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복수초  /안정순

적막한 두메산골

인적이라도 있을라치면

노란 호기심에

날름거리는 검은 그림자 어슬렁어슬렁

몸은 사시나무처럼

두 발은 하얗게 얼어붙어

영혼이라도 바람에 닿을까

허공을 향해 손을 저어보지만

쌩하며 귀청을 찌르는 칼바람 소리만

떼로 몰려든다

첩첩이 쌓인 낙엽마저

회한의 연민으로 흐느끼는

골짜기에 흐르는 눈물의 기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잉태한 몸을 어루만지며

섬광처럼 다가오는 여명의 손길

누구의 발길도 허락하지 않는

피안의 세계로

고독한 슬픈 영혼 앞에

황금빛 왕관을 빚어 내린다

생의 최고의 황홀한 여행을

<서비의 놀이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