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와 외아들-1

이혼도장을 찍고 조정기간중입니다.
한달이란 시간이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세월보다도 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였네요.
어디서 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21살에 남편을 만나 25살에 아이를 갖고 26살에 출산과 결혼식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28살에 벌써 딸 둘 엄마가 되었네요.
저..남편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남편하나 믿고 홀어머니와 남편 둘이서 살고있는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되었지요.
시누이가 둘이 있지만 둘다 결혼하고 출가외인이라
자연스레 집에 들어가서 살게되었는데요... 이렇게 힘든삶을 살게될줄은 몰랐네요.
너무너무 잔소리도 심하고 남욕하기 좋아하시고 돈돈돈 하시는 어머님과
어머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기적인 남편사이에
항상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먼져, 저희 남편먼져 말씀드리면요...
맘이 너무 여립니다. 너무 여려서 어머님 혼자두고는 분가할 엄두도 못내지요.
장난끼도 많고 가끔 애교로 절 웃겨주지만
화가나면 막말을 하고 술에 취하면 가끔 저한테 욕도 하네요.
대화하자고 하면 말하고싶지 않다고 벽보고 말하라고 하고
저 둘째 낳은날에는 애기 낳고 병실에 올라와서 얼굴잠깐 보고
친구들과 술마시러 나가고
저 산후조리하러 친정에 간지 이틀만에 나이트가서 부킹하고
친구와 술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있는 시간보단 친구들과 술마시고 당구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네... 남자들 다들 그런거..알고있습니다. 이해 하구요...
하지만 저랑 아이들에겐 너무 무심한 남편을 볼때면 너무 속상하고
또, 어머님과 저만 두고 나가버리는 남편이 야속하네요..
저...저희 어머님 너무 불편합니다.
항상 거실에서 주무시고 (부부관계 당연히 어렵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시면 대청소부터 하십니다. 항상 꼼꼼한걸 좋아하셔서 밤 10시에도 퐁퐁으로 방을 쑤세미 밀면서 닦으로 하십니다.
저희 부부가 나란히 외출이라도 하는날에는 토라지셔서 말씀도 안하시고 이틀씩 꽁~하고 계십니다.
세탁기를 탈수용이고 항상 손빨래를 하라 하십니다.
저...다 좋습니다. 참고 살았습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보면서 참았습니다.
헌데, 어느날... 마늘을 같이 까자고 하시면서 조용히 마늘까시다가 저한테 그러십니다.
"결혼식때 사람들이 다 너네엄마 기가 쌔게 생겼다고 하더라.. 너네엄마가 기가 너무 쌔서 너네 부모가 이혼한거야...에효...너도 너네엄마 닮아서 기가 쌔게생겼어...여자가 무조건 참아야해! 너도 남편한테 대들지 말고 너무 닥달하지 말고 참아...우리애가 널 때리기를 하냐 돈을 안벌어다주길 하냐? 잔소리 그만해.. 옛날에는 맞고도 참고 살았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의도는 몰까요?
매일매일 어머님 눈치보는것도 너무 스트레슨데...
옆에서 힘이되어주길 바라는 남편은 매일 밖으로 나도는데...
전 대체 누굴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걸까요?

너무너무 힘들어서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집 나온지 5일쯤 됐을까요? 연락한번 없던 남편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애들보여달라고... 보고싶다고
애들한테서 아빠를 뺏고싶지 않아서 보여주겠다고 하고 집을 알려주었습니다.
애들아빠... 제가 구한 원룸으로 와서 큰아이를 데리고는 과자사주겠다고 하고 데리고
나가더니 전화로 "애 내가 데려간다, 너도 애없이 산 5일동안의 고통 똑같이 느껴봐"하더니 끊어버리더군요...
항상 큰애만 이뻐하고 큰애만 생각하던 결국 큰애를 데려가버렸더군요...
전 저희 친정아빠한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아빠를 모시고 같이 시댁으로 갔습니다.
많은 얘기가 오갔고 싸우고 울고불고 해서 (저희아빤 한마디도 못하셨음...안하셨음..)

결국 아이들 데리고 왔습니다.
다음날 남편은 당장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자고 했고 전 알았다고 하고 바로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나니 모든게 다 후회된다면서
미안하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저..남편과 같이 살고싶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도 그렇지만...저 아직 아이아빠를 사랑합니다.
하지만...그집에 들어가서는 절대 살기 싫습니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하였는데..얼마전에 어머님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번 만나자구요...
그래서...저..내일.. 아이들과 시댁으로 갑니다.
어머님 만나뵙고 얘기를 하려구요...
친구들이 말합니다. 이미 이혼도장 찍었는데 무서울게 모있냐고
분가시켜 주신다고 하면 알았다고 하고 걍 애들아빠랑 살고
그런거 아니라면 걍 이혼하라고...
참 많이 어렵고 복잡하고 그러네요...

사랑하지만 아이아빠한테 받은 상처와 어머님한테 받은 상처가 두렵고...
헤어지자니 아이아빠를 향한 마음때문에 쓰리네요...


홀어머니와 외아들-2

윗글은 작년 여름에 제가 올린 글이네요.
많은 분들께서 조언도 해주시고 위로도 해주시고..너무 감사했습니다.

지금은..
시댁 근처로 분가해서 네식구끼리 살고있습니다.
분가만 하면 모든게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제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생각으로 요즘 참 많이 힘이드네요

적어도 분가하면 어머님 간섭없이 남편과 서운한거 그때그때 말하면서
풀수 있겠지... 적어도 분가하면 잠자리도 편하겠지...
적어도 분가하면 내 친정 흉보는 소리는 안듣고 살겠지...
적어도 분가하면 남편과 함께 나갈때 눈치 안볼수 있겠지...
그러다 보면 남편과도 사이가 좋아지겠지...

헌데, 애들아빠요...
요즘 일주일에 한번은 시댁에 다시 들어가자 말합니다.
그 말 외엔 정말 필요한 말 말고는 거의 말을 섞지 않습니다.
잘해보자고..노력해서 행복하게 살자고...
그리 말했던 사람은 지금
시댁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꼭 가자면서
저희 친정은 평생 안갈꺼라 엄포를 하고
(이유는 제가 집을 나갔을때 저희 엄마가 집나간집에 생필품을 가져다
주시면서 도와주셨거든요..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오히려 돌봐줬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6번은 친구들과 술,당구를 칩니다.
제가 세달에 한번 야근을 할라치면 3일은 역성을 냅니다.
저는 친구도 분기별로 만납니다.
삼개월에 한번.... 그것도 아이들을 둘 다 데리고 가야합니다.
애들아빠 혼자서 아이를 봐주는일...한번도 없고 봐줄생각도 안합니다.

매일매일 이혼할까... 그냥...이혼할까...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서 또 마음 다잡곤 하지만...
정말 많이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