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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매울 순 없다 <오른발 왼발> 불닭집
이지데이 이지데이 2008.01.05 16:28:39
조회 6,129 댓글 25 신고


적당히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에 해소에 좋다고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추 안에 있는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지방을 연소하는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맵다고 소문난 맛집에 가보면 여자들끼리 삼삼오오 앉아 시뻘겋게 양념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무섭다고 하면서 여름이면 어김없이 공포 영화 한두 편은 꼭 보는 사람들처럼 맵다고 하면서 연신 물과 사이다와 주류를 들이키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것이 매운 음식이다.

매운 음식은 뇌 안의 엔돌핀의 분비를 촉진, 몸 안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매운 음식은 먹고 나면 상쾌해진다.

수년 전 음식업을 시작하려고 경기도 일대의 유명한 닭집은 다 돌아다니며 유명하다는 소스는 직접 먹어보고 매운 소스를 연구해 온 중소기업인이 있다. 닭날개 닭발 전문점 〈오른발 왼발 〉대표 편도민씨는 자기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스의 강렬한 맛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수년 간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봉사활동도 해온 편도민 대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운동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 수년 전부터 음식을 제공, 매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 봐도 흐뭇해지는 숨은 보람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편 대표는 한때 육상 운동선수이기도 했다.

편 대표가 처음 평택에 내려가 그리 목이 좋지 않은 곳에 쬐끄만 닭발집을 차렸을 때는 정신 나간 사람이란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주택가 한복판에 가게를 차려 놓고 대체 무슨 이득을 보겠느냐고 사람들이 걱정 반 비아냥 반 잔소리깨나 들었다고 한다.

또한 평택은 편 대표의 고향이 아니었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승부처를 음식맛에 두고 ‘맨땅에 헤딩하기’ 정신으로 가게를 열었던 초반에는 텃세에도 무척 시달렸다고 한다. 어떤 때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서울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와서 장사하느냐’고 술잔을 집어 던져 맞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편 사장은 ‘수도권 일부 지역은 텃세가 아주 심합니다’고 알려주며 빙그레 웃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가 목적한 바를 이뤄나가는 자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날 ‘맛찾아’의 취재 기사를 쓰려고 평택의 그 유명하다는 닭발집을 찾아갈 때 일부러 주소를 가지고 가지 않았고 전화번호도 없었다. 나름대로 얼마나 유명한지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평택역에 내리자마자 행인들이나 주차요원들에게 <오른발 왼발>이란 가게를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전부 해서 네 명에게 물어 보았다. 그 중 한 사람만 빼놓고는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영등포에서 기차를 타고 가서 수원을 지나 평택역에 내려 느긋하게 10분 정도 걸어가면 늘 행인들로 붐비는 먹자골목이 나온다. 그 골목의 박애병원 뒤편에 앙증맞게 생긴 닭발 두 개가 그려진 디자인을 한 <오른발 왼발>이란 가게 간판이 보인다.

자리에 앉자마자 닭발과 닭날개를 하나씩 주문했다. 그리고는 실내를 휘― 둘러보았다. 그날은 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에 몰려 앉은 여자 손님들이 수다스럽게 떠들며 닭발을 먹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보니 혼자 와서 닭발을 싸가지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닭 요리가 나오기 전에 종업원은 콩나물국과 샐러드와 왕오징어 비슷한 것을 식탁 위에 펼쳐놓았다.

추운 날씨라 콩나물국에 먼저 손이 간다. 숟가락으로 먹을 것도 없어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 마시자 전날 과음으로 텁텁했던 입안과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샐러드의 맛은 독특했다. 호기심 때문에 사장을 불러 여기에 쓰인 소스가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딸기 시럽 비슷하기도 한 묘한 맛이었다. 사장 얘기는 전혀 달랐다. 포도를 재료로 만든 소스라 한다. 상큼하다는 표현에 썩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그러나 오징어인 줄 알고 먹은 것이 실은 소라살이란다. 적당히 씹히는 맛이 소스와 어울려 부드럽게 혀에 감겨들었다. 오징어 먹듯이 투쟁적으로 씹을 필요가 없이 닭발을 뜯기 전에 가볍게 트레이닝해준다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닭발은 뼈있는 닭발과 무뼈닭발로 나뉜다. 무뼈닭발은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뼈 있는 닭발은 고독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혼자 씹으면서 대화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발 속의 젤라틴처럼 쫀득쫀득한 힘살을 뜯으면서 배도 채우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 다음에 씁쓰름하고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들이키거나 소주 한 잔 컥-하고 들이키며 한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다.

매운 음식을 파는 곳에서는 반드시 그 매운맛을 풀어주는 담백한 음식이 함께 나와야 한다. 고소한 참기름과 참깨, 그리고 바삭바삭한 김이 수북한 밥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닭발이나 닭날개를 먹은 다음에 한 입 베어물면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이 사라지며 혀에 매운 여운이 남는다. 이렇게 먹어야 위에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얼마나 매운 맛을 사람들은 혀가 얼얼할 정도라고 할까? 혀끝이 따끔따금한 정도가 아니었다. 혀 전체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래서 불닭발이라고 했나 보다. 그럴 때는 서비스 안주인 콩나물국을 한 숟가락 떠서 먹는 것도 좋다.

<오른발 왼발>의 특징은 메뉴끼리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이다. 닭발의 찰떡궁합은 주먹밥과 콩나물국이나 조개, 무, 홍합 등을 넣고 끓인 진한 국물맛의 오뎅이다.

불닭발과 불날개 외에도 불똥집, 숯불닭, 후라이드치킨에 계란찜까지 있다. 음식을 잘 하는 집, 음식점에서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 지 잘 알고 있는 집은 대표메뉴 이외에 밑음식에 신경을 더 쓴다. 그게 맛갈스러워야 손님들은 같은 돈을 내고도 더 많이 먹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어떤 음식점은 밑반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주메뉴 이외에는 손이 갈 데가 없는 집은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평택 <오른발 왼발> 본점은 밑음식 하나하나에도 서비스 정신이 배여 있었다. 누구나 찾아와서 부담 없이 먹고 마시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서민풍의 음식점으로 손색이 없었다.

“저는 전국적으로 이 사업을 확장할 예정입니다.”며 사업의 전국화를 꿈꾸고 있는 편도민 대표의 말이 자신있게 들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소스에 비밀스런 중독성이 있었다.

그 중독스런 맛의 비밀을 확인하고 싶다거나 저작질로 입을 움직여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가벼운 기차 여행 삼아 평택에 가면 <오른발 왼발>을 찾아가라. 시뻘건 닭발맛에 잠시 세상만사 시름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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