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찔레꽃 /지시연

다음 생은 그 애가

흰 찔레꽃 말고 분홍찔레꽃으로 

먼저 와 주길 기다려볼 참이다

찔레꽃보다 더 하얗게 아팠던 그 애가

떠난 건 여고 일학년 늦봄

나는 상상화 잎이 푸른

초겨울 선운사 경내를 걸으며

봄 오면 또 오려 했는데 어쩌나,

아직 떨쳐내지 못한 이 겨울의 잔상들이

죽음과 맞선 채 떠나지 않는다

정작 3월은 오고야 말았는데

사람이 입을 막고 코를 막은 지금

그 애가 흰 종이 같은 얼굴에 썼던 마스크

냉이 한 줌 캐서 맡아보다 그만, 울컥…

<아름다운 시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