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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홍어찜'을 상상해 본다.
이지데이 이지데이 2008.01.12 16: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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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운맛에 환장했다.

매운 고추를 매운 고추장에 찍어먹는 민족이다. 매콤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눈물 콧물 질질 흘리고, '땀' 바가지로 흘려도 고통스런 이 음식에서 결코,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매운맛은 다른 맛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있다. 한번 매운맛에 길들여지면 반드시 다시 찾는다. 그게 매운맛의 특징이다. 전통 매운 음식인 김치·낙지볶음·아귀찜·떡볶이 같은 음식은 물론이고 매운꽃게구이·매운돼지갈비·매운라면·매운김밥·매운홍합찜까지 등장했다.

소 갈비찜도 매운맛을 내는 집에 사람들이 몰린다. 이쯤 되면 한국 사람들의 매운맛에 대한 선호도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매운닭발' 열풍은 수년 전에 전국을 휩쓸었던 조개구이를 연상시킨다.

매운맛 열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경기가 불황일 때 또는 국가적으로 크게 어려워지면 음식 맛도 매워졌다. 5ㆍ18과 IMF를 겪으면서 음식은 한층 매워졌다. 사는 환경이 힘들고 마음이 불안정할 때 사람들은 매운맛을 찾는가 보다.

고추장을 듬뿍 넣은 비빔밥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이는 한의학적으로 보더라도 일리가 있다. 매운맛은 기를 발산시킨다. 따라서 가라앉고 우울했던 마음도 밝아지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사찰음식에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중해서 수행에 전념해야 할 스님들이 매운맛을 본다면 집중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같은 이치로 수험생들에도 매운 음식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자들은 밖에서 스트레스를 발산시킬 수 있지만 여자들은 달리 해소시킬 만한 장소가 많지 않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다 보니 남자보다 매운맛에 더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매운맛의 핵심, 고추에는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이 캡사이신에서 매운맛은 나온다. 고추에는 또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비타민 C의 경우 사과의 20배나 많다. 이쯤 되면 감기에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신다거나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확 풀어서 먹으면 감기가 뚝 떨어진다는 속설도 마냥 무시 할 수만은 없다.

요즘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식당들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졌다. 얼마나 힘들면 요식업 살릴 대책 내놓으라고 시위까지 벌이겠는가? 길을 가다가 텅 빈 가게안의 주인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오히려 내가 더 민망해 진다. 이와는 반대로 아무리 경기가 없어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들이 있다. 밀려오는 손님들로 바글바글 하다. 이렇게 장사가 된다는 집들을 보면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우선 메뉴의 전문화다. 백화점식 메뉴를 차려놓은 집이 아니다. 장사가 되지 않는 집일수록 메뉴는 하나 둘씩 늘어나기 마련이다. 메뉴를 전문화 시켰어도 안 되는 집이 있다. 그건 음식에 그 집만의 특색이 없기 때문이다.

잘 되는 집에는 음식에 그 집만의 특색이 있다. 특색이라 하면 그 집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난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판에서 음식을 고르는 걸 제일 싫어한다. 고민 끝에 주문했어도 나오는 음식을 보면 실망할 때가 더 많다. 그건 그 집만의 특색 있는 메뉴가 없다는 증거다.

무교동 낙지 집에 가면 응당 '낙지볶음' 시키고, 을지로 골뱅이집에 가면 골뱅이 시키고, 이렇듯 메뉴판을 보지 않아도 그 집에서 무엇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이쯤 되면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먼 길도 마다 않고 찾아가서 먹는다.

인터넷은 맛집에 대한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했다. 방송에 나오는 맛집들도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얻으니, 방송보다 앞선 맛집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있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홍어가 인기 있으니 수많은 홍어집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특색 있는 홍어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나오는 홍어를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하나같이 똑같다. 신생 홍어집일수록 더 심하다. "홍어자체가 특색 있는 음식인데 뭔 특색을 따지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홍어찜을 보자. 홍어가 쪄서 나온다. 한쪽에는 콩나물이나 미나리가 살짝 쪄져 나온다. 그리고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는다. 이렇게 나오는 집 참 많다. 이도 아니면 홍어 위에 양념이 얹혀 나온다. 어디서고 맛볼 수 있는 홍어찜이다. 동네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먼 길 나서서 찾아 먹겠는가?

그래서 나는 매운 홍어찜을 주문하고 싶다. 홍어위에 다진 청량고추를 듬뿍 뿌리고, 한번만 빻은 굵은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을 섞어서 위에 뿌려내면 된다. 콩나물이 살짝 들어가도 좋겠다. 어떻게 해야 강렬한 매운맛을 낼 수 있는지는 현직에 계시는 분들이 연구 개발해야 한다.

홍어찜의 톡 쏘는 맛에 입안이 얼얼한 정도로 매운맛,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지 않을까?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켜 보자.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는 느끼한 홍어찜에 먹는 막걸리보다는 맛있는 막걸리가 될 것 같다.

영업 전략적으로 보더라도 업주는 매운 홍어찜을 팔아야 막걸리가 더 많이 소비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홍어찜 메뉴를 두 가지로 하면 된다. 평소에 팔았던 홍어찜에다, 매운홍어찜 이렇게 해서 손님들이 홍어찜을 주문하면 "우리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운홍어찜'과 그냥 일반 '홍어찜' 둘 중에 무엇으로 드릴까요?" 하면 된다.

홍어와 매운맛의 만남! 나는 분명 특색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낙지볶음'이나 '고대현닭발'처럼 지금 '매운홍어찜' 하는데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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