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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 나 여기 있어요 / 클레리 아비 / 북폴리오
8  인디캣 2017.04.01 23:40:00
조회 1,471 댓글 0 신고

 

 


로맨스 소설은 소장용으로 웬만해선 간직하지 않는 편인데, <나 여기 있어요>는 책장에 벌써 자리 잡았습니다. 소설 내내 남녀 간 대화 없이도 이렇게 달달한 로맨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2015 프랑스 새로운 인재상 수상 작가 클레리 아비 작가의 로맨스 소설 <나 여기 있어요 I'm Still Here>.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라고 해서 처음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후 남녀 간의 꽁냥꽁냥 스토리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없는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흡인력에 푹 빠져 무척 즐겁게 읽은 소설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지 20주. 깨어난 지 6주.
엘자의 의식은 깨어났지만 이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상상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시간들을 '고치를 빌려 사는 번데기처럼' 홀로 보낸다는 걸 상상하니 오싹해집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나 여기 있다고.

 

동생의 사고로 병원에 왔다가 엘자의 병실로 잘못 들어간 티보. 하필 그날이 엘자의 생일인 걸 알고 생일 축하 뽀뽀를 하질 않나,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을 풍기는 엘자에 끌려 그 병실에서 낮잠을 자질 않나... 뻔뻔하지만 유쾌한 티보의 행동은 그린라이트가 반짝반짝~!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뭘 바라는지는 알아.

 

감각은 없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엘자는 티보가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유일하게 새로운 것이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흥밋거리입니다. 웃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 사람입니다.

 

애증으로 가득한 동생 때문에 오는 병원이지만 엘자를 생각하면 병원 면회 가는 일이 즐거운 티보. 병원 갈 때마다 엘자의 병실에 들립니다. 티보에게 그곳은 피난처이기도 합니다. 거의 알지도 못하는 여자에게서 자기도 모르게 위안을 받고 절실하게 깨어나길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낮잠을 자죠. 이제는 딱딱한 의자 대신 과감하게 엘자의 침대 한편에 누워 자는 티보. 그를 느끼지 못해 더 애가 타는 엘자는 그의 체온만이라도 느끼고 싶습니다. 눈을 뜨라고 명령하는 생각만 하면서 정신 훈련을 할 정도입니다.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새벽, 청소 아주머니가 엘자의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생깁니다. 엘자는 라디오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티보도 엘자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만 정작 의사들은 믿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력으로 숨도 거의 못 쉬는 엘자의 연명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합니다. 회복될 확률은 고작 2퍼센트도 안 된다며 의사의 공식 선고까지 받은 상황에서 가족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엘자는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희망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믿어 주는 유일한 사람, 티보를 꼭 보고 싶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뜨고 싶다.

 

안타깝게도 동생의 자살로 절망에 빠진 나날을 겪는 티보. 뒤늦게서야 엘자의 연명 치료 중단 소식을 듣게 됩니다. 중단하는 바로 그날에 말이죠. 이미 늦었을지 모르는 시점입니다.

 

<나 여기 있어요>는 엘자와 티보 간의 직접적인 대화는 없지만 각자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네요. 상황상 분명 절절한 안타까움으로 가슴 아릿해야 하는데, 담백하게 절제한 감정과 소소하게 한 번씩 치고 들어오는 유머가 별미입니다.

 

엘자의 병실에서 꼬박꼬박 낮잠 자는 티보는 병원 매트리스의 편안함을 격하게 칭찬하며 단잠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 부부의 아기를 봐주면서 유모차 펴는 법을 몰라 씨름하는 모습 등 은근 허당 기질이 엿보이더라고요. 사실 읽는 내내 이런 남자 남편감으로 최고라고 할 만큼 아기의 대부 역할은 엄지 척! 해줄만했어요. 엘자 역시 살아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의사를 두고 분노의 태풍이 몰아닥치는 상황에서 "저 인간 다리몽둥이가 부러지게 해주세요." 하며 순간 풋~ 웃음을 주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눈물바람나게 해 마음이 불편해지는 로맨스류는 두 번 읽지는 않는데요, <나 여기 있어요>는 소소한 웃음과 심쿵할만한 달달함 그러면서도 심장이 저릿해지는 안타까움까지 그 균형이 절묘해서 한 번 읽고 난 후 다시 읽어 볼 정도였어요. 외전이 필요해!!! 외치게 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내가 가장 제정신으로 저지른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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