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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단막극 같은 한국 영화들... [말임씨를 부탁해], [안녕하세요], [봄날], [어부바]
13  쭈니 2022.08.09 17:24:03
조회 52 댓글 0 신고

예전에는 TV에서 단막극이라는 것을 했었다. 짧게는 1회 한 시간, 길게는 2회 두 시간 정도의 드라마였는데, 연속극과 미니시리즈와는 달리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작품들이 꽤 많았다. 특히 나는 이병헌이 결벽증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가시나무>라는 제목의 단막극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는데, 시인과 촌장이 부른 '가시나무'의 가사가 극의 내용과 어울려 굉장히 섬뜩했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당시 드라마에 나왔던 곡이 시인과 촌장이 부른 원곡이었는지, 조성모가 부른 리메이크곡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갑자기 TV 단막극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 것은 최근에 본 네 편의 한국 영화가 마치 당시 봤던 단막극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아직도 TV 단막극이 존재한다면 1, 2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내용의 영화들. 주말 내내 네 편의 영화를 보고 나니 마치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단막극을 본 기분이다. 좋게 말하면 요즘 보기 드문 작은 영화들이고, 나쁘게 말하면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던 영화들... [말임씨를 부탁해], [안녕하세요], [봄날], [어부바]를 짤막하게 소개한다.


[말임씨를 부탁해] - 그래서 어머니, 아들 보고 어쩌라고 그러세요.

감독 : 박경목

주연 : 김영옥, 박성연, 김영민

대구에 사는 85세 할매 말임(김영옥)은 집 옥상 계단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지고 만다. 외아들 종욱(김영민)은 어머니를 위해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을 고용하지만, 말임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미선이 집에 온 이후로 집 물건이 자꾸 없어지는 것 같지만, 종욱은 그저 모든 것이 어머니의 착각이라며 무시한다. 요양보호사가 싫으면 같이 서울로 올라가거나, 요양원에 들어가라는 종욱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미선과 함께 생활하는 말임.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정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 말임과 종욱 사이에서 해묵은 갈등이 터지게 되는데...

네 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공감되었던 영화를 한 편 꼽으라면 나는 당연히 [말임씨를 부탁해]를 선택할 것이다. 일단 종욱이 나와 비슷한 처지이다. 나 역시 혼자 살고 계시는 어머니께 같이 살자고 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지금 사는 곳이 편하시다며 한사코 만류하신다. 다행히 나의 어머니는 말임처럼 거동이 불편하지도 않고 고집불통도 아니시지만, 시간이 지날 때마다 눈에 띄게 늙으시는 어머니를 보면 영화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가 있었다.

문제는 내가 몰입한 캐릭터가 말임이 아닌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종욱이라는 사실이다. 자! 종욱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직장에 다니기 위해서는 서울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대구의 내 집을 놔두고 어딜 가냐며 함께 살자는 종욱의 요청을 거부한다. 그런데 팔이 부러져 거동이 불편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종욱, 또는 종욱의 아내가 대구에 내려와야 하지만 종욱의 아내는 직장 생활을, 종욱은 1년간의 육아 휴직을 끝내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한다. 다시 말해 종욱 부부는 서울을 떠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내세운 해결책이 요양보호사 미선이다. 하지만 말임은 미선이 맘에 안 든다며 온갖 트집을 잡는다. 그렇다고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은 싫단다. 나 혼자 잘 지낼 수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데, 거동도 불편하고, 점점 치매끼까지 있는 노모를 혼자 내버려 두고 마음 편한 자식은 없다. 종욱 입장에서는 정말 진퇴양난이다.

오랜 직장 생활에 지친 종욱의 아내는 여행을 꿈꾸지만 종욱이 여행을 가려고 할 때마다 말임에게 사건이 터진다. 이 모든 불만이 터진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명절날. 나는 이 장면에서 가장 짜증이 났다. 옥 매트를 환불한 100만 원을 내놓으라는 말임. 하지만 그 돈은 미선이 자신의 어머니 병원비로 이미 써버린 후였다. 아들과 며느리에겐 매몰차게 내 돈 내놓으라고 소리를 치던 말임은 그 돈을 미선이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오히려 미선을 두둔하며 '사람에게 모질게 하면 안 된다'라며 미선을 경찰에 신고하려는 종욱을 나무란다.

종욱에 감정을 이입해서 영화를 보는 동안 정말 고구마 수 십 개를 물도 없이 우걱우걱 먹은 기분이었다. 만약 말임이 나의 어머니라면 큰 소리로 묻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 저보고 도대체 어쩌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말임은 분명 '지금까지 나 혼자서도 잘 살았으니 신경 쓰지 말아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이 모든 갈등은 되돌이표가 된다.

해결책이라고는 도대체 보이지 않는 이 갈등에 대해 [말임씨를 부탁해]가 내세운 해결책은 바로 미선이다. 사실 미선은 굉장히 이중적인 캐릭터이다. 어쩔 땐 말임의 편에 서서 말임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가 싶더니, 어쩔 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말임을 이용해 그녀의 돈과 옷을 갈취한다. 물론 돈은 어머니의 병원비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종욱 입장에서 미선에게 어머니를 맡길 수가 있을까? 한번 깨진 신뢰는 다시 회복되기 힘든 법이다. 그래도 영화는 말임과 미선이 함께 하는 미래를 통해 희망을 제시한다. 이게 맞는 해결책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하늘이시여, 말임씨를 부탁합니다.'라고 기도를 하는 수밖에...


[안녕하세요] - 잘 살아야 잘 죽을 수도 있는 법이다.

감독 : 차봉주

주연 : 김환희, 유선, 이순재

고어인 열아홉 수미(김환희)는 외로운 세상 속에서 죽음을 결심한다. 하지만 한강 다리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호스피스 병원의 수간호사 서진(유선) 때문에 수미의 계획은 틀어진다. 서진은 수미에게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명함을 내밀고, 보육원을 나와 어차피 갈 곳도 없는 수미는 서진이 일하는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간다. 치료가 소용없는 이제 곧 죽을 시한부 환자들이 모인 곳, 호스피스 병원. 하지만 그곳의 환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히 그리고 밝게 살아간다. 수미는 박노인(이순재)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며 점차 호스피스 병원의 가족이 되고, 그곳에서 각자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아픈 비밀들과 함께 하며 서로의 힐링 메이트가 된다. 그러던 중 수미는 박노인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는데...

이번에 본 네 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를 한 편만 꼽으라고 한다면 일단 나는 [안녕하세요]를 선택할 것이다. 솔직히 이 영화는 뻔하다.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들이 간직한 슬픈 비밀이 무엇인지 너무 쉽게 예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렇게 뻔한 영화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요즘 눈물이 많아진 탓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안녕하세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의 무대는 호스피스 병원이다. 이곳에는 죽음을 앞둔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을 한다.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박노인에서부터,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선아, 죽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와 필생의 역작을 그리고 있는 화가, 그리고 영어를 배우는 중년 여성과 커피에 푹 빠진 젊은 부부까지. 영화는 그들 캐릭터의 개성을 통해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진행시킨다.

그 와중에 사춘기 딸의 자살이라는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서진이 수미와 함께 살면서 점점 지옥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그려지고, 박노인과 수미의 눈물겨운 인연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공개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은 너무 뻔해서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역 배우 출신답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김환희의 연기 덕분에 몰입이 잘 된다. (김환희는 [곡성]에서 '뭣이 중한디?'를 외쳤던 바로 그 소녀이다.) 유선과 이순재의 믿음직한 연기까지 더해지니 뻔하다는 이 영화의 단점이 어느 정도는 상쇄된다.

물론 영화는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영화 자체가 너무 착하고, 영화적 희망을 잔뜩 불어 넣었기에 영화의 내용에 대한 공감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것이 [말임씨를 부탁해]와 정반대의 지점이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 원장의 학대와 사회의 냉대, 그리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수미가 과연 그렇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 수가 있을까? 수미와 박노인의 인연은 또 어떠한가? 너무 작위적이 아니던가. 죽음을 앞뒀지만 밝은 병원의 다른 환자들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안녕하세요]는 이렇게 작위적인 설정 속에서 삭막한 현실에 약간의 희망을 꿈꾸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 그 속에서 서로의 상처가 치유되고, 서로가 서로의 희망이 되는 세상. 그렇게 우리가 잘 산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언젠가 삶에 대한 미련 없이 잘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잘 살아야 잘 죽는 법이라는 박노인의 조언이 그래서 마음에 와닿았다. 물론 그 조언을 실천하는 것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일일 테지만...


[봄날] -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내 인생의 '봄날'이었음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네.

감독 : 이돈구

주연 : 손현주, 박혁권, 정석용

아버지의 장례식 날, 동네에서 알아주던 주먹이었지만 8년간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호성(손현주)은 모든 것이 귀찮고 못마땅하다. 동생 종성(박혁권)은 주제도 모르고 형한테 조언질이고, 결혼을 앞둔 맏딸 은옥(박소진)과 오랜만에 만난 배우 지망생 아들 동혁(정지환)과의 관계도 껄끄럽기만 하다. 출소만 하면 조직의 동생들이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며 반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찬밥 신세이다. 이대로 찌그러질 호성이 아니다. 장례식장에서 부조금을 밑천 삼아 장례식에 모인 조직폭력배들에게 도박장을 오픈한 호성. 그런데 호성의 눈치 없는 친구 양희(정석용)가 술에 취해 깽판을 놓으면서 도박장은 싸움장이 되고, 모든 상황이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대로 호성의 '봄날'은 영영 오지 않는 것일까?

[봄날]은 누가 뭐래도 손현주의 영화이다. 드라마에서 소시민 아버지를 연기하며 인기를 끌던 그는 최근 [악의 연대기], [광대들 : 풍문조작단]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였다. [봄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봄날]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하고 제2의 전성기라는 허황된 꿈을 꾸는 3류 인생 호성을 완벽하게 연기해 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인간, 참 한심하다.'라고 느낄 정도로...

영화를 보다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호성에게 자신의 리즈 시절, 즉 '봄날'은 형님 소리를 들으며 주먹을 휘두르던 깡패 시절이다. 8년간의 복역 동안 철이 들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감옥 가기 전의 '봄날'을 꿈꾸며 복귀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도 이제 예전 같지가 않다. 조직에서 자신이 설자리가 없음을 깨달은 그가 계획한 것이 바로 장례식장 도박장이다. 우와! 어쩜 이렇게 한심할 수가 있을까?

호성을 벌레 보듯이 보는 맏딸 은옥과 아들 동혁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어쩌면 호성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은옥의 약혼자가 장례식장을 찾아왔을 때 예비 장인으로서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은옥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들 동혁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종성이 동혁에게 호성의 험담을 했을 때 동혁은 아버지 편을 들어줬다. 그때 호성이 든든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두 자식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노년을 쓸쓸하게 혼자 보내는 처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호성은 이 모든 기회를 스스로 걷어 찬다. 특히 그가 장례식장에서 조직폭력배를 상대로 도박장을 여는 장면에서 그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그는 왜 그런 자충수를 뒀을까? 호성은 은옥이 결혼하니까...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 그렇게 돈을 걷어 들여서 은옥의 결혼 자금에 보태라고 돈을 건네면 은옥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까? 못났다. 못나도 정말 못났다.

호성의 유일한 편은 어머니(손숙)이다. 하지만 1년 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호성은 혼자가 된다. 은옥에게 택배로 작물을 보내고, 연기자가 된 동혁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는 것, 그것이 호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쓸쓸히 살아가는 호성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이보게. 자네의 '봄날'은 아버지의 장례식 날이었네. 최소한 그때 자네는 혼자가 아니지 않았던가.'

[봄날]은 손현주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손현주의 연기는 분명 뛰어나지만 그이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봄날]은 선택하기는 참 애매하다. 손현주의 연기 외에 이 영화는 볼거리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TV 단막극이라면 '우와, 역시 손현주'라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영화에서는 손현주의 연기 외에 볼 것이 없는 이 영화를 선택하기는 싫을 것 같다. 알다시피 요즘 영화 관람료가 엄청나게 오르지 않았던가. 그것이 TV 단막극 같은 영화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어부바] - 2022년에 80년대 스타일의 영화를 보게 될 줄이야.

감독 : 최종학

주연 : 정준호, 최대철, 이엘빈

부산에서 늦둥이 아들 노마(이엘빈)와 오손도손 살고 있는 '어부바'호의 멋쟁이 선장 종범(정준호)에게 골칫거리가 한두 개가 아니다. 자신이 분신이자 가족과도 같은 배 '어부바'호의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고, 철없는 동생 종훈(최대철)은 24살 연하의 중국인 여자를 데려와 난데없이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게다가 아들 노마는 첫사랑을 위해 싸우다가 학교 폭력위원회까지 소집되었다. 과연 종범은 이 모든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와! 정말 영화를 보는 내내 '우와'라는 감탄사(?)만 튀어나왔다. 올해가 무려 2022년이다. 그런데 [어부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돌던 영화는 1988년 영화인 이규형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이다. [어부바]는 무려 34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2022년에 도착한 영화 같다. 요즘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영화는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이다. 일단 배우들이 연기가 거의 되지 않는다. 물론 정준호, 최대철은 베테랑 연기자들이지만 그렇게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는 아니다. 그러니 그들의 어정쩡한 연기로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커버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특히 이 영화는 아역 배우들의 비중이 높은 영화인데 주연을 맡은 이엘빈을 필두로 모든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어색하기만 하다. 만약 이 영화가 80년대 영화라면... 아역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도 있다. 당시에는 연기력이 뛰어난 아역 배우가 드물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80년대가 아니지 않던가.

영화의 전개도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어부바]는 종범 가족을 중심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를 단순하게 나열한다. 그렇게 나열된 에피소드는 극에 치닫다가 허무하게 해결된다. 마치 한때 유행했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시트콤의 경우는 이런 식의 해결이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영화에서 이런 식의 문제 해결은 문제가 있다. 요즘 관객의 눈높이가 얼마나 높은데 이런 식으로 영화를 전개하다니...

최종학 감독은 1970년 생으로 80년대 영화를 보며 청춘을 보낸 세대이다. 어쩌면 그는 [어부바]를 연출하며 80년대 영화의 어눌하지만 정감 있는 매력을 2022년의 관객에게 선보이려는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계획은 대성공이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나 역시도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영화를 오랜만에 떠올리지 않았던가. 그냥 최종학 감독의 연출 의도가 그럴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어부바]에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나는 이 영화는 단숨에 봤다. 솔직히 끝까지 볼 생각은 아니었다. [봄날]을 본 이후였고, 자기 전까지 시간이 약간 남았다. 그래서 절반 정도만 보고, 나머지 절반은 나중에 시간이 될 때 보려고 생각했다. 위기도 있었다. [어부바]에 대한 영화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봤기에 영화 초반에는 영화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꺼버리려 했다. 그런데 [어른들은 몰라요]가 연상되기 시작하며 오히려 영화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넘어가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앞선 영화들 중 [말임씨를 부탁해], [봄날]은 재미를 포기한 대신 의미와 배우의 연기력을 담은 고품격 단막극이고, [안녕하세요]는 훈훈한 단막극이라면 [어부바]는 80년대 어린이 단막극을 보는 느낌이다. 각각의 매력도 있고, 각각의 단점도 있다.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들 영화를 대한다면 어쩌면 요즘처럼 블록버스터가 넘쳐나는 시기에 독특한 작은 영화들로 새로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그러기 위해서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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