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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천적은 무엇인가? 바이러스 [팬데믹], 기생충 [씨 피버], 외계인 [인베이젼 2020]
13  쭈니 2020.11.13 14:50:29
조회 115 댓글 0 신고

사춘기 시절, 나는 나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천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의 천적은 무엇일까? 한때 인간의 천적은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전쟁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 그 개체 수를 줄여 나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전쟁으로 죽어가는 인간의 수보다는 질병으로 죽어가는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간의 진정한 천적은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팬데믹]은 외계의 혜성에서 온 바이러스에 대한 위협을 이야기한 영화이다. 그에 반해 아일랜드 영화 [씨 피버]는 바닷속 미지의 기생충에 의한 공포를 다루고 있고, 러시아의 SF 영화 [인베이젼 2020]은 인간보다 뛰어난 과학 지식을 지닌 외계 종족에 의한 침략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모두 '인간의 천적은 바로 나야 나!'를 외치는 듯하다. 물론 영화에서만 가능한 가상의 존재들일 뿐이지만...


[팬데믹] -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가 격리의 외로움이다.

감독 : 타카시 도셔

주연 : 프리다 핀토, 레슬리 오덤 주니어

TV에서 카비노 혜성이 지구로의 희귀 여행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때까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화려한 우주쇼로만 치부했던 것이 인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하늘에서 갑자기 의문의 재가 눈 내리듯이 온 지구를 덮는다. 우주에서 온 재에는 HNV-21이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숨어 있었는데, 그 바이러스는 유독 여성에게만 치사율 100%의 죽음을 안겨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윌(레슬리 오덤 주니어)은 연인 애비(프리다 핀토)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외부와 바이러스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윌과 애비의 집. 하지만 그들을 노리는 것은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인류 재건을 위해 여성을 국가 보호 센터로 압송하려는 정부의 음모와 정부의 포상금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윌은 애비와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팬데믹]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있는 요즘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평가를 받고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 김성수 감독의 [감기]와 같은 기대감을 안고 영화를 관람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팬데믹]은 [컨테이젼]과 [감기]를 기대한 관객에겐 실망감만 안겨줄 영화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ONLY'인데 직역을 하자면 '유일한'이라는 뜻이다. 결국 [팬데믹]은 바이러스의 공포를 다룬 영화가 아닌 지구상의 유일한 여성 애비가 겪게 되는 외로움과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HNV-21 바이러스가 창궐한지 400일째 되는 날, 윌과 애비의 일상을 보여준다. 철저히 방역 처리된 집에서 애비는 진단 카트를 꺼낸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군인들이 들이닥치고, 애비는 침착하게 침대 밑 비밀 장소에 숨는다. 경군인들은 윌의 집을 수색하지만 애비를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떠나기 전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우린 감염자를 데려가지 않아.' 애비가 진단 카트의 색이 청색으로 바뀌어 있고, 이는 곧 애비가 HNV-21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뜻한다. 애비는 나흘 안에 예정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윌과 애비는 마지막 여행을 준비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현 상황과 과거 상황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HNV-21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아내, 연인, 어머니, 딸을 잃는다. 애써 살아남은 여성들은 국가의 배아 프로젝트에 강제 동원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애비는 감옥 아닌 감옥과도 같은 집에 갇힌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누구와 통화를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윌과 신체적 접촉을 할 수도 없다. 윌 또한 HNV-21 바이러스의 보균자이기 때문이다. 윌과 함께이지만 그녀는 혼자이고,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이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애비가 유일하게 마음의 안식을 얻는 여성 생존자와의 채팅방 참여자 숫자가 줄어들며 애비의 고립감은 더욱 커진다. 처음엔 300여 명이었던 채팅방 참여자들이 하나씩 줄어들더니 결국 마지막 참여자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채팅방을 떠나고 애비만 남는다. 결정적인 것은 어머니가 군인들에게 끌려갔다는 아버지의 울먹이는 전화다. 애비의 존재가 들통날까 봐 통화를 막으려는 윌에게서 결국 애비의 멘탈은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애비는 갇힌 삶이 아닌 자유로운 죽음을 선택한다.

[팬데믹]은 애비의 심리를 천천히 쫓아간다. 그들이 왜 마지막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애비가 겪은 400일간의 격리와 그로 인하여 외로움과 고통에 그녀의 내면이 조금씩 침식되는 과정을 영화는 묵묵하게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관객이라면 400일 동안 우리보다 더 극심한 자가 격리를 겪고 있는 애비가 무너지는 과정이 조금은 납득이 될 법하다. 요즘 유럽은 정부의 셧다운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만약 HNV-21처럼 코로나19가 치사율 100%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분명 [팬데믹]은 기대했던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가 격리의 외로움과 고통을 극단적으로 담은 영화이기에 나에겐 꽤 인상 깊은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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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피버] - 해양 재난 공포 영화이면서 그들 요소를 제거해버린 독특한

감독 : 니사 하디만

주연 : 헤르미온느 코필드, 더그레이 스콧, 코니 닐슨

해양생물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시본(헤르미온느 코필드)은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을 우려한 교수의 배려(?)로 어선 '니브 킨 오이르'호에 실습을 위해 승선한다. 만선을 기대하며 머나먼 바다로 나간 '니브 킨 오이르'호. 하지만 선장인 제라드(더그레이 스콧)의 욕심으로 접근금지수역에 진입한 '니브 킨 오이르'호는 심해에 서식하는 미지의 생명체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선원들 사이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열병이 퍼지며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시본은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미지의 생명체에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인한 감염임을 밝혀내고, 육지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니브 킨 오이르'호의 선원 모두를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선원들은 점점 광기에 휩싸이는데...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공포는 영화에서 흔히 써먹는 소재이다. 가장 대표적인 영화가 [에이리언] 시리즈인데, 아직 우리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과 맞물려 [에이리언]은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것은 우주뿐만이 아니다. 바다 깊은 곳, 심해도 아직 인간의 손에 닿지 않았다. 그렇기에 심해 미지의 생명체를 소재로 한 영화도 꽤 많다. 최근 개봉한 [언더워터]가 그러하다. [씨 피버]도 심해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공포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그런데 [씨 피버]는 [언더워터]와 비교해서 독특한 전개를 선보인다. [언더워터]의 경우는 심해에 사는 거대한 괴생명체의 공포를 다뤘다. [씨 피버]도 영화의 초반까지만 해도 [언더워터]와 마찬가지의 전개를 보이는 듯했다. '니브 킨 오이르'호를 멈춰 세울 만큼 거대한 촉수를 가진 괴생명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의 공포는 거대한 괴생명체가 아니다. 괴생명체에 기생하며 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기생충이 문제이다. 기생충은 선원들의 몸에 파고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거대한 괴생명체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대응하기가 영 까다롭다. 게다가 정작 감염되고 나면 손쓸 도리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시본은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아예 인간 자체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선원들이 괴생명체를 죽이려 하자 시본은 오히려 괴생명체를 보호하려 한다. 시본의 입장에서 괴생명체는 아무 잘못도 없는 그저 보호하고 연구해야 할 특이 생명체일 뿐이다. 살기 위해 항구로 돌아가려는 선원들을 붙잡는 것도 시본이다. 시본은 감염이 육지로 확산되면 우리의 가족, 이웃들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경고한다. 얼핏 자신을 희생하고 인류를 지키려는 희생정신처럼 보이지만, 영화 후반 자신이 감염되자 아무런 주저함 없이 목숨을 던지는 것을 보면 그저 인간의 감정 자체가 결여된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씨 피버]를 다른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전혀 다르게 보이게끔 만든다. 거대한 괴생명체를 놔두고 작은 기생충의 위협을 그리고, 살기 위해 용감히 맞서는 주인공의 영웅담이 아닌 인간의 감정 자체가 없는 무표정한 주인공의 무감각한 죽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영화의 관람객 평점이 현저하게 낮은 것도 이해가 된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영화를 보게 된다면 아무리 그 영화가 독특하다고 해도 실망감이 먼저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씨 피버]는 분명 평범하지만 평균적인 재미를 갖출 수 있었는데, 스스로 그것을 포기하고 새로움을 선택한 영화이다.

솔직히 나도 [씨 피버]가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공포 영화라고 하기엔 공포의 강도가 현저하게 낮다. 재난 영화라고 하기엔 재난 영화에 관객이 기대하는 요소들이 모두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영화 자체가 새롭다. 해양 재난 공포 영화의 장르에 속해 있으면서도 해양 재난 공포 영화의 요소들을 강제로 제거해버린 영화라니... 마지막 무표정한 얼굴로 심해의 바다에 몸을 던지는 시본. 어쩌면 인간관계에 치이며 사는 것보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해양 생물의 곁에서 죽는 것이 그녀에겐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씨 피버]는 마치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한 시본의 선택처럼, 영화적 재미가 아닌 새로움을 선택한 영화이다.

                             

                                                                                                                                                                                                                                       


[인베이젼 2020] - 머나먼 은하에서 지구까지 올 정도의 과학 기술이라면 인간은 어차피 적수가 안된다.

감독 : 표도르 본다르추크

주연 :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리날 무하메토프, 알렉산더 페트로브

모스크바 도심 한가운데로 거대한 외계 비행 물체가 추락하고 외계인 등장으로 국가는 초비상 사태가 된 후 3년이 흘렀다. 외계인 하콘(리날 무하메토프)과 사랑에 빠졌던 율리아(이리나 스타르센바움)는 전쟁이 끝난 후 군의 철저한 감시 아래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하콘이 돌아오고, 그와 동시에 율리아를 죽이려는 외계 인공지능 라의 공격이 시작된다. 하콘의 방해로 율리아를 죽이는데 실패한 라는 도심 한가운데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돔으로 율리아를 가두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율리아를 죽이려 한다. 하콘은 율리아를 구하기 위해 라를 향한 마지막 공격을 계획하고, 율리아는 자신의 희생으로 무고한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 하는데...

나도 솔직히 모르고 봤다. [인베이젼 2020]은 2017년작 [어트랙션]의 속 편이다. 가끔 전 편을 모르고 속 편을 봐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영화가 있다. 하지만 [인베이젼 2020]은 그런 부류의 영화가 아니다. [어트랙션]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인베이젼 2020]을 본다면 도대체 왜 율리아가 군의 실험 대상이 되었는지, 왜 율리아가 툐마(알렉산더 페트로브)를 보자 그렇게 적대감을 드러냈는지, 왜 외계 인공지능 라가 율리아를 죽이려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차라리 제목을 [어트랙션 2]라고 지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텐데... 수입 배급사의 선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도대체 수입 배급사에서 영화 제목을 짓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가끔 궁금하다.)

[어트랙션]을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율리아는 하콘과의 관계를 통해 물에 대한 어떤 능력을 갖게 된 것 같다. 하콘의 사는 외계 행성은 물을 이용한 능력이 발달된 곳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들은 물을 이용하여 공격은 물론 상처 치유까지 한다. 어찌되었건 라는 하콘은 돌아와도 되지만 율리아는 죽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이라고는 없는 인공지능이기에 하콘이 율리아에게 느끼는 사랑을 알 리가 없다. 그저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그것을 실행할 뿐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율리아의 죽음이 라가 실행하려 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가장 이성적인 판단인가 보다.

율리아와 하콘, 그리고 외계 인공지능 라에 얽힌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라가 율리아를 죽이기 위하 시도하는 방법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라는 지구의 통신과 인터넷 매체를 장악하여 율리아가 민간인 아파트를 폭파시킨 테러범이라는 가짜 뉴스를 퍼트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족의 전화를 받는데 그 전화의 내용은 한결같이 율리아는 위험인물이니 죽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라는 음성, 영상 정보를 조합하여 가짜 뉴스를 퍼트리면서 효과적으로 율리아를 위험에 빠뜨린다. 정보 홍수의 시대, 가짜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 무기인지 [인베이젼 2020]은 잘 보여준다.

가짜 정보를 통해 율리아를 압박한 라는 이번엔 물을 이용한다. 지구에서 물은 약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라는 따라 외계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지구의 물을 이용하여 율리아를 비롯한 인류를 공격한다. 이 역시 꽤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라가 율리아를 죽이려는 목적이 아닌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목적이라면 어쩌면 더욱 손쉽게 그 목적을 이뤄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하콘이 율리아와 사랑에 빠져 동족을 배신하고 인간을 돕지 않았다면 이미 게임 끝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머나먼 외계 행성에서 지구까지 올 수 있는 과학 기술이라면 인간은 게임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아직 우리는 우리 은하계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지구상에는 우리 인간의 천적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바이러스가 가장 유력하긴 하지만 [팬데믹]에서처럼 외계에서 온 바이러스가 아니라면 인류 전체를 멸종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씨 피버]의 기생충도 마찬가지이다. 점염성이 강하더라도 언젠가는 인간이 기생충을 정복할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과학 기술을 지닌 외계인이라면... 어쩌면 인류를 멸종시키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그렇기에 수많은 SF 영화들이 외계인 침공을 다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대부분 인간의 승리로 막을 내리지만 실제로 중무장한 외계인이 쳐들어온다면... 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뭐 '어벤져스'와 같은 슈퍼 히어로가 있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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