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계절만 있을 뿐 * 

   휴일이면 늘 들길을 걷는다 

  봄 들녘은 

 따뜻한 봄 햇살 속으로 

 사랑의 언어들을

마구 마구 쏟아붓는 순수함을 주었고 

 여름 들녘은

뙤약 빛 속에 쏟아진

사랑의 언어들을 머리에 이고

알뜰살뜰 보살펴가는 애틋함을 주었다 

  가을 들녘은

사랑의 황금빛 옷을 입은

아름다운 자태로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었고 

 겨울 들녘은 

 사랑의 쭉정이들을

후드득후드득 털어내

진실한 사랑만 남겨 주었다 

 그러고 보면 사계절 중 

 우리에게 안 좋은 계절은 없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좋은 계절만 있을 뿐

( 2020년 12월호 시인부락 마음의글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