) 홱 돌아섰습니다."
"상대방이 피하고 싶어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받아쳐 온다면 후퇴는 곧 패배"라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17대 총선전망에 대해 그는 "현저하게 한나라당에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탄핵안 가결이 선거와 큰 연관성을 갖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지금 여론처럼 험한 꼴은 보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인터뷰는 공천심사후 부인과 함께 고향인 경북 영양군 석보면에 있는 글방 `광산(匡山)문학연구소'에서 휴식을 겸해 며칠 묵은 뒤 경기도 이천 `부악문원'(負岳文院)으로 돌아온 20일 이뤄졌다. 집뒤 산이름인 `부아악'(負兒岳)을 따 이름 붙였다는 글방 겸 자택인 `부악문원'의 잘 꾸며진 정원에는 봄기운이 피어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탄핵안 철회론이 야당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탄핵안 발의를 할때 너무 엄청나게 큰 일이어서 머뭇거렸습니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그러나 노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은 도전이었어요. 노 대통령이 탄핵안을 절대로 꺼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도 이를 원했던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일단 발의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그대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도 (선거중립의무 위반에 대해) 사과할 리 없지 않습니까?"
--탄핵안 가결로 국론분열 양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진영에 들어가서 싸우면 선악, 혹은 시비에 빠집니다. 자기입장은 선이고 반대편 입장은 악이 됩니다만 그건 각자의 입장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날카롭게 만들어야 상대방을 죽일 수 있게 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튼튼하게 만들어야 목숨을 지킬 수 있도록 합니다. 화살 만드는 사람은 모질고, 갑옷만드는 사람은 착한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은 갑옷 만드는 게 직업이고, 또 한 사람은 화살 만드는 게 직업일 뿐입니다. 보수든 진보든, 정당 간이든 자기들 입장차이지 선악이나 시비의 차이는 아닐지 모릅니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건강하게 대립, 경쟁하고 공존할 길은 없을까요.

"(보수와 진보는) 세상을 움직이는 두 개의 태도요 동력같은 것입니다. 그게 없다면 세상은 딱 멈춰서 있게 됩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적의가 돼선 안되며, 적의를 일으켜서도 안됩니다. 우리 사회의 다음 화두는 적의와 증오가 아니라 참고와 승인이 돼야 합니다. 적의와 증오가 `나하고 달라도 살아갈 수 있다', `저렇게 생각해도 된다'는 승인과 참고로 바뀌게 하는 것이 다음 세대 지식인들의 화두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보수와 수구반동은 전혀 다른 개념인데 진보쪽에서 보수에 대한 적의와 악의를 드러낼 때 덮어씌우는 것이 수구반동이죠. 적의 개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차이가 적의와 증오로 변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소수에 의한 다수의 위장이란 점에서 최근 시민운동에서도 여전히 홍위병을 떠올립니까.

"사실 지금까지 변화를 이끌어낸 모든 정치운동은 소수가 다수를 위장한 것이었습니다. 개인숭배주의와 반(反)이성주의가 없으면 정치적 영웅은 나타날 수 없고 세력도 결집할 수 없습니다. 개인숭배주의와 반이성주의가 결합돼 정치적 힘을 만들어내고 타락하면 파시즘이 되기도 합니다. 그게 꼭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내가 지나치게 비난한 것이 아닌 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같은 현상이 별로 낙관적이지도 온당하지도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탄핵사유는 온당하다고 보십니까.

"법률적인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얼마 전에 스웨덴에서 한 재벌이 교통위반에 걸려 112만달러 벌금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통 벌금이 200-300달러인데 과도하다며 항소를 했더니 재판부가 `재벌인 당신한데 200-300달러 벌금 줘봐야 아프지도 않을 것이고 이 정도는 돼야 다음에 조심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탄핵안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다른 사람한테는 문제 되지 않는 것도 대통령이기 때문에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불법논란 속에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어떻게 보십니까.

"개인숭배주의, 반이성주의의 전형입니다. 친정권적이고, 홍위병적이고, 어용적인 집단의 활동이죠. 무엇보다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 다수가 시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불순하고 비민주적인 발상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입니다. 행정부나 입법부가 아니라 사법부를 겨냥한 시위는 우리 현대사에 유례가 없을 겁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 결과에 만족하십니까.
"모두 80일에 걸친 공천심사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안목도 키웠고 작가의 입장에서 유용한 체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천에 대해 나중에 평가를 받을 것으로 봅니다. 전국구 후보공천도 개혁공천이라는 처음 의도대로 잘 마무리해야 할 겁니다. 당이 살려면 쇄신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겠죠. 48% 정도 되는 현역의원 교체율도 여야 3당 가운데 제일 높을 겁니다. 다른 당은 35%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여성인사 기용이 뜻대로 안됐다는 겁니다."

--5,6공 출신 공천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잖았던 걸로 압니다만.
"5,6공 출신들은 대부분 나갔습니다만 단지 5, 6공 출신이라는 이유는 아닙니다. 한나라당이 거듭 나고 발전하는데, 4년 뒤 대권을 다투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판단근거였습니다. 정형근, 김용갑 의원의 극우적 분위기가 당의 앞날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개인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부패와 연관돼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야말로 이데올로기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것이죠."
--총선연대의 낙천대상자 명단을 `역(逆)참고' 하겠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역참고' 했습니다. 낙선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불리한 점수를 준 적은 한 번도 없고 때로는 `저 사람들이 미워하니까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역참고한 경우도 있습니다."
--공천심사에서 역점을 둔 부분이 있습니까.

"당헌에 부정부패 연루자 등 공천부적격자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에다 개혁이 요구되는 시대상황에 맞게 배제의 기준이 아니라 영입 기준으로 삼은 것이 추가됐습니다. 이데올로기, 정치적 입장, 정체성 등 자유민주주의에서 중시되는 가치를 보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나라당이 덮어쓰고 있는 낡고 늙고 때묻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신선하고 새롭고 깨끗한 이미지의 인물은 받아들이고 해가 되겠다고 판단되면 배제했습니다."
--일부 호남지역에 후보를 못내 지역정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런 한계가 극복되는 날이 행복한 날이 될겁니다. 바로 그 날이 우리정치가 건강성, 완전성을 회복하는 날이 되겠죠."
--공천심사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배경은 무엇이죠.

"보수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자리가 없어질 지 모르겠다고 생각해 참여했는데 더 불안해져 버렸어요. 보수가 자기보존도 못하는 상태에 빠질 지 모르겠다는 판단에서, 대표적인 보수정당이 자기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도록 도움을 줘야 겠다는 뜻에서 결심했어요."
--황석영씨는 `작가는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야 된다'고 했습니다만.

"80년대에 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당시 황 선배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도 아니고, 참여하지 않는 문학은 문학도 아니다'란 입장이었어요. 그때는 지금과 서로 입장이 뒤바뀌었죠. 나도 말을 바꿨고, 황 선배도 말을 바꾼 것이죠. 나는 그때 문학이 정치에 종속되거나 정치가 간섭하면 나쁜 것이라고 했어요. 세월이 바뀌니 말도 바뀐 겁니다. 아이러니를 느껴요."
--최근 여론조사결과 한나라당 지지도는 하락세입니다.

"현저하게 한나라당에 불리해 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이 선거와 큰 연관성을 갖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까지는 대중, 민중의 판단, 양식을 믿는 편입니다. 대중은 결정적일 때 가면 상당히 진지해지고 보수적이 됩니다. 내가 투표권을 가진 이후 의식적으로 지켜본 선거를 보면 깜짝 놀랄 정도의 진보적인 뒤집힘은 두 번 정도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세를 급작스럽게 불리는 동안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사표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득표요인도 있었지만 감표요인도 생겼다고 봅니다. 어젯저녁에 몇십만명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한 것도 감표요인입니다."
--문학으로 복귀한 소감은 무엇입니까. 향후 창작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그동안 밀린 글이 많습니다. 밀린 글 쓰고,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하던 글을 마무리해서 두꺼운 책으로 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80년대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입니다."
--80년대 정리는 어떤 식으로 할 작정인지요.

"나는 남이 부른 노래를 잘 따라 부르지 않는 성격입니다. 따라서 80년대 정리가 기존의 역사해석방식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부른 노래와는 다른 노래가 될 겁니다. 80년대를 사회.경제, 문화.예술, 정치 등 주제별로 나눠 3부작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문화.예술 분야를 먼저 하게 될 것 같은데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3년이상은 걸릴 것 같아요. 2000년 `아가', 2001년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 쓰고난 뒤 지금까지 2년반이 지나도록 쓴 게 없어요."
--사숙(私塾)인 `부악문원'은 숙생(宿生)을 얼마나 배출했습니까.

"숙생은 4기까지 있었어요. 올해에 6기생이 있어야 하는데 5기와 6기생을 안 받았어요. 지금은 5명의 객원들이 별도의 커리큘럼 없이 시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mingjoe@yonha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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