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보이지 않는 선물
12 좋은말 2004.03.13 09: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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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집은 가난했습니다.
시 쓰는 아버지는 돈이라곤 모르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데다 형제까지 많아 살림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갖고 싶은게 있어도 차마 사 달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해 늘 속으로만 우물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는 날 숙제를 하고 있는데 창밖에서 친구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동규야~ 동규야~노올자~!!"

나는 빼꼼이 창문을 열고 말했습니다.

"어.. 나.. 지금 숙제해야 되는데.. 너 혼자 놀아! 미안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는 몸을 한바퀴 빙 돌리며 말했습니다. 녀석의 속셈은 따로 있었습니다.

"하하. 나 가방샀다. 이거봐라~ 하하하 하하하"

친구는 새로산 가방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좋겠다......... 잘가...."

나는 친구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습니다.

"히히, 너도 가방 사 달라고 그래.. 나 간다 안녕!"

친구는 신나게 손을 흔들며 집으로 갔습니다.
나는 너무나 속상했습니다.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친구의 새 가방이 너무나 부럽고 내 낡은 책보가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습니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어머니에게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엄마.. 나도.. 가방 사주면 안 돼요?"
"가방? 그래.. 크리스마스때 사주마"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뭘 사달라고 하면 어머니는 언제나 크리스마스에 사 줄것을 약속하며 미루곤 했는데 우리 형제들은 늘 그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기다렸습니다.
부모님은 자식들과의 약속을 단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해 크리스마스에도 나는 어김없이 새 가방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로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때의 일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어느 날, 아버지는 방안에 우리 다섯 형제를 빙 둘러 앉힌 뒤 원하는 선물을 말하도록 했습니다.
언제나처럼 맨 아랫동생이 받고 싶을 선물을 말하고, 아버지는 그것을 노트에 적었습니다.

"응,, 저는 막대사탕이요"

막내는 막대사탕을, 넷째는 유리구슬, 셋째는 스웨터였습니다.
이제 둘째 여동생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동생은 자기 차례가 오자마자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는 털외투 사 주세요!!"

순간 어머니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아버지도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나는 연필을 들고 있는 아버지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가죽구두를 사 달랠 작정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을 바꾸고 말았습니다.

"그래 동규 너는?"
"저..저.. 저는.. 털장갑이요.."

그날밤 나는 방에 틀어박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속에서 치미는 설움을 꾹꾹 눌러 삼키며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꼈습니다.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이불을 들추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멘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눔이.. 철이 들어서... 철이.. 들어서..."

그해 크리스마스에 나는 털장갑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장갑속에는 어머니가 쓴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를 사랑하는 동규야. 하느님이 백배 천배 축복을 주실거야"

나는 그 장갑을 껴 보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편지 속 어머니의 사랑과 '이눔이 철이 들어서, 철이 들어서...' 하시던 아버지의 말 한마디야말로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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