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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네... [마이 미씽 발렌타인],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13  쭈니 2021.05.14 10:04:56
조회 34 댓글 0 신고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특별하다. 이 넓은 세상에서, 이 수많은 사람 중, 서로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은 상당히 낮다. 그렇게 기적 같은 확률을 뚫고 우리는 만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니, 사랑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당연한다. 하지만 여기 조금 더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에 판타지 한 방울을 살짝 떨어뜨려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모든 것이 1초 빠른 여자와 모든 것이 1초 느린 남자의 아주 특별한 발렌타인 데이를 다룬 대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과 사랑하는 여자를 살리기 위해 존재 자체가 지워진 남자의 사랑을 그린 홍콩 영화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이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 - 1초가 빠른 여자와 1초가 느린 남자의 엇갈린 타이밍을 하루의 이자로 맞혀 버리는 마법.

감독 : 진옥훈

주연 : 유관정, 이패유

모든 것이 1초 빠른 여자 샤오치(이패유)는 우체국에서 일하며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 지쳐 간다. 그러던 그녀에게도 봄날이 왔으니 드디어 멋진 남자와 만나 데이트를 즐기고 발렌타인 데이에 개최되는 커플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다. 발렌타인 데이 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샤오치.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발렌타인 데이 아침이 밝아 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커플 대회 개최 장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에서 자고 있었던 것. 온몸은 햇볕에 그을려 있고, 더군다나 발렌타인 데이는 이미 하루가 지나가 있었다. 그녀의 발렌타인 데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리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든 것이 1초 느린 남자 타이(유관정)는 삼촌이 운영하는 버스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지루하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샤오치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일하는 우체국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찾아가 샤오치에게 편지를 보낸다. 물론 샤오치를 절대로 받을 리가 없는 편지를... 그런 그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발렌타인 데이 아침, 거짓말처럼 타이를 제외하고 세상 모든 것이 정지되어 버린다. 정지된 세상에서 샤오치를 발견한 타이는 샤오치조차 기억하지 못할 달콤한 하루를 보낸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모든 것이 1초 빠른 여자와 모든 것이 1초 느린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러 가면 샤오치는 남들보다 1초 먼저 웃는다. 그리고 타이는 남들이 다 웃고 나서 1초 후에 웃는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사랑은 타이밍인데, 1초 빠른 샤오치와 1초 느린 타이의 타이밍이 서로 맞을 리가 없다. 하지만 하루가 정지되어 버린다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의 매 순간 1초씩을 적립한 타이에게 은행 이자가 붙듯이 하루라는 이자가 생겨 난다. 그리고 거의 매 순간 1초를 대출해서 쓰다시피한 샤오치는 대출 이자를 내듯이 하루를 빼앗긴다. 그럼으로써 두 사람의 타이밍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모든 것이 멈춰졌던 발렌타인 데이 아침,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다시 흐르자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지만 샤오피 만큼은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다시 시간이 흐른다. 꽤나 재미있는 아이디어이다. 어쩌다가 샤오치와 타이에게 그런 능력이 생겨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샤오치의 아빠가 타이처럼 느린 시간을 사는 사람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타이의 부모는 샤오치처럼 빠른 시간을 살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서로 맞닿는다.

발렌타인 데이가 하루 지나고 나서야 깬 샤오치가 자신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발렌타인 데이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샤오치는 검게 그을린 피부, 동네 사진관에 걸려 있는 사진, 그리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서함 열쇠를 통해 타이와 함께 보낸 발렌타인 데이 조각을 맞춰 나간다. 모든 조각이 엉성하게 맞춰진 시점에서 타이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듬성듬성 빠져 있는 조각들을 제자리에 끼워 놓는 감독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나에게 꽤 재미있었다. 영화 초반엔 대만 배우인 유관정과 이패유의 외모가 멜로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긴 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은근한 매력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지만 낙천적인 성격을 잃지 않는 타이와 샤오치. 비록 앞으로도 두 사람의 시간은 계속 엇나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천생연분이 아닐까? 샤오치가 미리 당겨쓴 시간의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하는 날이면 타이는 시간의 은행 이자를 받게 될 테니, 이쯤이면 상호보완적인 최고의 관계가 아닐까?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단 하루의 시간을 통해 평범한 사랑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내가 결코 경험해볼 수 없는 사랑 이야기이기에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 - 사랑을 위하여 당신은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감독 : 요정정

주연 : 리홍기, 이일동

어머니의 죽음 이후 왕따가 된 어린 린거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치우첸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치우첸의 전학으로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진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서 재회한 린거(리홍기)와 치우첸(이일동). 발레리나가 꿈인 치우첸과 문제아로 낙인찍힌 린거는 예전처럼 금세 다시 친해진다. 치우첸과 함께 생일을 함께 보낸 린거는 치우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하고, 그 순간 치우첸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치우첸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던 린거는 어린 시절 치우첸과 함께 찾았던 망가진 낡은 시계에 치우첸을 살려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소원을 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시간은 치우첸이 사고를 당한 생일날 아침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기적적으로 치우첸은 살아났지만 린거는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 그의 아버지도, 친구들도, 그리고 치우첸조차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게다가 린거는 순식간에 20대 청년으로 나이가 들어 버렸다. 그래도 뭐 상관없다. 치우첸이 살아났으니... 낙천적인 성격으로 치우첸의 주변을 맴돌며 치우첸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린거. 린거의 도움으로 치우첸은 그토록 소망했던 유학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린거와 치우첸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치우첸에게 두 번째 죽음이 닥치고, 린거는 또다시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대가로 치우첸을 살려낸다.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신비한 시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그때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무리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한 후회가 크면 클수록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욕망은 커진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는 대가가 있다면 어떨까? 린거는 사랑하는 치우첸의 주검 앞에서 시간을 되돌리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소망이 이뤄질지도 몰랐고, 이뤄진다고 해도 그에 대한 대가가 무엇일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막상 자신의 존재가 지워졌을 때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그 덕분에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끊을 수 있고, 지긋지긋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문제는 두 번째 소원을 빌었을 때부터 시작된다. 이미 치우첸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 그에게 존재가 지워진다는 것은 이전과는 달리 엄청난 형벌과도 같다.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선택한다. 치우첸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나이가 순식간에 중년이 되는 것도, 그리고 치우첸과의 추억이 모두 자신의 기억에만 남게 되는 것도 그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 영화의 분위기는 진중해진다. 이전까지는 조금은 밝은 분위기였다면 린거가 두 번째 희생을 하면서부터는 슬픈 분위기로 반전된다.

영화 초반 치우첸에게 우산을 건네준 린거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린거의 희생은 두 번째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세 번째도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희생을 통해 린거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목숨까지 내건 것이다. 이쯤 되면 린거의 희생이 거룩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당신은 어디까지 희생을 할 수 있는가? [시간의 끝에서 널 기다려]의 질문이 아프게 느껴진다.

이대로 영화가 끝난다면 린거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영화가 막을 내릴 것이다. 요정정 감독은 그러한 결말은 원하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지워졌던 치우첸의 기억이 서서히 되돌아오는 결말을 선택한다. 솔직히 이건 억지다. 존재 자체가 지워졌는데, 어떻게 치우첸의 기억에 린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기억 상실증 따위가 아닌데 말이다. 조금 억지스러운 결말이지만 그 덕분에 린거는 희생에 대한 보답을 얻을 수 있다. 이제 린거를 살리기 위해 치우첸이 시간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인데 영화가 끝날 때쯤엔 찡한 감동이 느껴졌다. (아! 그래도 리홍기의 노인 분장은 조금 심하게 어색했다. 차라리 노인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더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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