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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넷플릭스 신작 영화... [스토어웨이], [우먼 인 윈도]
13  쭈니 2021.05.18 12:34:37
조회 55 댓글 0 신고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많다. 영화의 장르, 소재, 내용, 감독이 될 수도 있고, 때론 배우의 이름값만으로 영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내가 넷플릭스를 통해 선택한 두 편의 영화 [스토어웨이]와 [우먼 인 윈도]의 경우 안나 켄드릭과 에이미 아담스라는 내가 특히 사랑하는 할리우드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물론 SF 재난, 스릴러라는 장르도 매력적이긴 하지만... 문제는 영화적 재미가 두 배우의 매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뭐 그래도 오랜만에 안나 켄드릭과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를 만끽한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스토어웨이] - 앞뒤 다 잘라먹고 무조건적인 희생만 강요하다.

감독 : 조 페나

주연 : 안나 켄드릭, 토니 콜렛, 대니얼 대 킴, 세미어 앤더슨

화성 식민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3인의 대원이 우주선 MTS호에 몸을 싣고 화성을 떠난다. 화성 식민지 계획은 2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로 선장인 마리나(토니 콜렛), 하버드 출신의 식물학자인 데이비드(대니얼 대 킴), 그리고 예일 출신인 의료 담당 조이(안나 켄드릭)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순항하던 MTS호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 우주선 천장에서 한 남성의 기절한 채 발견된 것. 그의 이름은 마이클 애덤스(세미어 앤더슨)으로 발사 지원팀 엔지니어이다. 그는 작업 도중 안전사고로 기절을 했던 것. 문제는 그로 인하여 이산화탄소 제거 장치가 망가져 MTS호에는 단 3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산소만 남게 된 것. 마리나와 데이비드는 마이클의 희생을 결정하지만 조이를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조이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스토어웨이]의 기본 설정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이다. 이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데, 실제로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100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해야 한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었더니 대부분 한 명의 희생을 찬성했다. 하지만 '만약 그 한 명이 너, 혹은 너의 가족이라면?'라고 물으면 '그건 절대 안 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렇듯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허울만 좋은 빈 껍데기이다. 우리가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희생되어야 하는 소수에 나와 나의 가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믿음에 기반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란 말인가.

MTS호의 대원들 역시 그러한 딜레마에 빠진다. 마이클을 희생하면 다른 대원들이 살 수가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훈련했던 화성 식민지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어차피 마이클은 무임승차자가 아니던가. 마리나와 데이비드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인 조이는 그런 비인간적인 선택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녀가 찾은 방법은 쉽게 실행되지 않는다. 하필 그때 태양 폭풍이 몰아칠 줄이야...

확실히 [스토어웨이]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흥미롭다. 만약 마리나와 데이비드의 선택대로 마이클이 희생되었다면 MTS호의 대원들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완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이클은 불청객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마이클이 작업 도중 부주의로 기절을 했기 때문이니 그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마땅하게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 내가 그 상황이라면 조이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마이클을 희생시킨 후 평생 짊어져야 할 죄책감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쉽게 다른 이의 희생을 선택하기 전에, 희박한 확률일지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보는 것. 그것이 조이의 선택이고, 나 역시 그 선택에 공감한다.

문제는 [스토어웨이]가 꽤 흥미로운 질문과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영화일지라도 영화의 완성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 마이클이 작업 도중 안전사고로 기절했다고 치자. 그런데 어떻게 기절한 마이클이 천정에 그것도 나사가 조여진 곳에서 발견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 일부러 마이클을 기절시키고 그곳에 숨겨 놓지 않았다면 설명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영화 후반부까지 마이클을 의심했고, 뭔가 음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 페나 감독은 그러한 음모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산소가 부족하다면 화성 식민지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지구로 귀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이클이 발견된 것은 MTS호가 지구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화성 식민지 계획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의 이끼는 MTS호에 산소를 만들기 위해 써버린 상태. 이대로 MTS호의 대원들이 화성에 간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MTS호의 지구 귀환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는 그냥 무조건적인 조이의 희생을 강요한다. 과연 조이의 숭고한 희생에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스토어웨이]는 앞뒤 다 잘라먹고 나에게 '네가 좋아하는 안나 켄드릭이 희생했으니 감동받아.'라고 강요하는 듯한 영화다. [그래비티], [마션] 등 SF 재난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억지 강요된 감동에 눈물을 흘릴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 아무런 감흥 없이 멀뚱멀뚱 '그래서 뭐?'라며 종료 버튼을 눌렀다.


[우먼 인 윈도] - 에이미 아담스의 명연기 덕분에 평타는 하는 스릴러

감독 : 조 라이트

주연 : 에이미 아담스, 줄리안 무어, 게리 올드만

광장 공포증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소아정신과 의사 애나(에이미 아담스)는 건너편 집에 새로 이사 온 러셀 가족을 관찰하며 하루를 보낸다. 핼러윈 데이에 자신의 집에 계란을 던지는 아이들을 쫓기 위해 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기절한 애나는 제인 러셀(줄리안 무어)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녀와 친분을 쌓는다. 그날 저녁 제인이 집에서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앨리스터 러셀(게리 올드만)에게 미치광이 취급만 받는다. 앨리스터는 제인은 살아있다며 자신의 아내(제니퍼 제이슨 리)를 소개한 것이다. 애나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여자는 제인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경찰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한 애나.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커다란 혼돈과 마주하게 된다.

[우먼 인 윈도]는 전설적인 스릴러의 장인, 알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을 연상시킨다. [이창]은 다리를 다쳐 휠체어 신세가 된 사진작가 제프(제임스 스튜어트)가 이웃집을 몰래 훔쳐보다가 우연히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자의 수상한 행동에 의구심을 품고 진실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창]이 훌륭한 이유는 범행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도 제프가 의심하는 살해 사건이 정말 일어나긴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제프의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우먼 인 윈도]도 [이창]과 같은 방식을 취한다. 광장 공포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애나. 그녀는 분명 제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제인이 살해되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실일까? 앨리스터는 경찰 앞에 제인을 데리고 나타난다. 애나가 그녀는 제인이 아니라고 항변해도 소용이 없다. 아무리 경찰이 멍청해도 진짜 제인과 가짜 제인을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약의 부작용에 의한 애나의 착각일까? 영화 중반까지는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했지만 별거 중이라는 애나의 남편 (안소니 마키)와 어린 딸이 이미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러한 확신은 흔들리고 만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그저 애나의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광장공포증에 걸린 애나의 상태 때문에 [우먼 인 윈도]는 [이창]과는 달리 굉장히 단순해졌다. [이창]에서 제프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휠체어를 끌며 범행 현장에 잠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지만, 애나는 그럴 수가 없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검색과 전화뿐이다. 그녀는 그저 가만히 집에 갇힌 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 주길 기다릴 뿐이다. 그렇기에 [이창]의 제프가 능동적이라면 [우먼 인 윈도]의 애나는 수동적이다. 그러한 차이는 [이창]과 [우먼 인 윈도]의 스릴러적 재미를 갈라 놓았다.

물론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역시나 대단했다. 처음 내가 그녀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에 국내 개봉한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부터였다. 동화 속에서 빠져나온 푼수끼가 다분한 공주 지젤이 그녀의 역할이었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서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에이미 아담스는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에서 벗어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2017년에 국내 개봉한 [녹터널 애니멀스]는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작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힐빌리의 노래]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이제 에이미 아담스는 예측할 수 없는 폭넓은 연기력으로 다양한 장르의 재미를 나에게 안겨주는 배우가 되었다.

[우먼 인 윈도]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광장 공포증에 걸린 무기력한 여성에서부터, 제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정의감 넘치는 여성, 그리고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는 앨리스터의 아들 이든(프레드 헤킨저)를 보호하려는 자상한 여성 등의 모습을 가진 애나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다. 이 영화는 거의 에이미 아담스의 원우먼쇼에 가까운데, 그녀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 외에 [우먼 인 윈도]는 그냥 평범한 스릴러 영화에 불과하다. 분위기도 꽤 그럴듯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했지만 사건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대충이다. 특히 애나조차도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범인은 굳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대개 범인이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는 경우는 궁지에 몰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혹은 과시욕이다. 이 영화는 그중 후자를 선택하는데 그게 별로 마음에 안 와닿는다. 그렇다 보니 영화의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원작에서는 범인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까지 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러한 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그냥 뜬금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억지스럽거나, 싱거운 스릴러 영화는 아니니 그저 소소하게 즐길 수는 있는 영화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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