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자 모든 걸 다 바쳐 사랑했던 ‘메린’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자 알리바이가 없던 ‘이그’(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가장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 받게 된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지만 사람들의 의심과 경멸 속에 절망만이 남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이그’는 자신의 머리에 죄의 상징과도 같은 뿔이 돋아 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놀라움도 잠시, 자신의 뿔을 마주한 인간은 그들의 가장 잔혹한 본성과 추악한 진실을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 저주받은 능력을 통해 사랑하는 연인을 죽이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진짜 살인범을 찾아 내기로 결심하는데…

'혼스'는 알렉산드로 아야 감독이 이전에 만들었던 작품들처럼 B급 무비의 향취가 듬뿍 묻어나면서 그의 새로운 시도가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런 시도에 걸맞게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은 신선함입니다. 이 신선함은 비단 소재의 독특함에서 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잡탕, 즉 여러 장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맨스, 스릴러, 호러, 판타지 등 섞을 수 있는 여러 장르를 한 영화 안에 넣고 섞어서 만든 영화가 바로 '혼스'입니다. 시종 영화의 정체성이 이리저리로 옮겨가면서 발생하는 울퉁불퉁한 접점들의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영화이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영화의 태도였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발을 뒤로 빼는 것이 아니라 어디 한 번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보로 발을 성큼성큼 내딛는 그 태도는 정갈하게 정리되지 않는 이 영화에 딱 어울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부에는 묘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연을 맡은 다니엘 래드클리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연기는 천재적이지는 않지만 항상 성실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최대한 체화되려고 하는 노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런 노력 덕분인지 영화를 보면서 '해리포터'의 이미지는 단 한 순간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우먼 인 블랙'에 이어 배우로써의 정체성을 점점 확립해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었습니다. 후반부에 인물들이 보이는 설득력 없는 태도 변화는 B급 무비의 정서로 넘긴다고 쳐도 초중반 극의 전개가 반복적이고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영화가 계속해서 내뿜고 있는 활발한 생기를 누그러뜨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범인을 뿔의 능력으로 찾는다는 이 영화의 내용 구성은 변화하는 장르와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태도와 충돌합니다. 초중반에 이그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뿔의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듣게 되는데 그런 상황이 계속적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반복적인 장면들로 인해서 극의 탄성이 점점 쳐지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유발하게 합니다. 이것은 알렉산드로 아야 감독의 연출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플래닛 테러'만 봐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전개에 재치있는 연출로 지루할 틈 없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말그대로 제대로 된 B급 팝콘 무비였죠. 

그런 점에서는 좀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점점 해리포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다니엘 래드클리프>

혼스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노 템플 개봉 2014 미국 평점 리뷰보기