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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순수했다네!!! 일본식 순수 사랑 이야기... [라스트 레터], [유어 아이즈 텔]
13  쭈니 2021.06.04 11:00:32
조회 32 댓글 0 신고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선언했다. 당시에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큰 논란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저질 문화가 무분별하게 공개되어 한국 문화를 해칠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고, 정부의 단계적 개방 정책도 혼란을 막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혈기왕성한 20대였던 나는 일본 영화 몇 편을 본 후 '왜 그리들 호들갑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일본 영화에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던 중 1999년 11월에 개봉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보게 되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가 너무 순수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속의 배경처럼 하얀 눈 속에 누워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열심히 찾아서 보기도 했고, 몇 날 며칠 동안 일본 멜로 영화만 본 적도 있었다. 물론 너무 보다 보니 금세 질리긴 했지만...

이번에 본 두 편의 일본 멜로 영화 [라스트 레터]와 [유어 아이즈 텔]은 나의 20대를 함께 했던 일본 멜로 영화들을 추억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라스트 레터]는 오랜만에 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이고, [유어 아이즈 텔]은 2011년 개봉했던 송일곤 감독, 소지섭, 한효주 주연의 영화 [오직 그대만]을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라스트 레터] - 너무 오래된 낡은 옛 감성. 그래서 반가웠는지도...

감독 : 이와이 슌지

주연 : 마츠 다카코, 히로세 스즈, 모리 나나

학창 시절 모범생으로 부모님의 자랑이었던 언니 미사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니의 장례식을 치른 유리(마츠 다카코)는 언니의 동창회 초대장을 받게 되고, 언니의 부고 소식을 알리기 위해 동창회에 참석한다. 하지만 동창회에서 뜻하지 않게 언니 행세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를 만난다. 자신을 미사키로 착각하는 쿄시로에게 얼떨결에 편지를 쓰게 된 유리. 사실 유리는 학창 시절 쿄시로를 몰래 짝사랑했었다. 하지만 쿄시로는 미사키를 좋아했고, 그렇게 유리는 쿄시로와 미사키가 사귀는 것을 곁에서 지켜만 봐야 했다. 쿄시로에게 미사키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다시 소녀로 돌아간 듯한 첫사랑과의 셀레는 편지가 싫지 않은 유리. 한편 쿄시로는 미사키의 딸 아유미(히로세 스즈)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면서 미사키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알게 되는데...

[라스트 레터]의 내용은 최근에 극장에 본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언니를 대신해서 편지를 쓰는 동생이라는 설정이 그렇다. 하지만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2003년을 배경으로 한 복고풍 영화라면, [라스트 레터]는 지금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니,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편지라니... 그런데 [라스트 레터]의 아날로그 감성은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그것은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내공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중간중간 유리와 미사키, 그리고 쿄시로의 학창 시절과 추억한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시절. 영화는 유리와 미사키, 쿄시로의 학창 시절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운 순수의 시절로 묘사한다. 이제는 사회의 때가 묻을 대로 묻은 성인이 된 그들. 미사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리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으며, 쿄시로는 과거의 첫사랑을 놓지 못한 채 방황하는 소설가로 머물러 있다. 그들은 과거와 이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테니...

유리는 쿄시로에게 편지를 쓰며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과거와 이별을 고한다. 쿄시로는 미사키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 미사키의 흔적을 찾아 방황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옛 학교에서 미사키의 딸 아유미와 유리의 딸 소요카(모리 나나)를 만나게 된다. 학창 시절의 미사키, 유리와 너무 닮은 소녀들. 그렇게 쿄시로도 결코 놓지 못했던 과거와 이별을 하게 된다. 그는 이제 새로운 소설을 쓰게 될 것이다.

솔직히 [라스트 레터]는 [러브레터]처럼 아름답고 슬픈 영화는 아니다. 학창 시절, 미사키와 유리, 그리고 쿄시로의 엇갈린 삼각관계는 뻔한 이야기일 뿐이다. 유리와 쿄시로는 학창 시절 못다 한 인연을 성인이 되어 편지를 통해 맺어 보지만 그들의 관계는 그다지 깊지 않다. 유리에겐 이미 가정이 있었고, 쿄시로의 미련은 유리가 아닌 미사키였으니 그저 작고 소소한 해프닝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뒤늦게 미사키의 죽음을 알게 된 쿄시로의 눈물이 조금 찡하긴 했지만 그렇게 큰 울림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라스트 레터]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낡은 옛 감성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자극적인 영화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다 보니 이렇게 낡은 옛 감성의 영화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러브레터]를 처음 봤을 때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신선한 충격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면 내 영혼이 1mg 정도 맑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요즘 너무 탁한 일상을 살고 있다면 이런 영화 한 편 정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유어 아이즈 텔] - 시대를 역행하는 신파, 그래도 그들의 사랑은 원더풀.

감독 : 미키 타카히로

주연 : 요시타카 유리코, 요코하마 류세이

유망한 킥복싱 선수였지만 잘못된 선택을 한 후 마음을 닫아버린 남자 루이(요코하마 류세이)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일하는 곳에 불의의 사고로 부모와 시력을 잃은 여자 아카리(요시타카 유리코)가 찾아온다. 우연한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할뻔한 아카리를 루이가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루이는 아카리가 과거에 당한 사고가 자신에 의한 것이었다는 잔인한 진실을 알게 되고, 아카리를 위해 또다시 어둠의 길을 선택하고 만다.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이 일본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솔직히 [오직 그대만]은 시대를 역행하는 신파적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오직 그대만]이 개봉했던 2011년에도 그렇게 느꼈었는데 10년이 흐른 2021년에는 오죽할까. 그래도 [오직 그대만]은 소지섭, 한효주의 매력에 기대어 영화를 나름 재미있게 봤었지만 [오직 그대만]을 리메이크한 [유어 아이즈 텔]의 주연 배우인 요시타카 유리코와 요코하마 류세이는 아무래도 소지섭, 한효주의 매력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그러니 우려를 할 수밖에.

흠... [유어 아이즈 텔]은 내가 우려했던 만큼의 영화이다. 놀랍게도 요시타카 유리코는 한효주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코하마 류세이도 [오직 그대만]의 소지섭을 따라 하려 무진장 노력한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원본을 넘어설 수는 없는 법. 배우의 매력이 90% 이상을 차지해야 할 영화에서 원작 배우의 매력을 넘어서지 못하니 [유어 아이즈 텔]이 [오직 그대만]보다 재미있을 리가 없다.

비록 [유어 아이즈 텔]은 [오직 그대만]을 넘어설 수 없는... 리메이크 영화의 한계에 부딪힌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신파의 오묘한 재미는 잘 이어받았다. 이유 없이 발랄한 여주인공, 심각하게 과묵한 남주인공. 두 사람에 얽힌 과거의 악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남주인공 등등. 요즘 시대에 이런 영화가 먹힐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 루이와 아카리의 사랑을 응원하며 영화 속으로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역시 나는 신파를 좋아하는 옛날 사람인가 보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가 너무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카리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불법 격투장에 몸을 던진 루이. 두 사람의 비극은 그때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내 사전에 새드 엔딩은 없어.'라고 외친 이 영화는 루이와 아카리의 인연을 우연으로 포장하여 자꾸 엮어 놓았다. 3개의 쿠키영상(진짜 쿠키영상은 아니지만 마치 쿠키영상처럼 이미 끝났어야 할 영화의 보너스 영상을 보는 듯한...) 끝에 결국 억지 해피엔딩으로 영화를 끝낸다.

[오직 그대만]을 보고 나서는 꽤 긴 여운을 느꼈었다. 하지만 [유어 아이즈 텔]을 보고 나서는 그러한 여운을 느낄 수는 없었다. 아마도 10년 전의 나는 현재의 나보다 감성이 풍부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확실히 [유어 아이즈 텔]이 [오직 그대만]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오랜만에 신파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유어 아이즈 텔]을 추천하고 싶다. 뭐 가끔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며 눈시울을 살짝 적시고 나면 요즘의 쿨한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복고의 매력을 아주 살짝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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