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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한 실존 인물 영화... [스펜서], [킹 리차드]
13  쭈니 2022.07.06 16:15:49
조회 19 댓글 0 신고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은 OTT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쥔 [코다]의 수상에서부터 윌 스미스의 생방송 중 폭력사태 등 볼거리가 풍부(?) 했다. 올해는 실존 인물의 영화가 주연상에서 강세를 보였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는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를 세계 최강 테니스 제왕으로 키워낸 리차드 윌리엄스를 연기했고 (하지만 폭력 사태로 얼룩졌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카 차스테인은 80년대 TV 전도사였던 타미 페이 베이커를 연기했다.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비운의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를 연기하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올해 미국 아카데미의 신선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열 편의 영화 중 마지막으로 [킹 리차드]를 봤다. 보는 김에 [스펜서]까지 세트로 묶어서 봤더니 마치 리차드 윌리엄스와 다이애나 스펜서를 실제로 만나고 온 느낌이 들었다.


[스펜서] - 화려한 새장에 갇힌 그녀의 안타까운 날갯짓

감독 : 파블로 라라인

주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1991년, 영국 왕실 가족이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긴다. 수많은 요리사들과 경호원, 시중이 동원된 왕실 크리스마스 연회. 하지만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 왕세자비는 직접 운전을 하다가 뒤늦게 별장에 도착한다. 모두가 그녀의 지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다이애나는 통제된 왕족의 삶에 숨 막힘을 느낀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1981년 영국의 왕위 계승 서열 2위 찰스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던 다이애나 스펜서는 두 아들인 윌리엄과 해리를 낳았지만 순탄하지 못한 결혼 생활 끝에 1992년부터 별거에 돌입한 후 1996년 이혼을 했다. 그리고 이론 다음 해인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가 교통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지금도 그녀의 죽음이 영국 왕실에 의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나돌 정도로 다이애나 스펜서의 죽음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충격을 안겨 줬다.

[스펜서]는 1991년 3일간의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다이애나가 겪게 되는 심정 변화를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14년 국내 개봉했던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의 [다이애나]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나오미 왓츠가 주연을 맡은 [다이애나]에서는 그녀의 인생 전반을 다루고 있지만, [스펜서]는 다이애나가 영국 왕세자빈이 아닌 결혼 전의 자유로운 여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3일간의 순간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제목이 우리에게 익숙한 '다이애나'가 아닌, 그녀의 결혼 전 성이었던 '스펜서'인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답답하다. 다이애나가 영국 왕실의 케케묵은 규율에 속박당해 괴로워하는 심정을 관객도 느끼게끔 하려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연출에 기인한 것이다. 보호라는 명목 아래 그녀를 감시하는 그레고리 소령(티모시 스폴)의 날카로운 눈빛은 다이애나를 속박하는 모든 규율을 표현한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티모시 스폴의 심술기 가득한 얼굴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숨이 턱하고 막히는 답답함을 안겨준다.

샌그리엄 별장에서 다이애나가 읽는 앤 블린의 일대기에 대한 책은 다이애나를 향한 경고이다. 1533년 헨리 8세와 결혼한 앤 블린은 고작 2년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이했고, 1536년 처형된다. 앤 블린이 처형된 이유는 근친상간이라는 충격적인 죄였지만 이는 헨리 8세가 아들을 낳지 못하는 앤 블린을 폐위하기 위해 죄를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렇듯 다이애나의 침실에 놓여 있던 앤 블린에 관한 책은 영국 왕실의 권위를 위해서라면 다이애나가 아무 죄가 없더라도 죽일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와도 같다. 다이애나는 이 책을 그레고리 소령이 자신의 침실에 갖다 놓은 것이라 의심하지만, 그레고리 소령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다이애나가 별장을 떠나자 앤 블린에 대한 책을 원래의 책장 자리에 꽂아 넣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3일만 버티면 돼'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다이애나는 윌리엄 왕세손에게 왕실의 전통이라며 억지로 꿩 사냥을 시키는 찰스 왕세자 앞에서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샌드리엄 별장을 빠져나간다. 이 장면은 [스펜서]에서 다이애나가 답답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만끽하는 유일한 장면이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사랑하는 두 아들과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이다. KFC에서 햄버거와 탄산음료를 시키고 거리의 벤치에 두 아들과 앉은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

[스펜서]는 1991년 크리스마스 연휴 3일간으로 영화를 한정함으로써 찰스 왕세자와 이혼을 결심하는 다이애나의 심리를 세밀하게 담아낸다. 하지만 반대로 다이애나가 왜 그토록 영국 왕실의 전통을 견디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관객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이애나의 말대로 고작 3일만 버티면 되는데, 그녀는 마치 단 한순간도 견디기 싫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렇게 3일간으로 한정된 영화의 배경은 [스펜서]의 장점과 단점이 된 셈이다. 하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이다. [트와일라잇]의 그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린 나약한 여성과 용감한 결정을 내린 강인한 여성의 두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스펜서]는 영화의 재미보다는 한층 성장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킹 리차드] - 극성 아버지의 흔치 않는 육아 성공담

감독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주연 : 윌 스미스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리차드 윌리엄스(윌 스미스). 그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계획을 만들어 어린 두 딸, 비너스(사니야 시드니)와 세레나(데미 싱글턴)에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테니스 훈련을 시켰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비너스와 세레나는 프로 코치를 만나 실력을 갈고닦아야 한다. 하지만 당시 테니스는 부유한 백인들의 스포츠로 인식되었기에 빈민가 출신의 흑인 남매를 주목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리차드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비너스와 세레나의 재능을 알아본 릭 맥시(존 번탈)를 만나면서 드디어 비너스와 세레나는 테니스 제왕의 길을 걷는다.

테니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나도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레나 윌리엄스는 안다. 특히 두 선수가 자매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어떻게 자매가 나란히 테니스 제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혹시 그녀들의 집 안에 테니스 제왕의 DNA가 흐르고 있었던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자매를 테니스 제왕의 자리까지 이끈 것은 다른 아닌 그녀들의 부모였다. 극성스러운 아버지 리차드와 고집 센 남편과 어린 두 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준 어머니 오러신(언자누 엘리스)의 헌신이 있었던 것이다.

만약 당신의 동네에 리차드와 같은 팔불출 아저씨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이를 다짜고짜 테니스 제왕으로 만들겠다며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우고, 훈련이라며 어린아이들을 혹사시키는 그런 아저씨 말이다. 동네 이웃이 리차드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 사실 리차드는 비너스와 세레나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지 않았다. 그냥 어릴 때부터 '너는 테니스 제왕이 되어야 해.'라며 주입시키고 훈련을 시켰을 뿐이다. 어찌 보면 결코 좋은 부모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흑인 빈민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재능뿐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마약에 중독되어 창녀가 되거나, 아니면 범죄자 남자와 결혼해 감옥 뒷바라지를 하거나이다. 리차드는 자신의 딸에게 그런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두 딸을 빈민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것이 테니스이고, 다행스럽게도 비너스와 세레나에겐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어서 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잘 따라간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비너스와 세레나가 릭 맥시 코치를 만나면서 드디어 테니스 선수로서 재능을 꽃 피기 시작했을 때 내려진 리차드의 결정이다. 그는 두 딸의 주니어 대회 참가를 금지시켰다. 당시에는 주니어 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스폰서를 만나 프로로 전향하는 것이 정해진 엘리트 코스였지만 리차드는 그렇게 정해진 길을 거부한다. 어린 두 딸을 테니스로 혹사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10대의 삶을 즐기도록 배려한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의 괴짜 행보를 비난했지만 나는 리차드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너스와 세레나에게 인생에서 테니스가 전부가 아님을 가르친 것이다. 부상으로, 혹은 부진으로 테니스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남은 삶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쳤다. 영화에서도 엘리트 코스를 밟던 여자 테니스 스타가 마약에 중독된 채 호텔방에서 발견되는 뉴스가 나온다.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는 스포츠 스타의 나락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분명 리차드는 고집 센 괴짜이지만 두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인 현명한 아버지였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킹 리차드]는 전기 영화뿐만 아니라 스포츠 영화로서도 탁월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신인 비너스와 세계 1위 비카리오의 경기 장면은 내가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만 같은 박진감을 안겨준다. 영화가 끝나고 비너스와 세레나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설명하는 자막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괜한 뿌듯함도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 리차드를 따라 하지는 말자. 그의 육아 성공담은 아무나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아주 특별한 경우이니까. 성공했으니 위대한 아버지였지, 만약 실패했다면 두 딸의 미래를 망친 극성스러운 아버지가 될 것이 뻔하니까. [킹 리차드]를 보니 역시 육아엔 정해진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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