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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싸우는 그들... [워 위드 그랜파], [퍼펙트 케어]
13  쭈니 2021.06.07 15:34:41
조회 36 댓글 0 신고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끼리끼리 논다. 그러고는 끼리끼리 싸운다. 뭐 나도 마찬가지이고... 지난 주말에 본 두 편의 영화 [워 위드 그랜파]와 [퍼펙트 케어]가 딱 그런 상황을 담은 영화이다. 자신과 똑같이 닮은 손자와 전쟁을 선포한 할아버지, 독거노인을 등쳐먹고 사는 사기꾼과 맞서 싸우는 러시아 마피아. 두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참 끼리끼리 싸운다'였다.


[워 위드 그랜파] - 손자와 할아버지가 벌인 전쟁의 피해자는 가족

감독 : 팀 힐

주연 : 로버트 드 니로, 오크스 페글리, 우마 서먼

한때 건축가로 잘 나갔던 에드(로버트 드 니로). 하지만 이제 은퇴를 했고, 사랑하는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 독거노인 신세가 된다. 혼자서도 잘 살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던 에드는 결국 마트에서 사고를 치고 딸인 샐리(우마 서먼)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문제는 할아버지에게 방을 빼앗기고 다락방으로 쫓겨난 손자 피터(오크스 페글리)가 방을 되찾기 위해 에드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 처음엔 귀여운 손자의 장난이겠거니 생각하며 웃어넘겼지만 피터의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에드 또한 반격에 나선다. 이렇게 피터와 에드의 전쟁이 시작되고, 급기야 그들의 도를 넘은 전쟁에 가족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2020년 10월 9일에 북미에서 개봉했던 [워 위드 그랜파]는 개봉 첫 주 [테넷]을 2위로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2021년 2월 첫째 주까지 무려 5개월간 TOP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대부분의 흥행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루는 상황이었고, 긴 시간 동안 박스오피스 TOP10에 올랐어도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성적은 2천1백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영화계 입장에선 희대의 재난 와중에서도 꿋꿋하게 북미 박스오피스를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소재가 신선하다. 방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와 손자와 전쟁이라니... 얼핏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서 살았던 내 입장에서는 피터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중에 우리 식구도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고, 방 두 개짜리 집으로 이사를 갔지만 방 한 개는 언제나 할아버지의 차지였고, 남은 한 개의 방에서 다섯 식구가 모여 생활했던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때 나도 피터처럼 할아버지한테 전쟁이라도 선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전쟁이라고 해봤자 뭐 별것 있겠냐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피터는 할아버지가 아끼는 구슬이 들어 있는 병을 책상 바닥에 붙여 넣기, 할아버지의 과자에 치약을 짜넣기 등 소소한 장난에서 시작되어 침대에 뱀 풀어 놓기 등 점점 도가 넘어서는 장난을 하기 시작한다. 에드도 마찬가지인데 귀여운 손자의 선전포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는 피터의 도발이 점점 도가 지나치자 그에 맞는 반격을 가한다. 에드의 반격에 피터는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일진 선배들에게 쥐어 터지고,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투자해서 정성껏 쌓아올린 성이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것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끝이 날 수 있을까? 전쟁이라는 것이 그렇다. 한쪽이 '내가 졌소.'라며 항복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끝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반격을 할까 봐 불안해하고, 그전에 자신이 먼저 반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서로 믿지 못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반격을 반복하며 함께 자멸하게 된다. 에드와 피터도 그러했다. 피터는 동생 제니(포피 가뇽)의 생일 파티를 망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전쟁이란 서로를 망가뜨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입힐 뿐,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일단 [워 위드 그랜파]는 유쾌하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전쟁은 점점 격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전쟁처럼 목숨을 빼앗지는 않으니 가볍게 즐길만하다. 그리고 귀엽다. 특히 제니를 연기한 아역 배우 포피 가뇽의 귀여움은 이 영화의 커다란 무기 중의 하나이다. 뭐 짜임새 있는 영화를 기대했다면 분명 실망했을 테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을 가볍게 달래줄 생각으로 영화를 본다면 나름 재미있게 불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퍼펙트 케어] - 나쁜 년과 나쁜 놈의 대결... 그 끝은 추악한 뒷거래

감독 : J 블레이크슨

주연 : 로자먼드 파이크, 에이사 곤잘레스, 다이앤 위스트, 피터 딘클리지

은퇴한 독거노인들의 건강과 재산을 관리하는 업체의 CEO 말라 그레이슨(로자먼드 파이크)은 겉보기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실한 복지사이지만 사실 그녀는 병원, 요양원과 짜고 독거노인을 등쳐먹고 사는 악질 사기꾼이다. 그러한 그녀의 레이더에 제니퍼 피터슨(다이앤 위스트)가 걸려든다. 돈도 좀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가족이 전혀 없다는 점이 등쳐먹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던 것. 제니퍼를 요양원에 몰아넣고 제니퍼의 재산을 빼돌리려 하는 말라. 하지만 제니퍼에겐 말라가 전혀 모르고 있던 비밀이 있었는데, 사실 제니퍼는 잔인한 러시아 마피아 보스 로만 룬요프(피터 딘클리지)의 어머니였던 것. 순식간에 도망자 신세가 된 말라와 그녀의 파트너 프랜(에이사 곤잘레스)은 평생 도망자로 살 것인지, 아니면 반격을 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참 괴상한 영화이다. 나름 꽤 많은 영화를 봤다고 자부하지만 이 영화만큼 주인공이 역겨운 영화는 처음이다. 가끔 주인공이 너무 바보 같아서 짜증 나는 경우가 있어도 [퍼펙트 케어]의 말라는 그러한 차원이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의 주인공 중에서 가장 짜증 나게 나쁜 인간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러시아 마피아 보스이자 인신매매단인 로만을 응원할 정도이다.

생각해 보라. 난 멀쩡한데 갑자기 사람들이 들이닥쳐 보호가 필요하다며 요양원에 가둬 버린다. 그리고 핸드폰도 빼앗고, 면회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제한해 버린다. 그래놓고 내가 그동안 모아온 재산을 요양원 비용과 월급이라며 자기네들 맘대로 팔아서 갈취한다. 이걸 당해야만 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라. 피가 거꾸로 솟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요양원에서 강제로 먹이는 약에 취해 하루하루를 죽어갈 뿐.

가끔 범죄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가 있다. 그런 영화의 경우 주인공의 범행 대상은 자신보다 더 나쁜 쪽이다. 그래야만 관객의 응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퍼펙트 케어]에서 말라의 범행은 무고한 노인이다. 그러니 영화 사상 가장 비호감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말라가 주인공이다 보니 쉽게 죽지 않는다. 잔인한 러시아 마피아 보스 로만에게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말라는 프랜과 함께 로만에게 반격을 가한다. 이 장면에서 진심으로 로만을 응원했다. 제발 말라, 그년을 죽여줘...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자신은 양이 아닌 사자라며 뻔뻔스럽게 로만에게 천만 달러를 요구하는 말라. 그러한 말라에게 로만은 동업을 제시한다. 말라의 사기 행위를 키워 병원과 요양원을 체인으로 둔 대기업을 만들자는 것. 그래, 바랄 것을 바라자. 말라에 가려지긴 했어도 로만 역시 나쁜 놈일 뿐. 이 두 나쁜 놈, 나쁜 년은 결국 돈이라는 공통 분노를 찾았고, 싸움 대신 손을 잡는다. 정말 이렇게 끝난다고? 그래서 로만의 사기 행각을 더욱 키운다고? 이러면 안 되잖아. 영화가 끝날 때쯤 내가 속으로 외친 비명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다. 말라는 천벌을 받는다. 비록 그 천벌이 로만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속 시원하게 천벌을 받는다. 그동안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처절한 응징인 셈이다. 누군가 그랬다. '한방의 반전. 마지막 1분이 살렸네. 답답함이 한방에...' 진짜다. 그 마지막 장면이 없었다면 [퍼펙트 케어]는 내게 두고두고 찝찝함을 안겨줄 영화로 기억될 뻔했다. 그래, 최소한 영화에서만이라도 나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말라의 최후와 울부짖는 프랜을 보며 왜 이렇게 속이 후련하던지... 제발 나는 늙어서 말라와 같은 악마를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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