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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13  쭈니 2021.08.02 15:13:57
조회 110 댓글 0 신고

감독 : 류승완

주연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지난 주말, 내가 유일하게 잘 한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접어든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어느덧 1년 6개월 동안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이기에 많은 이들의 경각심이 다소 느슨해지긴 했지만, 나의 가족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매고 있는 중이다. 여름휴가는 일찌감치 포기했고, 사적인 만남, 외식도 최대한 자제 중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주말이 되어도 딱히 할 일이 없다. 주중에는 주말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막상 주말이 되고 나면 멍하니 TV 보다가 낮잠 자기가 하루 일과의 전부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폭염에는 동네 산책도 버겁기만 하다.

지난 주말도 그러했다. 할 일이 없다 보니 TV 켜놓고 거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것이 주말 동안 한 일의 전부이다. 물론 주말의 첫 시작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입소문이 꽤 좋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모가디슈]를 보고 온 것이다. 이 시국에 무슨 영화냐는 아내의 잔소리가 있었지만 [모가디슈]만큼은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지난 주말, 내가 유일하게 잘 한일은 [모가디슈]를 극장에서 보고 온 것이었다. 만약 [모가디슈]조차도 안 봤다면 지난 주말은 그야말로 이틀 내내 TV 보다가 잠만 잤을 듯...

[모가디슈]는 순 제작비가 무려 240억 원이 들어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모가디슈]는 천만 관객을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 살리기 취지로 실시된 상영관협회의 지원책으로 [모가디슈]가 7월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제작비 50% 회수를 보장받게 된 덕분에 손익분기점은 300만 명으로 조정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만 명은 코로나19의 암흑기에는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2월 이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3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반도] 뿐이고, 2021년 최고 흥행작인 [블랙 위도우]의 현재 관객 수는 279만 명이다. 과연 [모가디슈]는 이 어려운 상황을 뚫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니 [모가디슈]는 300만 명뿐만이 아니라 천만 관객 동원을 응원하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잘 만든 영화였다.

UN 가입을 위한 치열한 외교 전쟁

지난 7월 2일 UN 산하 기관인 UNCTAD(유엔무역 개발 회의)의 제68차 이사회에서 대한민국은 만장일치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격상되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발발로 한때 UN 원조에 의존했던 국가였으며, 불과 24년 전에는 IMF로 국가부도 사태까지 겪었었음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단기간 내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다. [모가디슈]는 대한민국이 UN에 가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1990년을 무대로 하고 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UN에 가입조차 되지 못한 작은 나라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UN의 정식 회원국이 된 것은 1991년 9월 17일인데, 당시 남, 북한 가입이 동시에 승인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161번째 UN 회원국이다.)

1990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남, 북한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UN 가입을 위해서는 아프리카의 표가 꼭 필요했던 대한민국은 1987년 소말리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고, 1969년부터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지를 출범한 시아드 바레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게는 만만치 않은 라이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1967년 일찌감치 소말리아와 수교하고 있었던 북한이다. 남, 북한은 당시 UN 가입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위해 조용한, 그렇지만 치열한 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화에서 바레 대통령에게 주기 위한 선물을 어렵게 공수해온 안기부 소속 강대진(조인성) 참사관이 북한에 사주를 받은 소말리아 강도단에게 선물을 강탈당하고, 이에 대한 복수로 강대진은 북한에서 소말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팔고 있다는 가짜 정보를 흘린다. 이러한 장면은 남, 북한의 외교 전쟁을 보여주기 위한 단적인 예이다. 비록 같은 민족이지만 한국 전쟁을 겪으며 철천지원수가 된 남, 북한의 전쟁은 머나먼 이국땅 소말리아에서 외교전 형태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 북한의 외교 전쟁은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하여 중단된다.

한 민족이면서 철천지원수 지간인 남, 북한의 기묘한 관계

소말리아 내전의 조짐은 1990년 12월 30일 종교 지도자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해지면서부터이다. 바레 정부는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하지만 '모가디슈'의 치안은 점점 불안해지고, 급기야 쿠데타를 선언한 아이디드 군대가 '모가디슈'에 입성하자 '모가디슈'는 무정부 상태의 전쟁터로 돌변한다. 대한민국 대사관의 한신성(김윤석) 대사는 대사관의 문을 굳게 닫고 내전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다. 그때 이미 쿠데타 군에게 대사관을 점령당한 북한의 림용수(허준호) 대사가 가족과 직원들을 이끌고 한신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만으로도 식량이 부족한 상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린아이들까지 동반한 림용수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모두가 사는 방법은 소말리아를 빠져나가는 것. 남, 북한의 대사관 직원들은 힘을 합쳐 살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실제로 1991년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이 30년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임을 감안한다면 한신성과 림용수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할 수 있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남, 북한의 이야기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린 한민족이니까.'라며 무조건적인 감성에만 기대기엔 한국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이러한 기묘한 남, 북한의 관계를 [모가디슈]를 잘 그려냈다. 남, 북한은 영화 초반 외교전을 위한 라이벌 관계에서 소말리아 내전이 벌어지자 살아남기 위한 동반자가 된다. 물론 그들의 관계가 갑자기 180도로 변한 것은 아니다. 북한 대사관이 반군에 점령당하자 림용수는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려 한다. 하지만 중국 대사관마저 반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되었음을 확인하자 최후의 수단으로 대한민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태준기(구교환) 참사관은 반동분자가 될 수 없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시 말해 림용수가 한신성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최후의 수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을 받아들인 한신성과 강대진의 선택은 정치적이다. 소말리아의 북한 대사관 전체를 전향시켜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면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서로 바라는 것이 다르기에 그들의 동거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바라는 것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다. 살아서 소말리아를 빠져나가는 것. 이를 위해 소말리아를 신성 통치했던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을 얻어 케냐로 탈출해야 한다.

한국 영화 최고의 긴장감 넘치는 카 체이싱

[모가디슈]의 하이라이트는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 예정인 적십자 구조기를 타기 위해 벌어지는 긴박한 카 체이싱 장면이다. 20명이 넘는 남, 북한 대사관 사람들은 4대의 차에 나눠 타고 전쟁터라 할 수 있는 '모가디슈' 시내를 관통하여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가야 한다. 림용수는 책과 모래주머니, 캐비닛, 문짝 등을 이용해서 차에 방탄 기능을 갖추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가디슈' 시내에는 반군과 정부군의 총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와! 정말 손에 땀을 쥐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이슬람 아침 기도 시간을 이용해서 반군이 점령한 지역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지만, 정부군의 바리케이드 앞에서 공수철(정만식) 서기관의 실수로 정부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정부군의 총알 세례 속에서 오해를 설명할 기회도 없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남, 북한 대사관 일행. 이제 그들은 정부군과 반군에게 동시에 공격을 받으며 이탈리아 대사관을 향해 무한 질주를 감행한다. 그저 달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한다고 해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대사관을 지키는 군인들, 그리고 남, 북한 대사관 일행을 쫓아온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는 가운데 목숨을 걸고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질주한 남, 북한 대사관 사람들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내몰린다.

물론 실제로 저랬을 것 같지는 않다. 책과 모래주머니, 캐비닛, 문짝 따위가 완벽한 방탄 역할을 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정부군과 반군의 총알 세례 와중에 4대의 차가 무사히 이탈리아에 도착한다는 것은 판타지에 가깝다. 게다가 공수철이 내민 백기가 총으로 오인되는 장면은 억지에 가깝다. 공수철이라는 캐릭터가 처음부터 어리바리하긴 했지만 가만히 숨죽여 있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저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다니... 그러한 상황에서 태준기를 희생시켜 감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류승완 감독의 무리수였다. 물론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감동은 꼭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감동적인 연출을 할 줄은 몰랐다. 그러한 아쉬움은 분명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 덕분에 긴장감 넘치는 한국 영화 최고의 카 체이싱 장면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등으로 액션 장르 영화에 진심인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모가디슈]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 초반 UN 가입을 위해 외교전을 벌이는 남, 북한의 정치적 상황을 보여줬고, 영화 중반에는 소말리아 내전에 휩싸인 남,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씁쓸함도 안겼다. 영화 후반에는 소말리아 탈출을 위한 카 체이싱 장면을 통해 긴장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액션의 쾌감도 선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한 민족이지만 철천지원수가 되어 분단된 남과 북의 애증의 감정을 담고 있다. 이미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남과 북의 첩보 전쟁을 다룬 [베를린]을 통해 남과 북의 애증의 감정을 이야기했던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보다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같은 이야기를 꺼내 든다.

[모가디슈]에서 이탈리아 대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한신성은 미수교 국가인 북한 사람들을 태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한민국 대사관 사람들만 구조기에 태우겠다고 제안한다. 만약 한신성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대한민국 대사관 사람들은 좀 더 수월하게 소말리아를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신성은 북한 대사관 사람들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그 결과 위험에 빠진다. 왜 그랬냐는 림용수의 물음에 한신성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답변한다. 이는 소말리아를 빠져나가기 위한 남, 북한 대사관의 현 상황을 두고 한 말이지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남, 북한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모가디슈]가 가지고 있는 영화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비록 케냐에 도착한 남, 북한 사람들은 서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제 갈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걸릴 것이고,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반동분자로 몰릴 테니까. 하지만 그들이 이념을 뛰어넘어 서로 힘을 합쳤기 때문에 소말리아 내전이라는 위험한 상황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 찡한 감정이 복받쳐 흘렀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남북 관계는 명확하다. 70년 전에 벌어진 한국 전쟁의 원한과 이제는 폐기된 이념의 갈등 때문에 코로나19의 위급한 상황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적대시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한신성과 림용수가 그러했듯이 자존심을 버리고, 서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힘을 합쳐 위기에 맞서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서는 쉬운데, 현실에서는 왜 이렇게도 어려운 것인지... [모가디슈]를 본 후 더욱 마음이 먹먹해진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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