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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한 능력의 킬러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포제서], [리스타트]
13  쭈니 2021.06.16 17: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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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에서 킬러는 결코 빼놓을 수가 없는 직업군이다. 주인공의 생명을 위협하는 악당이 되기도 하고, 때론 킬러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 활약을 펼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본 두 영화 [포제서]와 [리스타트]는 전형적인 킬러 액션 영화이다. 하지만 이 두 영화는 기존의 킬러 액션 영화와는 약간 다르다. 판타지한 설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제서]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빼앗아 임무를 수행하는 킬러의 이야기이고, [리스타트]는 이유도 모르는 채 자신을 죽이려는 킬러에게 죽임을 당하는 하루를 수 백 번이나 반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포제서] -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는 나와 안 맞다. 그것이 아버지이든, 아들이든.

감독 : 브랜든 크로넨버그

주연 :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크리스토퍼 애봇, 제니퍼 제이슨 리, 숀 빈

타인의 몸을 훔쳐 암살의 도구로 사용하는 조직 '포제서'의 베테랑 요원 타샤 보스(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언제나 깔끔한 일처리로 '포제서'의 리더 거더(제니퍼 제이슨 리)의 후임자로 거론된다. 일이 없을 땐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녀는 킬러의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이번에 그녀가 맡은 임무는 거대 기업의 CEO인 존 파스(숀 빈)와 그의 딸 에이바(투펜스 미들턴)를 죽이는 것. 이를 위해 에이바의 애인인 콜린 테이트(크리스토퍼 애봇)의 몸을 강탈하여 타샤는 임무를 완수한다. 하지만 콜린의 자아가 깨어나며 한 몸 안에서 타샤와 콜린의 자아가 부딪히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처음 [포제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꽤 독특한 설정 때문이다. 타인의 몸을 훔쳐 암살의 도구로 이용한다니... 이 독특한 설정을 잘만 이용한다면 꽤 재미있는 킬러 액션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미처 감안하지 못한 것이 있다. 감독이 브랜든 크로넨버그라는 것. 사실 나는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아마 국내 소개된 그의 연출작도 [포제서]가 처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제서]를 보기 전에 브랜든 크로넨버그라는 이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거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누구인가. [스캐너스], [플라이], [크래쉬] 등,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는 그로테스크한 명품 공포 영화로 명성을 얻었다. 최근엔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를 통해 인간 내면에 자라 잡은 잔인한 폭력성을 그려내며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 중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그렇기에 [포제서]는 겉보기엔 그저 판타지한 설정이 돋보이는 킬러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정작 영화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나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를 재미있게 본 적이 없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플라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 봤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 본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는 분명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그 속에서 영화적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하긴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기도 했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닮으려 무진장 애쓴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포제서] 역시 그 어떤 영화적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실제로 처음 영화를 봤을 땐 50여 분 정도 보다가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었다. 다음날 다시 도전을 했지만 졸음을 참기 위해 허벅지를 때리며 영화를 봐야 했을 정도이다.

그래도 [포제서]는 꽤 인상적인 영화이긴 했다. 특히 존 파스가 운영하는 '주스루'에서 콜린이 하는 업무는 충격적이다. 콜린은 개인 웹캠을 해킹하여 그 집의 커튼 종류의 색깔, 무늬 등을 기록하는 업무를 한다. 아마도 '주스루'는 그러한 자료를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며 대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와중에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는 것. 실제로 영화에서 콜린이 개인 웹캠을 해킹하는 와중에 한 커플의 적나란 섹스를 목격하기도 한다. 이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 어떤 부도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를 풍자하려는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타샤는 타인의 몸을 훔쳐 암살에 이용한 후 자살을 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한다. 임무에 성공한 콜린 역시 같은 처지이지만, 콜린의 의식이 깨어나며 자살은 실패하고 오히려 타샤의 가족이 콜린에 의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샤의 어린 아들 역시 콜린처럼 몸을 강탈당하여 임무를 완수 후 소모품처럼 버려진다. 이를 통해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은 타인의 몸을 강탈하는 가해자였던 타샤 역시 언제든지 몸을 강탈당하는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돈을 위한 거대 기업의 통제에 대한 현대 사회를 풍자한다. 뭐 좋다.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로테스크한 영상 속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단지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는 나와 안 맞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을 뿐이다. 그것이 아버지이든, 아들이든.


[리스타트] - 끝이 깔끔하지 않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임에 분명하다.

감독 : 조 카나한

주연 : 프랭크 그릴로, 멜 깁슨, 나오미 왓츠

로이 펄버(프랭크 그릴로)의 일상은 언제나 똑같다. 아침 7시 킬러가 침입하여 그를 죽이려 한다. 겨우 킬러를 막아내고 나면 이번엔 창문 밖 헬기에서 한 남자가 기관총을 난사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건물에서 뛰어내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해도 어디서 어떻게 알고 오는 것인지 킬러들이 몰려들고 결국 로이의 죽음으로 하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 다음날이 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도대체 왜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는지 모르는 채 매번 당하기만 하던 로이는 전날 전처인 젬마 웰스(나오미 왓츠)와 만났던 일이 생각나면서 조금씩 실마리를 찾는다. 젬마는 클라이브 벤터(멜 깁슨) 대령의 밑에서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오시리스 스핀들'이라는 장치를 만들고 있었던 것. 하지만 젬마는 클라이브가 '오시리스 스핀들'을 악용하려는 사실을 알아내고 로이의 유전자를 '오시리스 스핀들'에 넣음으로써 그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클라이브의 음모를 막기를 바란 것이다. 이제 로이에겐 목표가 생겼다. 더 이상 당하기만 할 수 없기에 반격을 준비한다.

[포제서]의 예상하지 못했던 난해함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나는 [리스타트]에 만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프제서]와는 달리 [리스타트]는 판타지 킬러 액션 영화라는 겉보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오락 영화이다. 로이는 매번 죽는다. 하지만 그 죽음도 수십, 아니 수백 번 겪다 보니 무덤덤해진다. 처음엔 어차피 죽을 운명, 실컷 술이나 마시자는 심산으로 제이크(켄 정)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진창 마시며 킬러가 자신을 죽이러 오기를 기다린다. 그에겐 목표가 없다. 이미 젬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온갖 잔혹한 죽임을 당하면서도 쿨하게 반응하는 로이의 모습은 이 영화를 더욱 가볍게, 그리고 재미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에게도 목표가 생긴다. 처음엔 젬마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아들이다. 일을 핑계로 아들과 떨어져 살았던 로이는 매일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오시리스 스핀들'이 반복 실행되면서 인류는 최후의 재난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로이는 아들과 인류의 최후의 날을 함께 맞이한다. 그러다가 서두르면 젬마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젬마는 인류 최후의 날을 되돌릴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목표가 생기자 로이는 달라진다. 젬마를 구하고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로이는 수십 차례 죽음을 감수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타임 루프 영화는 매번 반복되는 장면을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풀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리스타트]는 로이의 끔찍한 죽음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한다. 로이는 칼에 찔려 죽고, 총에 맞아 죽고, 온몸이 폭탄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달리는 트럭에 밟히고, 목이 댕강 잘려 나가는 등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반복되는 장면의 지루함을 느낄 새를 주지 않는다. [나크]로 주목을 받은 후 [스모킹 에이스], [A-특공대], [더 그레이] 등 감각적인 액션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조 카나한 감독의 역량이 빛난다.

결국 로이는 무려 250번의 죽음을 통해 클라이브의 난공불락의 요새에서 젬마를 구한다. (영화에서는 140번째 죽음부터 보여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인류 멸망은 막아냈을까? 사실 그게 문제다. 오락 영화는 깔끔한 마무리를 추구한다. 열린 결말은 오락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조 카나한 감독이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리스타트]에서는 어정쩡한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1시간 40분 내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고 나서도 영화가 끝나고 나면 찝찝함을 느끼게 된다. 마무리만 깔끔했다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텐데...

MCU의 빌런 크로스 본즈로 익숙했던 프랭크 그릴로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재미있었고, 멜 깁슨의 악역 연기, 오랜만에 보는 나오미 왓츠도 반가웠다. 켄 정과 양자경의 깜짝 출연도 영화의 재미를 풍성하게 한다. 로이의 레벨 업을 90년대 8비트 오락 게임에 비유한 것 역시 추억을 자극한다. 비록 끝이 깔끔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리스타트]는 1시간 40분 동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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