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PM8:00 명보아트홀 하람홀

*cast: 오승준/라미란/고원석/이재혁/이승원/한진희

리뷰를 쓰기 전에 다른 리뷰들을 좀 찾아봤다. 개인적 성향이 원체 극을 보기 전에 먼저 리뷰를 찾지 않는 스타일이라 몰랐는데, 비슷비슷한 감이 없잖아 있더라. 같은 극을 봤으니 느낌이 비슷한 건 당연할 터.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뮤지컬이며, 안 그래도 추운 겨울,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뮤지컬이라는 말에 동조함을 기본 바탕으로 깔 되, 개인적인 취향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그러니까- 이 뮤지컬, 안타깝게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피곤에 쩔어서 찾은 공연장이라는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었을 거고, 그러다 보니 공연을 대하는 내 자세 또한 그닥 성의있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오승준이라는 개인적으로 좀 더 인정받았으면 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극임에도...따듯한 내용만 앞세우기 보다는..뮤지컬 적 구성에서 드는 아쉬움이 나를 좀 지치게 한 것 같다.

1. 옴니버스식 구성

이 뮤지컬은 1막 2개, 2막 2개의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뮤지컬 소개에도 나와있듯 베스트셀러인 책 <연탄길>을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에서 100개가 넘는 에피소드들 중 독자들에게 가장 호응이 좋았던 에피들을 뽑아 뮤지컬 형식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베스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탄길을 못봤다.;; 이 역시 오덕기질 다분한 나같은 사람에겐 그닥 읽고 싶은 책일 리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그러니까 뭐, 비루한 변명일 뿐일테지만.;ㅁ; 여튼 책을 접하지 않은 나에게 이 뮤지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백지상태에서 볼 수 있게 된 공연. 지금 드는 생각은, 어쩌면 책을 보고 갔으면 그 느낌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랄까.

<풍금소리><새벽이 올 때까지><반딧불이><겨울에 핀 꽃-우정> 등 4가지 에피소드로 연결 된 뮤지컬 '연탄길'은 일단 옴니버스 형식 자체를 취함으로서 그 밀도를 확연히 떨어트려 버렸다.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 중 기억나는 게 <아이러브유>인데, 이 뮤지컬 같은 경우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 같은 것을 유쾌한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연탄길의 경우는 다르다. 보다 많은 감동을 선사하고싶은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옴니버스 식의 극의 밀도는 어차피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딱히 큰 슬픔이나 기쁨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일상에서 일어난 잔잔한 감동의 이야기라면, 그 목적성은 더 흐릿해질 수 밖에 없다.

차라리 큰 줄기를 두고 이야기를 엮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1막과 2막을 한 개씩의 에피소드로 줄였더라도, 극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능력없는 남편을 두고 고기집에서 서빙을 하던 엄마가 갈비를 얻어 와 아이들을 먹이는데 그 안에서 초록색 이쑤시개가 나왔다는 이야기< 새벽이 올 때까지>는 정말 가슴이 아픈 이야기지만, 뮤지컬이 가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에피소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책으로 읽었다면 아이들에게 갈비 한 번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에, 초록색 이쑤시개를 보고도 눈감아주는 가족들의 사랑에, 매우 디테일한 감정선을 조금 더 그려넣을 수 있었을 테니.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에 지친 나같은 관객에겐 확실히 더 매력적인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것을 무대 위에 풀어내는 과정이 다소 산만한 감이 있다보니 느낌 전달이 관객에게로 확실하게 된 것 같지 않다.

2. 연탄길, 그리고 배우 오승준

창작 초연 중 귀가 즐거운 뮤지컬이 얼마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대사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는 '음악'과 '노래' 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적어도 뮤지컬 연탄길은 그 부분에 있어서만은 확실하게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 부르는 엔딩 넘버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귀에 쏙쏙 들어온다.

나는 특히 오승준이라는 배우님을 지켜보는 사람 중 하나인데, 사실 이번 뮤지컬과는 조금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뭐랄까, 그의 음색 자체가 매우 독특한 구석이 있어서인 것 같다. 그러니깐, 뮤지컬 <연탄길>에서의 그의 역할은 사회자이기도 하고 몇몇 에피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데...그런 소소한 일상 속에서 다소 찌들어가는 느낌의 캐릭터가 그의 느낌과는 약간 어긋난 느낌이라는 거다. 그의 지난 뮤지컬 <건메탈 블루스>에서도 그는 거의 사회자격 역할이었지만, 케릭터의 색깔이 확실히 잡혀 있어 그 느낌을 극 후반까지 몰고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안타깝게도 극이 너무 일찍 막을 내려버렸지만.ㅠ.ㅠ) 하지만 연탄길에서는 전혀 다르다. 심지어 사회자의 느낌도 회색인간이다. 그가 가진 매력을 뿜어 낼 방안이 도처에 전혀 없는 탓에, 말 그대로 그는 그냥 무대에 섞여있을 뿐, 특별히 그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느낌을 찾을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작은 역을 해도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긋는 배우로 기억하는데...좀 안타깝다.)

3. 나가며

의도 자체가 참 좋은 뮤지컬이고, 이 겨울에 내 주변 사람들, 내 가족들 한번씩 뒤돌아보며 더 따듯하게 보듬어 안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뮤지컬이지만, 관객들의 몰입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도록 다가설 수 있는 형식의 연출이 필요할 것 같다. 이 리뷰에는 극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책을 안 봐서 비교 자체도 무척 힘든 부분이니 이야기에 대한 부분이 궁금하시다면 다른 후기들 참조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