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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 용서는 못하더라도 잊으면 안되잖아.
13  쭈니 2018.01.16 15:01:54
조회 496 댓글 0 신고

 

 

감독 : 리 언크리치

더빙 : 안소니 곤잘레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벤자민 브렛

개봉 : 2018년 1월 11일

관람 : 2018년 1월 13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웅이는 이 영화에 영감을 얻었다.

 

2017년부터 저는 웅이와 함께 본 영화들을 좀 더 특별하게 추억하기 위해 함께 본 영화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영화의 포스터, 명장면, 주인공의 모습 등을 저와 웅이가 번갈아 그리며 영화에 대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2018년부터는 웅이의 요청으로 규칙을 조금 변경했습니다. 2017년에는 단순히 보고 그리기 수준이었다면, 2018년부터는 그림에 저와 웅이만의 창작을 덧붙이기로 한것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가가 꿈이었던 저는 당시 제가 창조한 캐릭터 '밀림의 왕 라이몽'을 이용한 만화로 웅이와 함께 본 영화를 짧게 표현하기로 했고, 웅이는 2014년 저작권으로 등록된 '모자룡' 캐릭터를 이용해서 영화의 한 장면을 재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미 2018년 첫 영화인 [쥬만지 : 새로운 세계]를 소재로한 '밀림의 왕 라이몽'의 만화 구성을 완성했습니다. 그렇다면 두번째 영화인 [다운사이징]은 웅이가 그릴 차례입니다. 하지만 웅이는 "제가 [코코]를 그리면 안될까요?"라며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코코]를 보며 그림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고합니다. 과연 [코코]의 한 장면과 웅이에게 있어서 불후의 캐릭터인 '모자룡'의 콜라보레이션은 어떤 형태로 그려질지 기대가 됩니다.

[코코]는 언제나 저와 웅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픽사 애니메이션입니다. 이번 영화의 배경은 멕시코입니다. 사실 [리오]처럼 브라질의 아마존 정글을 배경으로한 영화는 제법 많았습니다. 하지만 멕시코라니.... 솔직히 멕시코라고 한다면 황량한 사막, 마약, 강력범죄 등 나쁜 이미지만 가득하기에 과연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멕시코를 어떻게 그려낼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괜한 걱정을 했네요. [코코]는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언제나 그러하듯이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관객 앞에 펼쳐 놓습니다.

 

멕시코에 가본적이 없는 내가 멕시코에 대해서 나쁜 선입견을 가지게 된 것은

멕시코를 범죄의 나라로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코코]를 보니 멕시코 역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을 쫓아 열심히 살아가는 곳일 뿐이더라.

  

 

뮤지션이 되고 싶은 소년

 

[코코]의 주인공은 뮤지션이 되고 싶은 소년 미구엘(안소니 곤잘레스)입니다. 하지만 미구엘의 가문에서 음악은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가 뮤지션이 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미구엘의 고조할머니인 이멜다(알라나 우바치)는 남편없이 홀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며 신발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했고, 그 덕분에 가문을 일으켜세웠습니다. 이러한 과거가 있기에 미구엘 가문의 사람들은 무조건 신발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해야 하며, 그와 반대로 음악은 절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사춘기 소년 미구엘은 그러한 가족의 반대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특히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멕시코의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벤자민 브렛)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미구엘의 반항심은 더욱 커집니다. 결국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날'에 광장에서 펼쳐지는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기 위해 에르네스토의 무덤에 있는 기타에 손을 댑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가게 됩니다. '죽은 자들의 날'에 죽은 자의 물건을 손댄 것에 대한 저주입니다.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빠져 나가려면 가족의 축복을 받아야합니다. 

사실 이러한 전개는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신나는 모험을 한 후 가족의 축북을 얻어 산 자의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며, 산 자의 세상에 와서는 음악을 통해 가족에게 인정을 받고 진정한 뮤지션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것은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정해진 룰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코코]는 몇가지 요소들을 첨가함으로써 정해진 룰에 따라 진행되는 [코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소년은 꿈을 꾼다.

그리고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이뤄나갈 것이다.

그것은 픽사, 디즈니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에서 펼쳐지는

익숙한 광경이다.

 

 

산 자들의 세상보다 화려한 죽은 자들의 세상  

 

조금은 뻔한 이야기처럼 보이는 [코코]를 특별하게 만드는 첫번째 요소는 바로 화려한 죽은 자들의 세상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영화에서 죽은 자들의 세상은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였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최근 개봉해서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흥행에 성공중인 [신과 함께 : 죄와 벌]만 해도 그렇습니다. 죽은 자들의 세상은 살았을 적의 죄를 심판받는 무시무시한 곳이고, 그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코코]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죽은 자들의 세상을 그려넣습니다. 비록 모습은 해골이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순간 존재가 지워지지만, 죽은 자들의 세상은 오히려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보다 아름답고 호화롭습니다.

[코코]의 죽은 자들의 세상에는 살았을 적의 죄에 대한 심판 따위도 없습니다. 만약 에르네스토가 우리나라에서 죽었다면 온갖 지옥의 형벌을 받아야 했을테지만, 그는 멕시코에서 죽은 덕분에 살았을 적의 명성을 죽어서도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죽음의 가치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멕시코인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소재인 '죽은 자들의 날'은 실제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죽은 이들을 기리는 멕시코 최대 명절입니다. 멕시코인들은 세상을 떠난 이들이 1년에 한번 가족과 벗을 만나러 산 자들의 세상에 내려온다고 믿으며 멕시코 전역의 공원과 건물, 가정에 제단을 차리고 죽은 이들을 기린다고합니다.

[코코]가 멕시코를 배경으로한 덕분에 죽은 자들의 세상은 화려해질 수가 있었습니다. 온갖 화려한 색체와 흥겨운 음악들이 어우러지고, 근심 걱정이라고는 살아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잊혀지는 것 뿐입니다. 게다가 1년에 한번 산 자들의 세상에 가서 그리운 가족, 친구들과 만날 수 있으니 영화 속 죽은 자들의 세상은 어찌보면 우리가 그리는 파라다이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코코]는 지금까지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아름다운 죽은 자들의 세상을 통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영화에서 살아 있는 자들의 세상은 현실적이고 차분하다.

그와는 반대로 죽은 자들의 세상은 화려하고 흥겹다.

이렇게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설정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잊혀진다는 것의 슬픔

 

[코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활기차고 흥겹습니다. 미구엘은 가족들에 의해 뮤지션이라는 자신의 꿈을 차단당하지만,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훔치려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가게 되지만, 오히려 그곳은 산 자들의 세상보다 아름다운 곳입니다. 미구엘과 함께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간 떠돌이 개 단테는 디즈니의 전형적인 코믹 조연 캐릭터처럼 보이고,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만난 헥터(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역시 온갖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산 자들의 세상에 가려고 발버둥치는 코믹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픽사 애니메이션이 그러하듯 [코코] 역시도 후반에 가서는 감동 모드로 전환됩니다.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에 대한 비밀이 벗겨지고, 뮤지션의 꿈을 위해 자신이 버리고 간 딸 '코코'에 대한 그의 그리움과 미안함이 뒤엉키며, 아름다웠던 죽은 자들의 세상은 잊혀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죽은 자들의 회한이 담긴 도시로 변모합니다. 그러면서 왜 영화의 제목이 주인공 소년의 이름인 '미구엘'이 아닌, 미구엘의 증조할머니인 '코코'인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초반 '코코'는 휠체어에 무심히 앉아 있는 존재감없는 할머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름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이 화면에 비출 때마다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이 3D 애니메이션의 특성대로 반질반질한 표부 질감을 가졌는데, '코코'만큼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랬던 그녀가 힘겹게 '아빠'를 부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꿈을 찾아 떠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코코'의 짙은 주름처럼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코코'에게만큼은 잊혀지고 싶지 않았던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절규와 아빠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을 간직한 '코코'의 모습은 왜 픽사 애니메이션이 어린이 관객 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에게마저 큰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 보여줍니다.

 

    [코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은 자들의 세상을 표현한 화려함도, 미구엘의 노래도 아닌, '코코'의 주름진 얼굴이었다.

그녀가 힘겹게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순간 내 가슴 속에도

진한 감동이 솟구쳐 올라왔다.

 

 

용서는 못하더라도 잊으면 안되잖아

 

저와는 달리 애니메이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구피는 [쥬만지 : 새로운 세상]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저와 웅이를 따라나섰습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나고나서 저와 웅이는 가장 먼저 구피에게 영화가 재미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구피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 재미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끈끈한 가족애는 영화의 배경이 멕시코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멕시코인들은 어느 나라보다도 가족애를 중요시한다고 하네요. 죽은 자들의 세상에 대한 화려한 묘사와 너무 심하다 싶은 가족을 강조하는 교훈까지... [코코]가 조금은 낯선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이유들입니다. 

저는 [코코]를 보며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그 분들도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저와 제 가족들에게 잊혀질까 노심초사하고 계신 것은 아닐런지... 미구엘은 이멜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용서는 못하더라도 잊으면 안되잖아요." 분명 이멜다는 남편을 완전히 용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났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 역시 원치 않을 것입니다. 그는 한떄 사랑했던 남편이었고, 사랑하는 딸 '코코'의 아빠이니까요. 가족이라는 존재는 이렇게 용서를 뛰어 넘는 위대한 끈과도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와서도 한동안 미구엘이 아빠를 잊어가는 '코코'에게 불러준 <Remember me>가 자꾸만 내 입가를 맴돌았습니다. 이건 마치 [겨울왕국]을 본 후 한동안 <Let It Go>를 흥얼거렸던 2014년 1월을 떠올리게 합니다. 참! 그러고보니 [코코]의 특별함이 한가지 더 있네요. 영화 시작전 상영된 [울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상영시간이 무려 21분이나 되고, 역시나 흥겨우며 감동적입니다. [울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는 [코코] 상영전에만 볼 수 있다고하니 이쯤되면 [코코]는 특별함으로 무장한 2018년 겨울 최고의 겨울방학 선물이 아닐까요?

 

정말 사후세계가 [코코]처럼 화려하고 흥겹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코]를 보기 전 막연하게 멕시코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코코]를 보고나니 아름다운 사후세계를 믿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나는 [신과 함께 : 죄와 벌]을 본 후

죽고나면 어떤 벌을 받을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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