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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영화를 왜 봤을까? 캐스팅만 화려한 미국의 B급 SF 영화... [코스믹 씬], [주짓수]
13  쭈니 2021.07.23 10:04:41
조회 69 댓글 0 신고

지난번 한국의 B급 SF 영화 [인천스텔라],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를 본 후, 이번엔 미국의 B급 SF 영화가 궁금해졌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암튼 그래서 본 [코스믹 씬]과 [주짓수]는 내가 왜 미국의 B급 SF 영화를 안 보려 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 [인천스텔라],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저예산이긴 하지만 그래도 B급 영화만의 뻔뻔스럽지만 당당한 아이덴티티가 있었다. 하지만 [코스믹 씬]과 [주짓수]는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 저 영화를 짬뽕한 듯한 뻔한 지루함만이 난무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시간이 아깝기는 참 오랜만이다.


[코스믹 씬] - 이제는 우리가 브루스 윌리스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

감독 : 에드워드 드레이크

주연 : 프랭크 그릴로, 브루스 윌리스, 브랜든 토머스 리

2031년 화성에 첫 식민지 건설.

2042년 연합 형성, 양자추진기술로 우주 식민지화 가능해짐.

2281년 화성 식민지화 실패, 연합 3개 식민지 지배 : 지구, 자프디, 옐로라

2519년 자프디, 연합으로부터 독립 시도, 이에 '피의 장군' 제임스 포드 자프디에 Q폭탄 투하

[코스믹 씬]은 이렇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2031년부터 2519년 사이 일어난 큼지막한 사건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곧바로 영화는 2524년 지구로부터 4,217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밴더 채굴 법인 점유 행성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두 대원은 외계 종족인 세기아와 만나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하여 지구의 연합 사령부는 비상이 걸린다. 연합 사령부의 에론 라일(프랭크 그릴로)은 곧장 불명예 제대한 제임스 포드(브루스 윌리스)를 소환하고, 연합 사령부의 지구 본부는 세기아에 의해 육체와 정신이 지배당하고 있는 생존 대원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인간의 몸을 기생하며 지배하는 세기아. 이대로라면 지구가 함락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에론 라일은 제임스 포드를 비롯한 최고의 대원들을 이끌고 세기아가 지구를 침략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감행한다.

잠깐, 외계인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한다고? 이건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와 설정이 비슷하다. 물론 영화의 스케일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코스믹 씬]도 나름 저예산 SF 영화이다 보니 그다지 정교한 특수효과와 즐길만한 스케일을 발견할 수는 없다. 생각해 보라. 양자추진기술로 우주 식민지화가 가능해진 지금으로부터 500년 후의 미래인데 군인의 슈트는 오히려 '아이언맨'보다 후퇴한 듯 보인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의 부재이다.

[코스믹 씬]의 더 큰 문제는 세계관에 있다. 처음부터 화성에 식민지 건설, 자프디의 독립 시도 등 꽤 그럴듯한 연대기를 풀어 놓은 이 영화는 정작 인간과 세기아라는 외계 종족의 단순 대결에 치중한다. 이럴 거면 자프디의 독립 시도와 같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왜 영화의 오프닝에 꺼내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캐릭터도 엉망진창이다. 자프디에 Q폭탄을 투여하여 행성 하나를 몰살시킨 '피의 장군' 제임스 포드를 제외하고는 입체적인 캐릭터 자체가 부재하다. 물론 제임스 포드도 그다지 입체적이지는 않다. 딱 출연료를 받은 만큼만 연기를 하는 듯한 브루스 윌리스의 무성의한 연기가 제임스 포드의 비관적인 캐릭터를 대신할 뿐이다. 제임스 포드를 처음 보자마자 '저 인간은 왜 여기 있냐?'라며 날을 세우다가 갑자기 러브 라인으로 돌변하는 리 고스(페리 리브스) 박사, 상관의 죽음에 분노하여 위험한 작전에 발 벗고 나선 브랙스턴(브랜든 토머스 리), 제임스 포드의 부관이며 영화에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믹 캐릭터인 대쉬(코리 라지). 그리고 전혀 비장하지 않은 희생을 선택한 에론 라일까지. [코스믹 씬]은 그야말로 캐릭터를 누가 봐도 대충 만든 티를 낸다.

결국 Q 폭탄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에론 라일의 어색한 희생으로 말도 안 되는 감동을 자아내려고 한 이 영화는 전혀 아무런 소득 없이 영화를 서둘러 끝낸다. 진정 1시간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새로움도 없고, 볼거리도 없이 식상함과 B급 특유의 대충 정신으로 가득 채워진 [코스믹 씬]. 한때 나의 영웅이었던 브루스 윌리스와 [리스타트]에서 나름 새로운 재미를 선보였던 프랭크 그릴로가 아깝게만 느껴진다. 그나저나 브루스 윌리스는 이렇게 계속 B급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가 뭘까? 생활비가 떨어졌나? 한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히어로였는데, 부디 자존심을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성룡과 마찬가지로 브루스 윌리스도 이제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때가 된 듯하다.


[주짓수] - [프레데터]의 아주 게으른 아류작

감독 : 디미트리 로고데티스

주연 : 알랭 머시, 니콜라스 케이지,주주 챈, 토니 쟈, 프랭크 그릴로

6년을 주기로 혜성이 지구를 통과하는 날, 버마의 한 사원에서는 포털이 열리고, 포털 안에서 외계의 전사 브랙스가 지구를 방문한다. 브랙스가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아홉 명의 전사가 브랙스에 맞서 목숨 건 대결을 펼쳐야 한다. 제이크(알랭 머시)는 브랙스와 맞서 싸우는 도중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을 치게 되고, 모든 기억을 잃은 채 한 노부부에 의해 구출된다. 제이크가 다시 브랙스와 맞서 싸우지 않으면 인류가 위험에 빠지는 상황. 6년 전 브랙스와 맞서 싸우다가 브랙스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살아남은 와일리(니콜라스 케이지)와 제이크의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제이크는 다시 한번 브랙스와 맞서 싸워 나간다.

음... 일단 이 영화를 선택한 것부터가 실수였다. 사실 [코스믹 씬]과는 달리 [주짓수]는 내가 관람해야 할 영화 목록에 제목을 올리지 못한 영화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토니 쟈, 프랭크 그릴로가 주연을 맡은 나름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와 마찬가지로 니콜라스 케이지도 B급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낭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가 아니던가. 게다가 다분히 B급 영화스러운 영화의 내용도 전혀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짓수]를 본 이유는 결국 [코스믹 씬] 때문이다. [코스믹 씬]과 짝을 이룰 영화를 찾다 보니 [주짓수]가 딱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왜 굳이 [코스믹 씬]과 짝을 이룰 영화를 찾았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나의 소중한 1시간 42분의 시간이 허비되었다. [코스믹 씬]을 보고 나서 최악이라 생각했는데, [주짓수]는 [코스믹 씬]보다 더 최악이다. 와~ 이렇게 대충 만들기도 힘들 것 같다.

일단 내용을 보자. 이건 뭐가 봐도 존 맥티어난 감독의 1987년 영화 [프레데터]의 아류작이다. [프레데터]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된 더취(아놀드 슈왈제네거) 소령이 정글에서 인간 사냥에 나선 외계 전사 '프레데터'와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프레데터]는 처음엔 저예산 B급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흥행에 성공하며 이후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주짓수]는 그러한 [프레데터]의 뒤를 잇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6년마다 열리는 포털을 통해 지구를 방문한 외계 전사 브랙스가 왜 아홉 명의 인간 전사와 싸워야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상관없다. [프레데터]에서도 '프레데터'가 인간 사냥을 한 이유가 시리즈가 진행되며 나중에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B급 SF 영화에서 그런 것을 바란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소한 액션만큼은 좋았어야 했다. 그런데 [주짓수]의 액션은 실소를 자아낸다. 쿠엥(토니 쟈)이 미군 기지에서 제이크를 구하는 장면에서 왜 총으로 무장한 미군이 쿠엥과의 전투에서는 단칼을 이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고의 외계 전사라는 브랙스의 표창은 번번이 빗나가고(심지어 가만히 있는 사람도 못 맞춘다.) 위기의 상황에서 제이크와 카르멘(주주 챈)의 애정씬은 뜬금없기까지 하다. 영화 마지막에는 분위기와 어울리지도 않는 코믹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브랙스의 최후는 허무하기도 하다. 이제는 식상하기만 '아이 엠 유어 파더' 식의 반전은 또 어떤가. 이쯤 되면 상상력의 부재가 아닌 감독이 머리 쓰는 것 자체를 포기한 것 같다.

[주짓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장점을 찾기 어려운 영화이다. 웬만한 영화는 단점 속에서도 그 영화 만의 장점이 최소한 한, 두 개씩은 존재하는데, [주짓수]는 그러한 장점이 개인적으로 한 개도 없었다. 그나저나 우연히도 이번에 실망스럽게 본 [코스믹 씬]과 [주짓수]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프랭크 그릴로가 출연한다는 점이다. [리스타트]를 통해 나름 괜찮게 본 배우였는데, [코스믹 씬]과 [주짓수]를 보고 나니 프랭크 그릴로를 믿고 영화를 고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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