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야기

          청우 곽춘진

이면도로 길가 집 

조그만 화단 있고  

집주인 허가 없이 집 앞에 

누구나 주.정차할 수 있는 길가 집

마을버스 마주오면 

길 비키기 애쓰는 이면도로 길가집

명절 전날 길 입구에 교통경찰 나와

"진입 금지" 입 간판 세워지고 

일반통행만 허용되는

이면도로 길가 집

내일이면 설 명절이라 

남들 모두 오가는데

아직은 소식 없는 

객지 아들 내외 기다린다.

문 열고 들락날락

헐렁한 츄리닝 바지

주름 깊게  패였다

플라스틱 쓰레기통 문 앞에 엎어놓고

비뚤어진 글씨지만

"주차금지" 써 붙여도

쓰레기통 밀어붙치고 주, 정차한

얼굴 모를 주, 정차자 참말로 얄밉구나

평상시 내 집 문앞까지 막고 정차해도

이렇다, 말없이 살아왔는데

일 년에 한 두 번 내 집 앞에 

내 차 한 번 세워보자고

"주 정차 금지" 쓰레기통 

엎어 세워봤는데

올해도 내 자식은 안 오나 보네

세상살이 얼마나 편해졌는데

전화 한 통 없으니 

그게 또 서럽네.

*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 오라 하지만 

그땐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