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마이 마니아

대중문화 마니아 리스트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이 세상 모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닌,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마니아 칼럼(대중문화) 즐겨찾기
사랑은 너무너무 어려워서 특별한 존재의 도움이 필요하다... [리디밍 러브], [고스팅 글로리아]
13  쭈니 2022.07.07 11:00:39
조회 19 댓글 0 신고

최근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두 편의 영화가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거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D.J. 카루소 감독의 이름만으로 선택한 [리디밍 러브]는 서부극인듯하다가, 종교 영화 같기도 하면서, 결국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 시대착오적인 영화였고, 국내에서 보기 드문 우루과이 영화인 [고스팅 글로리아]는 코믹 공포로 가다가 결국 판타지 멜로로 막을 내리는 장르 파괴 영화였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두 주인공의 사랑을 위해 특별한 존재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뭔가 독특한 사랑 영화를 보고 싶다고? 영화의 재미만 포기한다면 [리디밍 러브]와 [고스팅 글로리아]는 적극 추천한다.


[리디밍 러브] - 신(神)까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준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

감독 : D.J. 카루소

주연 : 아비게일 코웬, 톰 루이스

마을 외곽에서 홀로 농장을 운영하는 마이클(톰 루이스)이 교회에서 기도를 한다.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인에 대한 계시를 달라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찾은 마이클은 온몸에서 후광이 빛나는 아름다운 여인 엔젤(아비게일 코웬)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그녀는 마을의 고급 창녀. 그녀와 섹스를 하기 위해 마을 남자들은 번호표까지 뽑아서 줄을 선다.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마이클은 포기하지 않는다. 웃돈을 줘서 엔젤과의 만남을 성사시킨 그는 다짜고짜 엔젤에게 자신의 농장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은 엔젤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마이클의 농장에 오게 된 엔젤. 하지만 그녀는 마이클로부터 도망칠 생각만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이클은 엔젤은 구해주고, 기다려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기적과 같이 이뤄진다.

D.J. 카루소 감독은 2000년대 [테이킹 라이브즈], [디스터비아], [이글 아이]라는 꽤 매력적인 스릴러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하지만 [아이 엠 넘버 포], [트리플 엑스 리턴즈]의 흥행 실패와 함께 내리막길을 걷더니 최근에는 [셧인]이라는 B급 스릴러 영화로 돌아왔다. [리디밍 러브]는 D.J. 카루소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영화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리디밍 러브]를 보는 내내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리디밍 러브]는 전형적인 서부극이다. 영화의 배경은 1840년대 골드러시 시대의 미국 서부이다. 하지만 다른 서부 영화처럼 총잡이는 없다. 금을 캐기 위해 몰려든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엔젤이라는 여성의 슬픈 사연만 있을 뿐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엔젤의 사연을 관객 앞에 풀어 놓지 않는다. 영화가 진행되며 조금씩 관객에게 엔젤이 고급 창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보여주며 동정심을 유발한다.

그렇게 유발한 동정심은 마이클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형상화된다. 제목인 'Redeeming Love'는 '구원의 사랑'으로 직역할 수 있는데 엔젤을 향한 마이클의 사랑이 딱 그렇다. 고급 창녀라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마이클은 몇 번이나 엔젤을 구해낸다. 문제는 엔젤의 태도이다. 그녀는 마이클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남자들에게 버림받고 성 노리개로 전락했던 그녀는 처음엔 마이클의 의도를 의심한다. 하지만 마이클의 엔젤에게 원하는 것이 섹스가 아님을 알고 나서도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리디밍 러브]의 답답함은 그러한 엔젤에게서 비롯된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마이클에게서 도망쳐서 다시 마을 창녀로 돌아가는 엔젤의 모습은 한심할 따름이다. 하긴 그 시절 여자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한정되었음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이쯤 되면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창녀가 아닌, 자발적인 창녀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문제는 도망이다. 첫 번째 도망에서 또다시 마이클에게 구원을 받은 엔젤은 이번엔 마이클에게 자신보다 더 나은 여자가 필요하다며 두 번째 도망을 감행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큰 소리로 '제발 그만 도망쳐 이 미친 X아!'라고 외쳤다. (집에서 혼자 영화를 봤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 후반 엔젤이 아동성애자인 포주에게 붙잡히는 장면에서는 짜증이 나서 영화를 꺼버리고 싶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14분. 왜 그리도 길던지... 또 마이클이 구해줘야 하나? 싶었지만 이번엔 발 벗고 나선 것은 신(神)이다. 독실한 신자인 마이클에게 엔젤을 점지해 줘서 개고생을 시켰던 이 개구쟁이 신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신을 믿지 않은 엔젤에게 그렇게 모질게 굴더니, 마지막 순간 엔젤이 제발 도와 달라고 기도를 하자 그제서야 엔젤을 도와준다. 뭐 저런 속 좁은 신이 다 있나 싶다.

이건 서부극을 빙자한 종교 영화이다. 신앙심이 깊다면 마이클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역시 그분께는 계획이 있었어.'를 외칠지도 모르겠다. (그 계획에 엔젤의 엄마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지만...) 아니 종교 영화를 빙자한 구식 사랑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마이클의 곁으로 돌아온 엔젤의 모습에서 예정된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난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도대체 엔젤은 왜 자꾸만 마이클에게서 도망을 쳐서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인지. 서부극과 종교 영화, 그리고 구식 멜로까지. 스릴러 영화를 꽤 잘 만들었던 D.J. 카루소 감독의 첫 번째 멜로 영화는 아무래도 시대착오적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아 보인다. 아! 내가 신앙심이 제로라서 그렇게 느낀 것일지도...


[고스팅 글로리아] - 아니 이게 우루과이 감성인가?

감독 : 마우로 사르세르, 마르셀라 마타

주연 : 스테파니아 토르토렐라

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서점 직원 글로리아(스테파니아 토르토렐라). 하지만 그녀는 서른 살이 되도록 제대로 연애조차 해보지 못한 모태솔로이다. 요즘 그녀의 고민거리는 새벽마다 들리는 위층의 야릇한 층간 소음이다. 그로 인하여 불면증에 시달리던 글로리아는 동료 샌드라(네난 펠레누어)의 도움을 받아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 그 집의 전 주인은 젊은 남성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돌연사를 했다. 여하튼 새집으로 이사 온 글로리아는 첫날밤 그 집에서 죽은 유령 단테로 인해 생애 첫 오르가슴을 느끼게 된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 새는 줄 모른다더니... 단테와의 짜릿한 섹스로 하루하루가 즐거운 글로리아. 하지만 단테는 시간이 다 되었다며 하늘나라로 떠나버리고 단테가 그리웠던 글로리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글로리아 앞에 진정한 사랑이 찾아온다.

유령과의 섹스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의 이야기라니... 내가 [고스팅 글로리아]라는 낯선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소재가 신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스팅 글로리아]는 신박한 소재를 신선하게 끌고 가지 않는다. 마치 운전면허증을 딴지 며칠 되지 않는 서툰 초보 운전자의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보는 것처럼 영화는 종잡을 수 없이 왔다 갔다 한다.

일단 영화의 초반까지는 유령과 섹스를 하는 글로리아의 이야기로 영화가 진행된다. 뭐 유령과의 섹스에 흠뻑 빠져 있는 글로리아의 모습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서른 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도 섹스도 해보지 못했다는 글로리아의 캐릭터 성격을 감안한다면 그럭저럭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단테가 하늘나라로 떠나면서부터이다. 글로리아는 단테가 떠난 후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고 결국 자살을 시도한다. 유령과 섹스를 할 수 없다고 자살을 시도하는 여자라니...

영화는 글로리아의 자살 시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같은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영화의 분위기가 급변해 버린다. 자살한 글로리아가 하늘나라에 가서 겪게 되는 광경은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당혹스럽다. 하늘나라를 짧게 체험한 글로리아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서부터는 느닷없이 글로리아의 서점 상사가 나타나 글로리아의 새로운 사랑을 진행한다. 이전까지는 얼굴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글로리아와 샌드라에게 이름 대신 재수탱이라고 불렸던 그 남자가 말 그대로 느닷없이 영화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로 흘러간다.

세상에 독특한 영화는 많다. 사실 독특하다는 것도 주관적인 관점일 것이다. 내가 우루과이 영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스팅 글로리아]를 독특하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내 주관점을 관점을 감안하더라도 [고스팅 글로리아]가 일반적인 영화가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영화의 시작은 전형적인 심령 공포이다. 새 집에 이사 온 여자가 집에 깃든 악령(유령)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것으로 진행된다. 그러다가 갑자가 섹스 코미디로 바뀐다. 여자를 위협하던 유령은 수면제를 먹고 잠든 여자와 섹스를 시도하고, 처음엔 깜짝 놀랐던 여자도 유령과의 섹스를 즐기기 시작한다.

심령 공포로 시작해서 섹스 코미디로 장르를 변경한 [고스팅 글로리아]는 이후 하늘나라의 풍경을 통해 잠시 판타지에 발을 살짝 담갔다가 빼버리더니, 로맨스 영화로 마무리한다. 문제는 이렇게 종횡무진한 장르 변경이 그다지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글로리아 앞에 나타나 로맨스를 펼치는 서점 상사처럼 말이다.

뭐 어찌 되었건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를 외치던 글로리아는 유령과의 섹스를 통해 사랑을 배웠고, 한번 죽었다가 깨어난 후에 직장 상사와 사랑에 빠지며 진정한 사랑을 완성한다. 영화가 끝나고 '내가 뭘 본거지?'싶긴 했지만 그래도 독특한 사랑 이야기가 고프다면 [고스팅 글로리아]도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단, 내 취향은 분명 아니었다.


0 첫번째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마니아 혜택/신청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