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청하고 있진 않지만,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따로 읽어보지 않았다. 당연히 드라마의 이야기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책의 두께는 꽤 얇았다. 드라마의 원작은 본래 이렇게 짧은 이야기였나?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소설이 아니었다. 소설이라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처음엔 당황했더랬다. 드라마와 관련이 없는, 시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채우고 있었다. 인터파크 도서에 들어가 분류가 어떻게 되어있나 살펴보니 에세이였다. 시의 형식을 띈 에세이라. 독특하다 여겨졌다. 그림들이 글과 무척 잘 어울렸다. 덕분에 눈길이 한번 더 머문다. 하나하나 차분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글마다 애틋함이 묻어나왔고, 사랑스러움이 담겨있었으며, 절절한 마음이 배어나왔다. 제목이 같아서, 소개된 문구에 당연스레 떠올린 드라마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더 애틋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 누군가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느낌. 연인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의 감정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을 주는 글의 느낌이 무척 좋았다. 그 글을 고스란히 표현해 낸 듯한 그림엔 놀라웠다. 그림을 먼저 눈에 새기고 글로 읽으니 감정이 더 잘 살아나는 듯 했다. 늦은 밤에 집어든 책은 그렇게 고요함과 애틋함 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한장 한장.. 예쁜 글들이 줄어가는 것이 아까웠다. 그렇게 책 한권을 읽어버렸다. 낮보다 늦은 밤에 읽기 더 좋은 책인 것 같다. 낮에 읽었다면 지금의 이 느낌의 반도 못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들이 함께 읽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드라마와 제목만 같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드라마 원작소설을 생각하고 책을 선택하면 안된다. 물론, 그렇게 선택을 했더라도 읽다보면 폭 빠져서 읽게 되긴 하지만. 사랑을 하고 싶은 이들,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 모두 읽기 좋은 작품이다. 사랑을 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사랑하는 이를 향한 좀더 애틋한 마음을 떠올릴 수 있고, 사랑하고 싶다면, 사랑의 감정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읽은 후 기분 좋은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