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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 SSU를 멱살 잡고 혼자 이끄는 안티 히어로 '베놈'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13  쭈니 2021.10.15 18:02:27
조회 38 댓글 0 신고

감독 : 앤디 서키스

주연 : 톰 하디, 우디 해럴슨, 미셸 윌리엄스, 나오미 해리스

SSU의 첫 번째 주인공은 당연히 '베놈'이어야 했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를 대거 스크린으로 불러 모은 MCU가 흥행을 주도하고, 그 뒤를 이어 DC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DCEU가 MCU의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21세기 영화 흥행판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제 슈퍼 히어로 영화가 아니면 흥행이 힘들다는 푸념이 들렸을 정도이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 영화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MCU가 꾸준하게 흥행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반면, 후발 주자인 DCEU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DCEU는 MCU와 차별화된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는데 그것이 바로 슈퍼 히어로가 아닌 빌런을 주인공으로 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이다. 비록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흥행을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할리 퀸'(마고 로비)이라는 매력적인 안티 히어로를 탄생시키며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할리 퀸'의 인기를 실감한 DCEU는 곧바로 '할리 퀸'을 주인공으로 한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을 내놓았으며, MCU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흥행 시켰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퇴출되었던(하지만 결국 다시 복귀한) 제임스 건 감독을 영입하여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만들기도 하였다. 아마도 그러한 DCEU의 과감한 행보를 소니 픽처스가 참고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미 '스파이더맨'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앤드류 가필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소니 픽처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스파이더맨'을 MCU에 출연시키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니 픽처스가 '스파이더맨'을 포기했을 리는 만무하다. 당장은 MCU와의 계약 때문에 '스파이더맨'을 맘대로 쓰지는 못하지만 '스파이더맨' 세계관에 소속된 매력적인 빌런을 이용한 안티 히어로 영화들, 일명 SSU(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출범시켰다.

SSU의 첫 번째 주인공은 당연히 '베놈'이다. 이것이 왜 당연하냐면 소니 픽처스는 예전부터 '베놈'에 집착을 했었기 때문이다. 샘 레이미 감독이 2002년 [스파이더맨], 2004년 [스파이더맨 2]를 흥행시키자 소니 픽처스는 샘 레이미 감독에게 [스파이더맨 3]에 '베놈'이 출연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이는 [스파이더맨 3]의 실패로 이어졌다. MCU가 시작되기도 전, 슈퍼 히어로 영화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소니 픽처스는 '베놈'에 대한 집착으로 놓친 셈이다. 그리고 SSU의 출범으로 다시 기회가 왔다. 이번엔 '베놈'을 주인공으로 한 단독 영화로 말이다. 그렇게 2018년 톰 하디 주연의 안티 히어로 영화 [베놈]이 세상에 나왔다.

더욱 강화된 '베놈'과 에디 브룩의 티키타카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에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의 데일리 뷰글의 동료인 에디 브룩(토퍼 그레이스)은 명성을 얻기 위해 '스파이더맨'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트리다가 피터 파커에 의해 들통이 나서 나락에 떨어진다. 분노에 찬 그를 집어삼킨 것은 외계 물질인 심비오트. 심비오트는 에디를 강력한 빌런 '베놈'으로 진화시킨다. 처음엔 '베놈'에게 고전을 하던 '스파이더맨'은 '베놈'이 소음에 약하다는 것을 깨닫고 어렵게 '베놈'을 무찌른다. 이렇듯 [스파이더맨 3]에서 '베놈'과 에디의 관계는 기생체와 숙주일 뿐이다. 외계 물질인 심비오트는 에디라는 숙주를 만나 기생함으로써 '베놈'이라는 최강의 빌런으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베놈]에서 '베놈'과 에디(톰 하디)의 관계는 단순한 기생체와 숙주의 관계를 넘어 공생 관계로 발전한다. 심비오트는 애초에 지구에서 생명체 몸에 기생해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는데(병원 탈출을 위해 강아지의 몸에 기생한 적도 있다.) 문제는 심비오트의 기생을 버틸 수 있는 인간이 몇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심비오트 종족 내에서도 아웃 사이더에 불과했던 베놈에게 심비오트의 기생을 버틸 수 있는 에디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미 이 둘은 [베놈]에서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 다른 심비오트들을 데려와 지구를 정복하려는 심비오트 라이엇의 음모를 저지한 적이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베놈'은 에디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었고, 그 덕분에 '베놈'과 에디 사이에서는 기생체와 숙주의 관계가 아닌 우정에 의한 공생 관계가 형성되었다.

[베놈]이 '베놈'과 에디의 공생 관계 형성 과정에 정성을 기울였다면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서로의 우정을 확인한 '베놈'과 에디의 티키타카로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베놈'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먹어야 하는데 에디 입장에서는 그러한 '베놈'의 식성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초콜릿과 닭고기로 '베놈'의 식성을 억누르려 한다. 게다가 '베놈'은 라이엇과의 전투를 위해 에디의 전 애인 앤 웨잉(미셸 윌리엄스)의 몸에 기생한 적이 있는 만큼 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지만, 에디와 앤의 관계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하나의 육체에서 공생하고 있는 '베놈'과 에디는 사사건건 다투게 되고, 결국 에디의 말에 상처를 입은 '베놈'은 에디의 몸을 떠나 방황을 하게 된다. 이러한 장면들은 '베놈'에 대해 포악한 괴물이 아닌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낸다. 빌런 '베놈'이 아닌 안티 히어로 '베놈'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인 셈이다.

드디어 등장한 카니지

[베놈]에서 메인 빌런은 심비오트 라이엇이다. 사실 라이엇은 내게도 상당히 낯선 빌런이다. 영화를 위해 창작된 캐릭터인지, 아니면 마블 코믹스에서도 존재했었던 캐릭터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스파이더맨'에게 최강의 빌런으로 악명을 떨쳤던 '베놈'의 솔로 데뷔 영화치고는 빌런이 네임밸류가 너무 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베놈]의 쿠키 영상에서 흉악한 연쇄살인범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가 등장하며 분위기는 반전된다. 클리터스는 에디에게 '내가 이곳을 나가게 될 경우 대학살(Carnage)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언하며 '카니지'의 등장을 예고한다. '스파이더맨'에게 '카니지'는 '베놈'을 뛰어넘는 최악의 빌런이다. 소니 픽처스는 [베놈]에서 '카니지'를 아껴둠으로써 후속편의 초석을 깔아 놓은 것이다.

확실히 그러한 소니 픽처스의 인내심은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에서 빛을 발한다. 사형을 앞둔 클리터스가 에디를 물어뜯어 에디의 피를 먹게 되는데, 에디의 피 속에 있던 '베놈'의 유전인자가 클리터스의 몸속으로 들어가 '카니지'를 만들어 낸다. 다시 말해 '카니지'는 '베놈'의 자식인 셈. 영화에서도 '카니지'는 '베놈'을 아버지라 부르는데, 자식을 위해 죽으라며 공격한다. '카니지'와 처음 마주한 '베놈'은 '빨간 놈이잖아.'라며 겁을 집어먹고 에디의 몸속으로 숨어 버린다. 에디가 사람의 뇌를 먹게 해주겠다고 애원을 해서 겨우 '베놈'을 설득했을 정도로 '카니지'는 '베놈'에게도 상대하기 버거운 존재였던 것이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우디 해럴슨이 클리터스를 연기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고, 영화 오프닝에서부터 클리터스의 사연을 소개함으로써 클리터스에게 캐릭터를 부여한 것도 좋았다. 어렸을 적부터 가족에게 학대를 당했던 클리터스는 자신을 학대한 가족을 살해하고 고아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치명적인 음파를 내뿜는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프랜시스 배리슨(나오미 해리스)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프랜시스가 다른 곳으로 끌려가자 고아원을 탈출하여 프랜시스를 찾아 헤매며 연쇄 살인마가 된다. 클리터스가 에디에게 집착을 했던 이유는 자신의 사연을 들어줄 유일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디는 클리터스의 사연을 듣는 것보다 클리터스를 이용해서 기자로서의 명성을 쌓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에디에 대한 클리터스의 분노, 그리고 자신에게 총을 쏜 패트릭 멀리건(스티븐 그레이엄) 형사에 대한 프랜시스의 원한, 더 강해지기 위해 '베놈'을 처치해야 하는 '카니지'의 이유가 맞물린 후반부 성당에서 클리터스와 프랜시스의 결혼식 장면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더 이상 등장할 빌런이 있을까? (쿠키 영상에 대한 스포가 있음)

처음 '베놈'이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과연 빌런은 누구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막상 생각나는 빌런은 '카니지'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편에서 '카니지'를 아껴 둠으로써 2편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3편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를 보며 자꾸만 3편 걱정이 되었다. 마블 코믹스에서 '카니지'는 워낙 임팩트가 강한 빌런이다 보니 패밀리까지 결성해서 '스파이더맨'을 위협했었다. '카니지'는 도플갱어, 데모고블린, 슈리크, 캐리온과 함께 '카니지 패밀리'를 결성해서 뉴욕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맥시멈 카니지'라는 대학살을 벌인 바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에서의 '카니지'는 결국 '베놈'에게 패배한 후 먹혀 버렸으니 억지를 부리지 않는 한 '카니지'를 또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카니지'가 '베놈'의 자식이었듯이 '카니지'에게도 자식이 있었으니 바로 '톡신'이다. '카니지'가 '베놈'보다 강했듯이 '톡신'도 '카니지'보다 강해서 마블 코믹스에서는 '톡신'이 언젠가 자기보다 더 강해질 것을 염려한 '카니지'가 '톡신'을 죽이려 했다고 한다. 만약 3편이 제작된다면 남은 빌런은 '톡신' 정도가 될 터인데 '베놈'이 '카니지'를 먹어치워 버렸으니 '카니지 패밀리'는 물론 '톡신'이 3편에 등장하기에도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는 최강의 빌런을 내세운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숙명일지도...

그런데 그러한 우려는 엔딩 크레딧 중간에 등장하는 쿠키 영상에서 말끔하게 지워졌다. [베놈]의 쿠키 영상에서 클리터스를 등장시킴으로써 '카니지'를 예고했던 것과 같이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역시도 쿠키 영상에서 3편에 대한 중대한 힌트를 제시한다. TV 화면에 '스파이더맨'을 비난하는 데일리 뷰글의 조나 제임스(J.K. 시몬스)가 등장하고 정체를 드러낸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나온 것이다. 이로써 '베놈'은 잠시 MCU에서 맹활약 중인 '스파이더맨'을 다시 SSU로 불러들일 준비를 마친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스파이더맨' 세계관에서 빌런으로써 '베놈'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베놈'이 먼저 세계관을 구축해 놓고 '스파이더맨'을 초대하는 셈이니 말이다. 어찌 되었건 그러면서 더 이상 내세울 빌런이 없다는 안티 히어로 '베놈'의 걱정거리는 말끔히 해소가 되었다. '스파이더맨'의 각종 매력적인 빌런을 '베놈'이 '스파이더맨'과 함께 처치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SSU의 대약진이 반가울 따름이다.

솔직히 [베놈]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일회성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소니 픽처스가 SSU를 발표했으니 '스파이더맨'의 각종 매력적인 빌런을 한 편씩 영화화만 해도 본전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실제로 SSU 중에서 [모비우스]가 북미에서 2022년 1월에 개봉 예정이며, 2023년 1월에는 [크레이븐 더 헌터]도 개봉한다고 한다. 그 외에 '블랙 캣', '나이트 워치', '실버 세이블', '잭팟' 등이 개발 단계에 있다고 하니, SSU는 각종 빌런을 등장시킨 영화를 한 편씩만 제작해도 몇 십 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가 풍성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베놈'이 있다. [베놈]이 흥행에 성공했기에 SSU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이며, 현재 관객에게 공개된 SSU는 [베놈]과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뿐임을 감안한다면 '베놈'은 SSU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를 보고 나니 '베놈'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베놈'과 에디의 티키타카를 통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적 재미를 구축하고, 에디와 앤의 관계를 통해 로맨스의 가능성도 열어 놓았으며, 이제 '스파이더맨'까지 SSU에 끌어들일 준비를 마쳤으니, 이건 '베놈'의 홀로서기를 넘어 '베놈' 혼자 SSU를 멱살 잡고 질질 끌고 가는 상황이다. MCU에 열광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러한 '베놈'이 반갑고 또 고맙다. 영화팬에겐 즐길 영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SSU의 세 번째 영화인 [모비우스]는 '베놈'에게만 기대었던 SSU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자레드 레토가 뱀파이어로 변해버린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를 연기한다고 하는데 '베놈'과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가 될 것 같다. [모비우스]의 등장인물에는 놀랍게도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벌처'의 이름도 올라와 있다. 이로써 SSU가 MCU의 '스파이더맨'과 어느 정도는 세계관을 공유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뭐 진실은 영화를 직접 봐야 알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볼 영화가 없어서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SSU의 대약진이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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